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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끝없는 곤두박질
금리인하 등 정부 내수진작 '올인'도 별무효과


추석을 앞두고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계속된 비로 야채, 과일값이 많이 오른 가운데 서울 경동시장은 찾아 오는 시민들이 적어 썰렁한 분위기다
내수침체와 물가불안이 계속되면서 소비심리가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기대지수는 87.0을 기록,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2000년 12월 82.2이후 3년8개월만의 최저치다.
2000년 말은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 등이 전체 금융시장 시스템 붕괴로 확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던 시기다. 현재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가 8월 63 .1을 기록,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11월의 65.9보다도 낮아졌다.
특히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계 수입 평가지수도 82.5로 하락, 고용이 악화되고 임금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소비를 주도하는 고소득층과 20, 30대 젊은층의 소비심리마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우리 경제가 하반기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장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비관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는 서민들의 탄식이 객관적인 지표로 속속 나 타남에 따라 막연한 회복 기대감으로 일관하던 정부마저 경기전망을 수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정부가 최근 경기진작을 위해 쏟아내고 있는 갖가지 대책도 별다른 효과가 나타내 지 못하고 경기회복의 열쇠인 투자와 소비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란 때 보다 나빠진 소비심리
통계청이 9일 발표한 8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에서 소비자 기대지수는 87로 지난 2000년 12월 82.2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지수의 경우 지난 4월 103.6에서 4개월만에 77.5로 수직하락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80선 아래로 떨어져 국민 대다수가 경기 비관론에 빠져있음을 보여줬다.
이 같은 비관론은 소비를 이끌어야 할 고소득층과 젊은층에서도 무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월평균 400만원 이상 소득자의 소비자기대지수는 연초까지만 해도 100선을 넘었으나 지난 5월 97.8을 시작으로 4개월 째 100을 밑돌고 있으며 급기야 지난달에는 91에 그쳐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300만 원대 소득자의 기대지수도 지난달 89.6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90을 하회했고 20 0만 원대, 100만 원대 소득자들도 일제히 90을 넘지 못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기대지수가 93.7로 4개월 연속 하락하며 역시 연중최저치를 기록한 것 을 비롯해 모든 연령층에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같이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6개월 전과 비교해서 현재의 경기와 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도 지난달 63.1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98년 11월의 65.9보다도 낮은 것이다.

◆악재만 줄줄이...회복난망
이밖에도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는 한결같이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소매업 생산이 지난 7월까지 무려 18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여지없이 반영했다. 같은 달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7월보다 1.2% 줄어 통계청이 서비스업 동향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소비자 신뢰지수를 비롯한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통계가 악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박승(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8%나 올라 3년 1개월만에 가장 높 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 물가지수도 108.7로 작년 같은 달보다 7.5%나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 외국 증권사나 언론들도 한국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금리가 떨어져도 기업들이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어 경기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잇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기업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 부진으로 전월의 2조6천498억원 증가에서 3천786억원 감소로 반전돼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경기진작 '올인'..효과는 '글쎄'
내수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마저 하반기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한 총력체제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으며 콜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것을 필두로 정부와 여당은 세금인하와 재정확대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얼어붙은 경기를 되살리려는 노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은 지금까지의 상황만 봐서는 경기지표의 하락세로 꺾지 못했고 국민들의 심리도 되살리는데 실패했다.
물론 콜금리가 실제로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정부의 각종 경기대책도 장기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는 하나 '반짝효과'마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불황의 골이 이미 너무 깊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같이 정부가 내놓고 있는 여러 대책이 약발을 받지 못하자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노무현 대통령마저 잇따라 낙관론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말 정례 기자회견에서 "체감경기가 가시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앞으로 1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해 그동안 일관했던 올 하반기 회복 전망에서 다소 물러섰다.
노 대통령도 최근 한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성장정책은 한시도 놓치지 않고 있고 강력한 성장정책을 쓰고 있다"면서도 "다만 그 효과는 참여정부 말년 또는 다음 정부 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관 경제부 기자 |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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