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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기업 구인난, 유학생 취업난
전력난과 인력난 가장 큰 고민



경력사원은 경쟁사의 ‘표적’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반면 한국 유학생들은 현지에서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 주요도시에 소재한 한국상회에 따르면 화동권과 남부 광둥성 지역에 진출한 한국기 업들의 경우 공장직 노동자 구인난이 심화돼 조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상하이 배후로 섬유와 완구품 제조단지로 유명한 쿤산시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경우 적정 인력의 20% 정도 가 부족한 실정이다.
완구제품을 생산하는 K사의 사장은 “생산직 직공을 구하지 못해 정상적 조업이 어려운 실 정”이라면서 “전력난과 함께 인력난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계속 구 인광고를 내고 있지만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러시를 이루는 바람에 일자리가 넘쳐나 찾아오는 직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생산직 직공을 구하지 못해 정상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가 꾸준히 올라 저렴한 인건비를 보고 중국에 진출한 일부 업체들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진출 12년째인 이 사장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며 혀를 찼다. 1992년 한ㆍ중 수교 직후 이곳에 올 때만 해도 직원 1인당 우리 돈으로 4만 원 정도인 270위앤을 주고도 직원들 이 넘쳐나 골라서 채용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90년 중반 인근 지역에 일본이나 싱가포르 회사들이 들어서고 중국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이 났다”며 회사를 하루 이틀 나오지 않아 수소문해 보면 어느새 옆 공장으로 직장을 옮긴 뒤였다. 게다가 1년 이상 근무해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직원들은 인근 경쟁사들의 ‘ 표적’이 되는 바람에 갈수록 상황이 열악해졌다. 이를 막기 위해 임금을 높여주면 원가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그는 “과거에는 직원들이 나를 우러러봤는데 이제는 내가 직원들을 떠받들고 있는 상황”이 라면서 “하지만 잘 해주고, 또 잘 해줘도 새로 생긴 경쟁업체들이 조금만 임금을 올려주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 데야 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구인공고만 나면 구직자들이 회사 정문 앞에 장사진을 치는 일은 이제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상하이시를 비롯해 장쑤, 저장성 정부는 올 들어 최저임금을 대략 10% 내외 인상했다. 이 바람에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일부 국내 임가공 업체들이 고통 을 받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대비해 일부 기업은 더욱 더 내륙으로 들어가고 있다. 특히 쿤산 등 과거 완 구와 봉제품이 주류를 이뤘던 산업지역에 최근 첨단산업 조성 붐이 일어나면서 중국 지방정 부에서도 전통산업은 웬만하면 자리를 비워주길 원하고 있다. 양쯔강에서 멀면 멀수록 물류비 용이 가중되고 있지만 싼 인건비를 찾아 이제는 양저우 등 내륙에 가까운 지역까지 밀려들고 있다.
하지만 내륙으로 들어간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도회지로 젊은 인력들이 빠져나 가는 바람에 쓸만한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돼버렸다. 여기에 이른바 3D 업종을 기피하는 새로운 현상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의 송창의 대표는 “중국으로 진출하는 외국기업이 급증하는 상황에 서 한국기업들이 구인난을 겪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지만 상황이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면서 “지역 상회와 무역협회 등 공적기관이 함께 효율적인 대책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력 검증 안된 한국유학생
기업들의 인력난과 대조적으로 중국에서 공부한 한국 유학생들의 현지 취업난도 갈수록 심화 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 러시를 기회로 최근 한국학생들이 중국으로 쇄도하고 있지만이들 에게 맞는 일자리가 사실상 전무한 편이고, 한국기업들은 유학생들을 활용할 용도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대학들에 따르면 각 대학에 재학중인 한국 유학생(본과생과 대학원생, 언어연 수생 포함) 수는 모두 4천여 명. 이 가운데 본과생은 푸단대에 559명, 차이징대에 341명, 자 오퉁대에 156명, 외국어대 96명 등 총 1천500여 명이다. 올 7월 약 300여 명의 본과 학생들이 졸업했지만 이들의 취업상황이 매우 저조했다.
이런 상황은 화동권에 속한 난징이나 항저우 등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푸 단대의 한 학생은 “주로 한국기업에 취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석ㆍ박사 졸업생을 선호하고 있어 본과생들의 취업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요기업들은 그동안 일부 본과 졸업생들을 선발했었지만 문화적 괴리와 중국직원 주재원들 과의 갈등 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본과 졸업생보다는 오히려 중국학생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한국 유학생들에게 지불해야 할 인건비에 비해 그만한 성과를 낼 수 없 다는 점에서 채용을 꺼리고 있다. 또 본과생들 대다수가 사회경험이 없어 인재로 키우기 위한 교육시간을 따로 할애해야 하는데 당장 생산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
졸업생들이 기업의 요구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D기업은 이른바 ‘지역전문가’ 를 키우기 위해 상하이 현지에서 학생들을 뽑고 있다. 애초에는 유학생들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상당한 기대를 했는데 막상 결과는 ‘별무소득’이었다. 선발조건으로 중국어와 함께 영어 구사능력을 함께 제시했는데 두 가지를 충족시킨 경우가 매우 드물었던 것이다.
일부 유학생들의 경우 한국으로 가서 취업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도 예비 취업인이 수백만 명 포진해 있는데 이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별로 많지 않다. 게다가 오래 외국생활을 하다보니 현지의 감도 떨어지기 일쑤다.
한 기업대표는 “중국에 유학와 본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사정에 어두운 데다 중국관련 지식이 중국학생들보다 부족한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검증이 제 대로 안된 한국 유학생들을 쓸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유학생들에게는 중국에서의 유학경험과 한국인이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특기개 발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바야흐로 차이나 드림을 일구기 위한 새로운 풍 속도가 유학생들 사이에도 전개되고 있다.

이우탁 상하이 특파원 |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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