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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미국경제
반등 분위기 무르익었다지만...


뉴욕증시 - 잇따른 악재
'주여, 여름은 참으로 길었나이다'라는 시가 있지만 뉴욕증시 투자자들에게 올 여름은 정말 힘든 계절이었다. ‘서머 랠리’는커녕 7월을 시작할 때 2,000 포인트를 넘었던 나 스닥 종합지수가 1,900 포인트에 이어 1,800 포인트까지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은 바닥이 어 딘지를 고민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
여름 증시를 기진맥진하게 만든 ‘원 투 펀치’는 고유가와 미국경제의 부진 양상이었 다. 여기에 끊이지 않는 테러 위협과 아테네 올림픽, 공화당 전당대회, 9?11 테러 3주년 등 대형 이벤트들이 사고 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크게 호전됐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맞아 아예 노 동절 연휴를 구실로 시장을 떠났던 거래인들이 복귀해 그 동안 미뤘던 매수를 재개하면서 나스닥 지수는 1,900 선을 거뜬히 재돌파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9월 둘째 주까지 5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유가의 상대적 안정에다 미국경제의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침체)’가 곧 극 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경제지도자들의 자 신감 표명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희석된 것이 이 같은 상승세의 바탕이 됐다.
전통적으로 9월은 뉴욕증시에서 가장 실적이 저조했던 달로 꼽히지만 9월 중순까지의 흐름은 이러한 역사적 궤적과는 반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증시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그 동안 여러 악재와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과매도 상황이었던 주식시장이 반등의 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10월 이후의 증시 향방을 좌우할 변수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전히 불확실한 것도 사 실이다. 물론 유가와 FRB의 금리정책에서 돌발 변수가 등장한다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 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가정할 경우 역시 기업수익과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주가 의 향방을 판가름할 결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기업수익에 관한 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수익 자체보다는 향후 경영환경에 대한 기업들 의 예측과 분석이 더욱 중요한데 이미 반도체 업체 인텔을 비롯한 주요 기업이 시원찮은 실적 전망을 내놓아 증시에 타격을 안긴 바 있다.
10월 들어 본격 발표될 3/4분기 실적도 그 동안 기대 이상의 실적에 너무나 익숙해진 투자자 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기업실적 분석 업체인 퍼스트 콜은 3/4분기 기업 실적이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평균 14.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만한 실적도 나쁜 편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런 예상대로라면 5개 분기 만에 처음 전년 동 기 대비 수익 상승률이 20%를 밑도는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실망을 자아낼 것은 자명한 일로 보인다.
미국경제 역시 그린스펀 의장 등의 자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단시일 내에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이 61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월례 조사에 따르면 3/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중간 값은 3.7%로 전달 조 사 대의 3.9%에 비해 0.2% 포인트 낮아졌다.
또 4/4분기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 역시 4.0%로 지난달의 4.1%에 비해 0.1% 포인트 하향됐 다. 이밖에도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보다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조사가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결국 10월 이후에도 증시에 큰 기대를 걸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그 동안 증시가 너무 저평가됐기 때문에 조그만 계기라도 마련되면 반등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투자업체 오펜하이머의 마이클 메츠 분석가는 “기본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은 양호하고 주 식시장은 지난 몇 달간 여러 차례 급락의 위기를 맞았으나 잘 견뎌냈다”면서 “이제는 반등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지적했다.


부시의 경제정책을 규탕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뉴욕시민들
주요 경제지표 - 위축된 소비심리
9월 들어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대부분 미국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으로 억제되고 있고, 고용상황이 미약하나마 개선 조짐을 보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초 3%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그나마 0.2% 포인트가 더 깎인 2.8% 포인트로 수정됐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전체 성장률이 4%에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관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성장에 이처럼 제동이 걸린 데는 유가 급등 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특히 저소득 계층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들 역시 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8월 소매 판매는 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자동차나 소매 유통업체들의 판매실적 도 둔화되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8월 소비자 신뢰지수 역시 98.2로 전달의 105.7은 물론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져 고유가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음을 반영했다.
이밖에 공급관리연구소(ISM)의 제조업 지수와 산업생산 등 생산관련 지표 역시 아직도 견조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잘 억제되고 있어 물가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소 비자물가지수(CPI)가 0.1% 하락한 데 이어 8월 생산자 물가지수(PPI) 역시 같은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또한 8월 신규고용도 14만4천 개 늘어나 15만 개 증가를 예상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반적인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고 실업률 역시 5.4%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와 같은 고용시장의 회복과 부동산 시장의 강세 등에 힘입어 미국경제가 일시적 침체에서 벗어나 견인력을 회복했다고 재차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월가의 일부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의 재회복에 대해 그린스펀 의장이 과도하게 낙관한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경제현안 - 금리인상 언제까지?
6월과 8월 두 차례 연속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인상했고 9월에도 또 한 차례 같은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FRB는 이후에도 궁극적으로 ‘중립적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도 그런 방침을 시사해 왔다.
사실 46년 만에 최저 수준인 연 1%의 금리는 누가 보더라도 지속될 수 없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린스펀 의장도 이 같은 원칙론적 견해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표명해 왔다. FRB를 포함해 모든 중앙은행이 추구하는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지도 않는 ‘중립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수준을 중립적인 금리로 간주할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거기에 도달할 것인 지 등이다. 샌드러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5%를,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5~4.5%를 중립적인 금리수준으로 각각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언급은 FRB가 기준금리가 적어도 연 3%에 도달하기까지는 금리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시사로 받 아들여지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FRB가 이와 같은 중립적 수준의 금리에 도달하기 위해 2단계 금리인상 행보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끈다. 우선 1년여 동안 1%에 머물러 있던 연방기금 금리를 이러한 ‘비상사태’ 수준에서 2% 정도로 올리고 상황을 지켜본 뒤 2차로 중립 수준 까지 추가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에 의한다면 연내에 2%까지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점은 거의 분명해 보이고 내년 상반기에도 2.5%까지는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상황을 봐가며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2~2.5%의 금리는 경제가 안정을 찾고 인플레이션 조짐이 있으면 추가 인상될 수도 있고 경기가 침체될 경우에는 재인하될 수도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물론 FRB는 이런 2단계 금리 인상론을 공식 언급한 적이 없고 따라서 경제상황에 따라 이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금리인상 보폭을 조절할 수 있다. 월가의 민간 이코노미스트들 가운데 상당수는 FRB의 경기판단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경제가 재 침체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금리인상 속도를 좀더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FRB는 현재까지는 이 같은 주장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왕훈 뉴욕 특파원 |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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