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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들 '결혼 싫다'
아시아 부구(富國)들 낮은 출산율 고민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최근 들어 30, 40대 미혼여성이 부쩍 눈에 띈다
아시아의 부자 나라들이 낮은 출산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 가 49만3천여 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대만, 일본이 모 두 그렇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한 싱가포르 학자는 아시아의 인텔리 여성 들은 “결혼에 대한 신념을” 잃어버려 독신을 고집하거나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자녀를 낳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아시아연구소(Asia Research Institute)의 가빈 존스(Gavin Jones) 교수는 아시아의 결혼세태를 다룬 이 국제회의에서 “아시아에서 30, 40대 미혼여성 비율이 급 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여성 25%가 30세가 될 때까지 결혼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에서도 그 비율이 20%를 넘었다. 존스 교수에 따르면 인텔리 여성들은 혼자 살아가기에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재정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결혼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여성들은 이혼율이 크게 증가하는 세태를 보고 아예 결혼을 단념한다. 더욱이 결 혼을 하더라도 굳이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일은 꺼리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아시아 국 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출산율이 크게 낮아졌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국가 전체의 경제능력 인구가 줄어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우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대만과 싱가포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 해 현금보상을 하거나 감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각종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8월 출산율 제고를 위해 3억 싱가포르달러(미화 1억7천600만 달러) 상당 의 출산장려책을 발표했다. 이는 ▲아기를 갖는 부부들에 대한 세금 경감 ▲산모 출산휴가 3개월로, 1개월 연장 ▲아기 보육을 위한 외국인 보모 고용시 과징금 경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2003년 출산율이 여성 1명당 1.26명으로 떨어졌다. 싱가포르의 장기적 국 방과 경제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매년 5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나야 한다. 하지만 작년에 새로 세상을 본 아기는 3만6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인터넷 판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출산장려책의 후속 대책으로 기혼여성들이 회사에서 더욱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했다. 우선 임신한 여성과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기혼 여성들은 가족의 필요 에 따라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대책이 실효를 거둘 경우 여성들의 출산이 늘어날 것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지침과 실제 기업의 관행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족부양 휴가를 주는 민간기업은 10%에도 못 미치고, 육아수당을 지급하는 회사는 1.5%에 불과한 것이다. 또 탄력근무시간 혜택을 보는 근로자 역시 3.8%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출산율 제고가 시급하기는 대만도 마찬가지다. 대만 행정원 보건부는 젊은 부부들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8천400만 대만달러(미화 247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3개년 계획을 입안했 다. 현재 20∼39세 대만 여성 가운데 자녀가 2명 미만인 비율이 20%에 달한다.
대만은 2007년까지 이 비율을 15%로 낮출 계획이다. 또 기혼여성들이 30세 이전에 첫 아기를 낳고 둘째 아기는 35세가 되기 전에 가지도록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남성들에게 육아 문제를 돕도록 교육하는 한편, 기업들이 육아지원을 늘리고 기혼여성에 대한 복지혜택을 확대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인텔리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혼자 살아가기에 충분하 교육을 받았고, 재정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대만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1.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탈리아와 스 페인의 수준과 비슷하지만 미국(2.0)과 프랑스(1.9), 일본(1.3)보다는 낮은 것이다.
오래 전부터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일본은 여성들이 자녀를 기르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우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 록 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방정부에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05년도 예산에 6억 엔(미화 5천500만 달러)을 책정했다.
후생노동성은 현재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약 60개 지방자치단체를 선정, 각각 1천 만 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일본 야마가타 시는 육아시설과 가까운 곳에 개인컴퓨터 강습소를 개설했고 시즈오카 현은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내사업을 하는 개인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육아시설을 확충하는 데 주력해 왔으나 앞으로는 일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대책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이처럼 앞다퉈 내놓은 출산율 제고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 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성들은 고등교육을 받으면서 자녀를 둘 이상 낳아 대학까지 보낸 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부담스러운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더스가 경고했던 ‘인구폭탄’ 가설은 세계적인 출산율 감소 현상으로 빛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8년 유엔인구기금이 예측한 21세기 중반의 세계인구는 120억 명이었다. 그러나 유엔은 현재로선 90억 명 선에서 세계인구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인구증가 전망이 수십억 명씩 빗나간 이유를 여성들의 임신 감소세라고 분석했다.
여성들의 생활과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임신을 안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의 인구급증은 이제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중국의 출산율은 프랑스보다 낮아졌으며 1950년대 가임여성 1명당 출생아 수가 6명 선이었던 한국은 최근 1.17명 선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최재석 국제뉴스부 기자 |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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