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 변신하 전 탤런트
김 영 애
|
김영애의 꿈은 황토타운을 건설하는 것. 황토로 만들어진 집, 찜질방 등 건강에 좋은
황토를 이용해 말 그대로 하나의 '작은 도시'를 만드는 게 꿈이다
|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냈던 것 같아요."
지난 5월 '달려라 울엄마'를 끝으로 35년 동안 몸담았던 연예계에서 은퇴하며 사
업가로서만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김영애를 만났다. 최근 그에겐 뜻 깊은 일이 있
었다. 지난 8월 15일 3년 동안 기다려왔던 발명특허를 받은 것. 황토를 이용한 이미용제
와 입욕 조성물 및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다.
그가 2002년 참토원이라는 회사를 내고 황토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홈쇼핑 TV를 공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제 직원 50여명에
매출 600억 원대에 이르는 꽤 규모가 큰 기업으로 키워놓았다.
김영애는 "단돈 500만원을 들고 공장이 있는 정읍으로 내려갔을 때 '마지막이다'라고 생
각했다. 일일이 직원들이 재료를 저울에 달고 포장했었는데 이제 3천여 평에 이르는 공장
3개를 갖게 돼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남편 박장용씨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는 그는 지난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화장품박
람회에 참가해 벌써 미국에만 1천여 개의 판매점을 뚫었고, 8월초 프랑스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를 하고 왔다. 이미 호주 일본 뉴질랜드 중국 등 여러 나라에 참토원이란 브랜드로 황
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처음엔 사기도 당했다"는 그는 "그래도 수출할 때 꿋꿋이 지켜나간 원칙은 OEM이나 기술을
파는 방식이 아닌 '대한민국 참토원'이란 브랜드로 수출하겠다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남편 박씨는 "제조업을 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서 17개
관계기관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매출액의 80%는 다시 재투자를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남편과는 철저한 분업 형태를 지키고 있다. 남편이 제조 기술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전담하
지만, 그중 홈쇼핑 판매 부문과 홍보는 아내의 몫이다. 김영애는 "상명하복에 충실했기 때
문에 싸우지 않고 잘 해나가는 것 같다"며 웃는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배우는 어찌 보면
나만 잘하면 되는 직업이다. 내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사업을 키운 만큼 이제 나도 다
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기 때문일까. 김영애는 작년 부산 수해지역에 비누 5천만 원어치를 내
놓았고, 최근엔 결식아동을 위해 5천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사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
다는 의사도 넌지시 밝혔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발명특허를 자축하기 위해 9월 3일 꾸준히 거래해온 LG홈쇼핑을 통해 고
객사은 행사를 펼친다. "프로모션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번엔 우리 회사를 이만큼
키워준 고객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라며 사업가다운 발언도 한다.
"소수에게만 선물이 돌아가는 경품 행사는 하지 않는다. 5-6개월 쓸 수 있는 입욕제품이 9만
9천원인데 이를 선뜻 사지 못하는 게 보통 주부들"이라며 "이들에게 모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익을 남기지 않는 가격에 총 14억 원 어치의 상품을 준비했다.
그의 꿈은 황토타운을 건설하는 것. 황토로 만들어진 집, 찜질방 등 건강에 좋은 황토를 이
용해 말 그대로 하나의 '작은 도시'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전북 격포에 이미 3만여 평의 부지
매입에 나섰다.
"처음엔 50여명의 직원을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지요. 한 명당 4인 가족으로 계산해도 2
00여명의 가족이 참토원의 성공 여부에 따라 먹고 사는 것이 결정되는 것이잖아요. 이젠
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기 위해 주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연기자가 아닌 사업가로 변신한 김영애의 한마디 한마디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당당해 보
였다.
연기에 대한 미련은? "참토원 대표이사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말로 대답을 대
신했다.
김가희 문화부 기자 | kahee@yna.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