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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짠순이가 늘어난다
일주일 용돈 만원, 남은 돈은 저금까지

차비를 빼더라도 일주일 동안 단돈 1만 원으로 생활하는 게 가능할까? 답은 ‘가능하다’가 맞다. 다음(www.daum.net)의 재테크 관련 카페 중 ‘짠돌이’ 카페에 들어가면 이에 대한 노 하우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2001년 12월에 개설된 이 카페의 회원 수는 지난 9월 현재 34만 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중.
다음은 ‘카논’이라는 아이디의 회원이 전수해주는 노하우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 한다. 그러나 하루 정도는 밖에서 사먹을 수 있으니 4,000원.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식은 절대 금물. 아프면 약 사먹어야 하니까 절대 아프지 않기. 영화는 동네 비디오 가 게에서 500원으로 해결….’ 이 정도면 쓰고 남은 돈으로 저금까지 할 수 있다.
이 카페에는 이외에도 생생한 저축, 절약의 노하우가 소개돼 있다. 다 먹고 난 음료수 페 트병 하나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여러 가지. 간단하게는 연필꽂이나 화분으로 재활용 하는 것에서 좀더 공을 들이면 수납함, 탁상시계, 물뿌리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모두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현상들. 이른바 짠돌이, 짠순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이런 현상은 개인은 물론 회사에서도 번지고 있는 눈 치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직원 채용시 사람들이 이력서를 넣어오는 ‘이력서 재중’ 봉투는 경리부에서 재활용한다. 또 한글문서를 작성할 때는 ‘미리 보기’를 이용해 틀린 곳을 고친 다음 한 번에 프린트한다. 잉크와 종이를 동시에 절약하기 위해서다. 굳어서 잘 나오지 않는 매직이나 형광펜은 물을 약간 흡수 시켰다가 사용하면 새 것처럼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꼼꼼히 분류해 뒀다가 나중에 팔면 커피나 쓰레기 봉투 정도는 살 수 있는 돈이 나온다. 녹차 티백의 경 우 2~3회 우려내 먹는 것은 기본이고, 손님을 접대할 때도 티백 하나로 두 잔을 만들어 가면 두 배로 오래 쓸 수 있다.
여자들에게 특히 필수 소비품이라 할 수 있는 화장품과 의류. 이 역시 굳이 새 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 벼룩시장을 이용해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많게는 80~90%까지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벼룩시장은 몇몇 구청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것을 비롯해 정기, 비정기의 형태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
돈을 버는 직장인이 이 정도일 때 경제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는 허리띠를 더욱 바짝 졸라매야 한다. ‘놀고 먹는’ 게 대학생이라는 야유는 없어진지 오래. 각종 모임 에서 술값을 호기 있게 내던 학생들이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얘기다. 회비를 내야 하는 자리는 아예 피하기 위해 온종일 도서관이나 집에 틀어박히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꼭 참여해야 하는 경우에는 머릿수대로 똑같이 내는 풍토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뭐든 대형이어야 잘 팔렸던 전자제품도 이제는 조금이라도 소형이라야 잘 팔린다. LG홈쇼핑의 경우 지난 여름 LCD 모니터 17인치와 19인치의 판매비율을 비교해본 결과 65 대 35의 비율로 17인치가 훨씬 많이 팔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19인치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60%를 차지했다. 경기가 연일 바닥을 치면서 불과 1년도 안돼 판세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골 깊은 불황은 또 다른 역전도 많이 만들어낸다. 시장에서 거의 사라져가던 제품이 다시 살 아나는 게 한 가지 예. 디지털 TV와 프로젝션 TV에 밀려 판매량이 줄어든 일반 브라운관 TV의 경우 그나마 대형에 해당하는 29인치 이상만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에는 소형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오히려 29인치 미만 제품을 사는 사람이 36 대 64로 더 많아 ‘제2의 전성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이에 대해 LG홈쇼핑의 신진호 과장은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좀더 값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불경기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워낙 민감해지다 보니 첨단 가전제품의 트렌드마저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화장품 업계는 때 아닌 초저가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염가 화장품의 대표 주자는 더페이스샵과 미샤. 기본 화장품조차 몇 만 원을 줘야 살 수 있던 것과 달리 이들 매장 에서는 단돈 몇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화장품이 많이 있다. 학생들은 물론 주고객층인 20대 여성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화장품만큼은 고가 제품을 쓰는 게 좋다는 일반의 상식마저 여지없이 뒤엎은 셈이다.
의류 수선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의 하나. 의류업체마다 의류 수 선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 값비싼 옷을 새로 구입하기보다 디자인을 최신 유행에 맞춰 바꾸거 나 치수를 고쳐 다시 입는 알뜰고객이 늘어나는 것이다.
제일모직의 경우 해마다 수선 의뢰가 늘고 있지만 특히 올해는 상반기에만 작년 같은 기간보 다 무려 13% 증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불황기에는 입던 옷을 고쳐 다시 입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옷들은 치수만 약간 고치면 전혀 티가 나지 않 으므로 수선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해마다 집계해 발표하는 세계의 부자들 중에도 알뜰한 사람들이 많다. 10년 된 낡은 차를 손수 운전하고 평소에는 지하철을 타며, 비행기는 가장 낮은 등급인 이코노미석을 고집하며 1회용 플라스틱 컵은 씻어서 다시 사용하는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어느 정도 미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핑계로 사람들이 짠돌이, 짠순이로 변해가는 것은 합리적인 소비태도를 갖춰 간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무조 건 웃고 넘길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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