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이주통로 실크로드
갈수록 한족과 중국물건 많이 들어와
옛모습 거의 잃어
저 멀리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지에 떨어져 있는 위구르인들의 도시 카스(喀什)는 이제 오지
의 변방도시가 아니다. 지난 수천 년간 눈 덮인 파미르 고원과 톈산 산맥을 넘어 키르기즈와
타지키스탄, 파키스탄으로 향하던 여행자들이 쉬어가던 길목의 이 오아시스 무역도시 카스
는 중국의 지배 하에 들어간 지 55년인 지금 옛날의 모습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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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해주는 실크로드 교역로인 카라코람. 사진은 노상의 행상인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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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철도와 도로, 항공편의 연결. 중국 당국은 신강위구르 자치
구의 성도인 우루무치에서 동쪽으로 1천500㎞ 떨어진 이곳을 5년 전 철도로 연결했으며 이
후 한족 중국인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카스의 기차역에는 하루 두 편의 철도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우루무치와 매일 20편의 왕복 항공편이 운항된다.
정부 공식 통계로는 인구 20만의 이 도시 인구 중 위구르인이 90%에 달하나 실제로 시가지
를 돌아보면 중국인 비율이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중국이름을 양
이라고만 밝힌 한 위구르인 국수 노점상은 “갈수록 한족과 중국 물건이 많이 들어온다”면
서 10년 전만 해도 한족이 매우 적었다고 말했다.
종족간 갈등 심해
중국인들의 유입은 이 지역의 문화나 풍토와 관련 없는 마구잡이 콘크리트 건물을 대거 들
어서게 해 이 건물들은 카스의 옛 시가지들을 에워싼 채 시 전역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가
됐다. 이제 시가지에는 노래방과 번쩍거리는 조명의 식당들, 중국의 중소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싸구려 물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동시에 인민광장을 굽어보는 마오쩌뚱의 동상 너머에는 전통적인 진흙 벽돌집들이 낡은 시
가지의 좁은 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성냥갑처럼 포개져 사다리를 타
고 올라가야만 하는 집들로 이뤄진 동네를 만난다.
시장에서는 위구르의 전통적인 모자를 쓰고 한담을 하며 양고기 꾸미로 맛을 낸 국수 한 그릇
으로 요기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히잡을 쓴 아낙네들은 오가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
며 강한 향신료로 양념한 양고기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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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북서쪽 시리크로드를 따라난 Yangguan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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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인들이 전통적으로 이슬람 율법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이라도 하듯 히
잡을 하지 않은 여성들도 많다. 온몸을 감싸는 의복인 부크라를 걸친 여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구 시가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종 길거리
에서 종족간 난투극이 벌어질 정도로 내연하고 있는 갈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택
시기사를 하는 위구르인 청년은 “중국인과 위구르인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따로 어울린다”고
말했다. “위구르인들은 중국인들의 장소나 디스코장에 갈 수 없다”고도 말한다. 전통음악을
재즈 식으로 편곡한 음악이 흐르는 한 싸구려 바에서는 젊은 위구르 청년 두 명이 춤추고 있
었으나 중국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 번이나 독립 선포
신강지구는 역사적으로 위구르인과 몽골, 카자흐, 티벳, 중국인 등 다양한 민족의 지배를 겪
은 곳이다. 19세기 서구 식민주의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영국과 러시아도 이곳에 진출해 분할
정책을 폈다. 신강지구는 1870년대에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된 이후 1930년대와 40년대에 동 투
르키스탄으로 두 번이나 독립을 선포한 적이 있다.
소련의 붕괴 이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 타지키스탄의 독립은 자결에 대한 이 지역의 열망
에 다시 불을 댕겼다. 1990년대 내내 위구르인들은 분리 독립을 외치며 투쟁했고 중국의 잔인
한 탄압이 뒤따랐다.
이제 이 지역에는 도시건 시골이건 중국 경찰이 대거 배치돼 있다. 지난 7월 앰네스티 인터
내셔널은 중국이 위구르인들을 억압하기 위해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원 국제뉴스부 기자 | maroonj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