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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인 회

LG그룹 창업자

남들이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여 성공하면 그것보다 값진 일이 어디 있겠느냐.
5,000석을 수확할 수 있는 토지를 소유한 집안의 장남, 조부가 과거시험에 급제하여 홍문관 시독관을 지냈던 터라 구교리댁으로도 통하기도 했던 집안내력, 그리고 사 농공상(士農工商).
그 같은 집안에서 장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집안 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구인회는 장사를 선택했다. 그것도 집안소유의 논밭을 담보로 8천원이라 는 거금을 빌려서 시작한 장사였다. 보수적 가정에서 태어나 한학을 익히던 구인 회가 장사를 선택하게 된 것은 김해 허씨와 결혼, 허씨 가문과 접하면서 온 사상적 변화의 영향이 컸다.
그가 선택한 첫 사업은 1931년 진주에서 문을 연 구인회상점. 1941년에는 이를 주식회사 구인상회로 발전시키더니 해방이 되자 부산으로 사업 터전을 옮겨 조선흥업 사를 설립(1945년), 무역업 허가를 얻는다.
이 무렵 고향 승산마을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만석꾼 허만정 공이 일본 유학에 서 돌아온 아들 허준구(許準九)를 대동하고 그를 찾는다.
"사돈의 역량을 익히 알고 찾아온 것이니 내 아들 준구를 밑에 두고 사람을 만 들어 주소. 나도 사돈 사업에 출자 좀 할 생각이오." 이것이 2004년 6월까지 57년간 이어져 온 LG의 구ㆍ허체제의 시발점이었다.
LG그룹은 LG의 공식적인 출발을 1947년 1월 락희화학의 설립으로 삼고 있다. 럭키라 는 상표를 처음으로 선보인, 럭키표 크림이 생산되던 시기가 LG그룹의 태동기인 셈 이다. 당시 럭키표 크림은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제품으로 3년만에 3억원의 이윤을 올렸 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크림의 성공으로 사업에 자신을 가진 구인회는 여세를 몰아 플라스틱제품을 생산하기 에 이른다. 미국에서 사출기를 들여와 1952년 9월부터 플라스틱 빗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은 역시 불티나게 팔렸다.
금성사 라디오는 정부의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 시행 덕에 급성장했다
플라스틱 사업은 당시 크림통 뚜껑이 파손되어 반품되는 양이 많아지면서 그 해결책으 로 찾아 낸 아이디어였다. 플라스틱관련 자료를 구하면서 플라스틱 산업의 유망성을 확 인했던 것이다. 구인회는 플라스틱 사업에 진출하면서 형제들을 이렇게 설득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민의 생활필수품은 절대 부족한 실정인데 이런 생활용품을 생산해 내는 것도 애국하는 일이다."
이후에도 LG는 계속해서 전국민형 상품을 쏟아낸다.
1955년 3월 선보인 그 유명한 '럭키표 치약'을 시작으로 ‘하이타이’, ‘트랜지스터라 디오’, ‘TV수상기’ 등 오늘날 LG가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줄줄이 터진 것이다.
특히 럭키치약은 오랫동안 국내시장을 독점하면서 LG의 중요한 기반 역할을 해왔다. 또한 1966년에 국내 최초로 개발 생산한 가루비누 '하이타이'와 Tv수상기, 1969년 2월 국내 최 초로 생산한 세탁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LG의 큰 축이었다.
전자부문으로 사업전환 역시 성공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자사업의 성공은 럭키치약이 나 하이타이의 성공과는 그 차원부터가 다른 것이었다. 치약 등 일반 소비재가 아이디어 중심으로 출발한 사업이었다면 전자사업은 명실공히 기술을 필요로 한 사업이었던 것이다. 그 것은 기업의 위상까지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첨단 제품이던 라디오를 생산하기로 단안을 내리고 금성사를 설립한 것이 195 8년이었다. 설립초기부터 국산 라디오 생산 준비를 하여 1959년부터 생산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외제 선호경향 탓에 판매에서는 당장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선풍기도 직접 개발 생산했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그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온다. 5.16 이후 정부의 밀수품 단속이 시작되면서 밀수품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이 전개되었다. 그것은 금성 사에는 절호의 기회였고 실제로 라디오는 품절 될 정도였다.
당시의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1961년 우리 나라 라디오 수신기 대수가 약53만대였음 에 비하여 1974년에는 556만대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당시 금성 라디오의 인기는 최고였 고 경쟁 상대도 없었다. 때문에 당시 팔린 대부분의 라디오가 금성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1966년 8월 국내 최초로 흑백TV를 조립, 생산하면서 금성은 라디오와 똑같은 또 한 번의 성공을 맛보게 된다. 성공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1955년 첫 선을 보인 럭키치약은 초창기 LG의 대표상품이었다. 이마트는 최근럭치키약과 미원 등을 20세기 한국을 빛낸 생활용품과 가공식품으로 선정했다
다른 대기업의 성장과정에 비하면 LG는 비교적 큰 어려움은 없었던 사업 행로였다고 할 수 있다. 구인회의 사업 초기 ‘구인회 상점’시절, 폭우로 진주 남강이 넘치는 바람에 창고에 쌓아두었던 비단과 광목을 모두 버려야 했던 일이 큰 고비였다면 고비였다. 당시 그 사고로 구인회는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날려야 했다. 하지만 구인회는 그래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 , 잘 할 수 있는 일은 장사밖에 없다고 판단,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재기의 터전을 마련하게된다.
그리고 가을이 되자 무늬가 없었던 당시 광목이나 비단에 무늬와 문양을 넣은 상품을 내놓으 면서 광목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다. 빌렸던 돈을 모두 갚으며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한 것 이다.
또 하나 LG에는 중요한 행운같은 것이 있다. 1950년 전쟁당시 LG의 터전이 부산이었다는 사실 이다. 전쟁이 서울에 터전을 두고 있던 많은 기업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면 LG는 적어도 그 같은 천재지변은 피할 수 있었고, 그것은 LG에 상당한 행운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구인회는 삼성 창업자 이병철과도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는 특별한 관계이다. 구인회가 결혼한 이듬해 지수보통학교에 편입하여 3년간 초등교육을 받을 때 이병철과 같은 반으로 공부한 것 이 그 하나이고, 사돈관계로 이어진 것이 둘이며, 1964년에는 삼성과 금성이 손을 잡고 서울 방송이라는 라디오와 동양방송이라는 TBC 텔레비전 방송국을 개국한 것이 그들의 큰 세 가지 특별한 인연, 그것이다. 이들은 후에 서로 소원한 관계로 막을 내리지만 그들은 동향으로서 때로는 협력과 경쟁관계를 거치며 한국 최고기업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구인회는 늘 앞서가는 그 무엇을 창조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만든 한국 최초의 것들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자 화학 분야에서의 많은 기록들이 이미 197 0년대에 금성사와 럭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스스로 “남들이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여 성공 하면 그것보다 값진 일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했다. 그 큰 사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수없이 있었겠지만 구인회는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전환시키며 성장해온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오늘의 LG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물론 그 도전은 나 름의 정확한 통찰력이 바탕이 되었고, 때문에 그가 했던 대부분의 사업들은 성공할 수 있었다.

임순철 객원기자| top@istor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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