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통
두통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발생한 요통과 함께 기나 긴 역사를 가지며
아직도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이다. 또한 두통은 발열과 형제지간이며 어지
럼증과는 사촌지간이다.
만약 국가나 회사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만성 두통을 앓고 있다고 가정하자. 먼저 업
무능력이 크게 감소하여 각종 대소사의 판단이 흐려질 수 있으며 여러 모임에서 본의
아니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어 상대방에게 큰 실례를 범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편적인
내용을 설정해본 것으로 실제 두통으로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이다.
두통의 형태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어떤 고3 학생은 월요일 등교시간만 되면 두통과 복통이 발생하며 여성들은 배란기 때
두통과 미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뇌막염이나 뇌내 출혈은 격심한 두통을 발생시키며
편두통은 대체로 일정시간 반복되는 주기성을 띤다. 한편 두통은 머리나 목 주위의 혈
관의 수축이나 근육의 긴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또한 많은 경우에서 분노나 우울증
과 같은 정서적 요인과도 연관되어 있다.
항시 밝은 기운을 유지해야 하는 머리는 오장육부의 정기가 이곳으로 향한다 하여 정명
지부(精明之腑)라 명명한다. 또한 모든 양(陽)의 경락이 모이므로 머리는 서늘하게 하고
음(陰)의 경락이 흐르는 배와 발은 따뜻하게 해야 한다.
두통의 원인은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말답게 담(痰)이 가장 많다. 그 외 화열(火熱
), 기허(氣虛), 혈허(血虛), 식울(食鬱)등으로 발생한다. 이제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두
통을 살펴보자.
먼저 담궐(痰厥)두통이다. 이는 두통이 있을 때마다 양 볼이 푸르면서 누렇고 어지럼증이
있으며 눈을 뜨려 하지 않고 말하기를 싫어하며 몸이 가라앉는 듯이 무겁고 속이 메슥거
리고 토하려고 한다.
열궐(熱厥)두통은 두통과 함께 발열이 있고 가슴이 답답하여 겨울에도 시원한 것을 좋아하
고 찬바람을 쏘이면 잠깐 그쳤다가 다시 따스한 곳에 들어가거나 난로를 보면 통증이 또 시작한다.
기허(氣虛)두통은 특히 과로할 때 두통이 심해지고 평소에는 은근한 통증이 계속된다. 그리
고 항시 잠을 많이 자며 손발이 찬 것이 특징이다.
혈허(血虛)두통은 눈썹주위가 아프고 어지럼증을 함께 호소한다. 또한 오후에 통증이 심
하며 얼굴이 창백하며 가슴이 잘 두근거린다. 담이 성한 태음인중에서 자꾸 눈썹주위를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있다. 이는 미릉골통(眉稜骨痛)이라 하여 습담(濕痰)이 쌓여 눈자위
가의 뼈가 아프고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증상이 함께 있다.
이처럼 복잡한 원인의 두통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는 없을까?
우선 목 주위의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목은 머리와 몸통을 연결해주는 다리
와 같은 존재로 수화(水火)가 오르내리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목이 굳어 있으면 기혈 순환이
원할 하지 못해 두통이 심해진다.
뒷목주위를 잘 풀어주면 통증이 경감되며 특히 귀 뒤쪽의 풍지혈이나 관자놀이에 위치한
태양혈을 눌러주면 효과가 좋다. 또한 만성두통이 있는 사람은 그늘에 적당히 말린 들국화를 베개 속에 넣고 자면 매우 좋다. 끝으로 카페인 음료를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공복 시의 흡연은 두통에 해롭다.
김 용 복
세종한의원 원장
한의학 박사
광진구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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