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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한류사업 열풍
한국 연예인 둘러싸고 노골적 상술




한국의 영화배우 배용준이 일본의 토크쇼에 참석, 자신이 출연한 영화 ‘스캔들’의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올 하반기 일본 주식시장의 가장 큰 테마는? 혹자들은 ‘엔터테인먼트주’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른바 ‘용사마’(탤런트 배용준에 대한 일본인들의 극존칭)가 일으킨 한류의 여파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류 관련사업이 손꼽히는 사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한국 연예인들. 배용준, 최지우, 박용하, 원빈, 장동건. 이들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는 반드시 시청해야 할 목록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드라마 OST 모음집, 앨범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출판시장에서도 점잖았던 시사잡지들마저 한국 연예인들을 표지모델로 등장시키는 노골적 상술을 선도하고 있다. 스포츠 신문들은 연일 이들의 시시콜콜한 동정까지 긁어대느라 여념이 없다. 일간지들도 하루 한 꼭지씩은 관련기사를 싣거나 평론가들의 진단을 곁들여 상업지와 정론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광고시장은 한국 연예인을 붙잡는 데 총력을 쏟고 있어 일본 연예인들의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열풍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공영방송을 자부하는 NHK가 촉발시켰다. NHK가 올 초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재방영, 주말 심야대 드라마로는 12~13%의 기록적 시청률을 달성하는 등 화제를 뿌린 뒤 한류는 앞 다퉈 분석돼야 할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위성방송을 통해 ‘겨울연가’를 내보냈던 NHK가 재방영에 나선 데는 상업적 고려가 깔려 있다. 2003년 결산보고서를 보면 NHK는 ‘겨울연가’로 무려 35억 엔(약 350억 원)을 벌었다. NHK소프트 웨어와 NHK출판 등 자회사가 ‘겨울연가’ DVD와 비디오, 대본을 정리한 소설 등을 팔아 이 돈을 번 것이다.
그 덕택에 ‘용사마’는 일본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최근 일본의 스포츠연예 신문 ‘도쿄스포츠’는 “배용준이 한 달 사이 세 건의 CF 계약을 일본 최고 대우로 체결, 모델료로 3억 엔(약 30억 원)을 벌어들였다”며 “이는 일본의 톱스타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배용준은 지난달 오츠카제약과 드링크제 모델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소니, 롯데와도 잇따라 광고계약을 성사시켰다. 특히 일본 최고의 기업인 소니의 광고모델로 발탁된 것은 한국연예인의 자존심을 드높인 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소니는 이른바 스타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 소니가 자사의 최신형 캠코더 CF의 얼굴로 배용준을 택했다는 점은 그 상징성이 클 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니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치근 실시한 올해 기업브랜드 조사에서 2000년 이후 연속 5년째 1위를 지켰다. 배용준의 얼굴은 오는 8월 7일부터 일본 TV 광고에 등장하게 된다. 배용준 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의 강도를 띨지 일본 광고계의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사실 ‘겨울연가와 ’용사마‘가 촉발시킨 한류 열풍은 무게는 그 후폭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연가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프로그램의 단가가 상승하고 유통량이 대폭 증가했다.” 이는 지난 7월 중순 서울에서 열린 ’일본 내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유통현황과 파급효과‘라는 포럼에서 김영덕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이 밝힌 것이다.
NHK는 위성채널을 통해 ‘겨울연가’를 또 방영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대장금’ 도 10월부터 방송할 예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 드라마는 머지않아 히트 보장상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덩달아 영화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과거 ‘JSA’와 ‘쉬리’의 대히트로 확인된 한국영화의 흥행성이 ‘겨울연가’가 촉발한 한류 열풍을 타고 다시 불이 지펴지면서 ‘실미도’ ‘스캔들’ ‘태극기 휘날리며’ ‘고양이를 부탁해’가 잇따라 개봉, 관객을 대거 끌어 모으고 있다.
‘겨울연가’의 배용준이 팬들로부터 ‘용사마’라는 극존칭을 선사받은 것처럼 ‘태극기 휘날리며’ 의 주연들에게도 ‘장사마’(장동건) ‘빈사마’(원 빈)의 애칭이 붙고 있다.
후폭풍은 영화에만 미친 것이 아니다. 음반시장으로도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다. ‘겨울연가’에 배용준의 연적으로 출연했던 탤런트 겸 가수 박용하의 1집 앨범 ‘기별’은 20만 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53억여 원에 이른다. 발매 한 달 만에 거둔 기록이다. 일본에서는 박용하의 싱글 앨범을 잡기 위한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OST 시장도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 ‘호텔리어’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올인’의 OST가 발매됐고 ‘상두야 학교 가자’ ‘풀 하우스’ ‘대장금’ ‘천국의 계단’ 등의 OST도 선보일 예정. 한국 음반은 내놓기만 하면 일정량은 보장된다고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흥분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 계열의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신호(7월 19일자)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인공 원빈에 이어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를 표지모델로 등장시켰다
한국의 교보문고에서는 ‘여름향기’ ‘가을동화’ 등 예전 드라마들의 OST를 찾는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탤러트 류시원의 독집을 찾는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출판?언론계도 한류 전하기의 최전선에 섰다. 최근 원빈과 이병헌, 배용준, 안성기, 전도영, 고소영 등 한국 톱스타들이 망라된 사진집이 나왔다. 사진작가 김중만 씨가 제작한 ‘After Rain-아름다운 한국 스타들의 얼굴’이라는 이 사진집은 일본 최대의 출판사인 고단샤에서 나와 더욱 화제를 뿌렸다.
최근 증간호까지 내면서 ‘겨울연가’와 ‘용사마’의 소식을 전해온 아사히 신문계열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신호(7월 5일자)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인공 원빈을 표지모델로 등장시킨 데 이어 영화배우 문소리를 다시 전면에 등장시켰다.
원빈을 표지에 내세운 것은 최근 ‘태극기 휘날리며’의 일본 전역 개봉을 의식한 것으로, 이 주간지는 원빈이 한류를 견인하는 관록의 배우지만 한국에서는 꽃미남으로 불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 영화의 공동 주연인 장동건도 지난 6월 주간 아사히의 표지모델로 등장하는 등 출판가는 이른바 한류 특수를 챙기려 주판알을 튕기는 데 여념이 없다.

신지홍 도쿄 특파원 |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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