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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ㆍ일 3국 FTA 경제적 득실 논란
실리 챙기는 협상력 발휘해야


경제 4다나체의주최로 개막된 '한-일 FTA 대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들이 한-일 FTA의 취약부분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ㆍ중ㆍ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과연 우리나라가 얻는 득실이 무엇이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EU(유럽연합) 중심의 국제질서에 맞서 동아시아 3강(强)을 경제공동체로 묶 는다는 '총론'에는 이의가 없지만 막상 '각론'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얻는 이득이 적고 오히려 양국의 협공에 밀려 본전도 못 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경제를 결속할 FTA 구성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은 인정 하더라도 "늦으면 낙오된다"는 조바심으로 협상을 서두르기보다는 보다 냉철하고 차 분하게 실리를 따져보는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 역내 헤게모니 갈등이 치열한 양국의 경쟁관계를 이용해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논의를 이끌어 가는 협상능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농업은 중국에 치이고
3국간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분야는 농업분야다. 빗장이 풀리 기가 무섭게 싼값을 무기로 밀려들어올 중국산 농산물에 토종 농산물은 고스란히 '안방'을 내줘야할 처지다.
농촌경제연구원 어명근 박사는 3국간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과의 농산물 교역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가 종전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02년 중국, 일본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가 10억8천400만 달러지만 3국간 FTA 체결을 가정하면 그보다 더 많은 13억5천700만 달러의 적자가 추가로 발생한 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교역에서 무역흑자가 고작 5천500만 달러 늘어나지만 대중국 무역적자는 무려 14억1천200만 달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교역하는 23개 품목 가운데 우리나라가 무역흑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 는 품목이라고는 과실, 견과류 단 하나다.
농업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점은 중국산 쌀 수입 문제다. 어 박사는 "중국의 쌀 생산비는 미국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FTA 체결로 중국산 쌀이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제조업은 일본에 밀리고
제조업도 무턱대고 FTA를 허용했다가는 벼랑끝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업종별 관세구조와 경쟁력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대다수 업종에서 자본과 기술 력을 앞세운 일본 공산품의 공세에 밀려 대일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고 성장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연구원 유관영 박사는 관세ㆍ비관세 장벽이 철폐되면 섬유. 의류와 철강. 금속 정 도를 빼고는 일본이 관세를 매기지 않는 자동차. 화학. 전기기계. 일반기계 업종에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크게 압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는 수출이 1.44% 늘어나는데 비해 수입은 30.55% 증가하고 일반기계도 수출증가 율이 수입증가율(27.81%)에 크게 못 미치는 1.52%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화학도 수출증가율(10.76%)이 수입증가율(22.53%)의 절반이 채 안되고 전기. 기계도 수출증가율(16.22%)이 수입증가율(18.01%)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3국간 국제분업체제가 활성화되면 그만큼 경제통합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지만 한국은 철강과 일반기계 등 일부 업종에서 해외생산이 늘어나고 국내 생산은 줄어들어 제조업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유 박사는 우려했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이어 한ㆍ중ㆍ일 FTA 논의로 사면초가에 놓인 한 농민이 속이 타는 듯 담배를 피우고 있다
◆ 경제이익 3국 중 가장 낮아
양국의 협공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만회할 방법이 별로 없는 점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중국에 밀리는 농업부문의 적자를 일본과의 교역으로 만회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일본이 잠식하는 제조업부문의 손실을 중국에서 충분히 보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한국이 따낼 수 있는 FTA의 과실이 3국 가운데 가장 적다는 분석과도 맞닿아있다. 산업연구원 유 박사는 지난 2000년 작성된 일본 경제기획청이 작성한 '정책효과분석리포 트' 자료를 인용, 한ㆍ중ㆍ일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는 경제적 후생효과(경제적 이익)가 178억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616억 달러)의 3분의 1, 중국(473억 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한ㆍ중ㆍ일 3국간 FTA가 반드시 양자간 FTA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것도 아니다. 3국 간 FTA 체결로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1.74% 포인트로 한ㆍ일 FTA(0.74% 포인트)보다는 크지만 한ㆍ중 FTA(1.99% 포인트)보다는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 실리 챙기는 협상력 발휘해야
동아시아 역내의 FTA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한국도 어차피 그 틀 안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한ㆍ중ㆍ일 3국간 FTA는 자칫 3국외의 국가에 대한 배타적 지역주의로 귀착될 소 지가 있는 만큼 미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으로서는 보다 냉철한 실리계산을 바탕으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뜨거운 감자'인 농업문제는 FTA 협상 추진에 앞서 국가 내부적으로 국론을 통 일하려는 정부 차원의 사전 정지노력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협상전략 상으로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국간 FTA의 속 성상 경제적 논리 외에 정치. 사회. 안보적 논리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뿐더러 다급한 쪽은 아시아의 맹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중국과 일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FTA 확대전략에 자극 받은 일본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을 우군화(友軍化)하기 위 해 한ㆍ일 FTA 협상을 서두르고 있고 중국도 일본은 제쳐둔 채 한국에 연신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껄끄러운 양국의 입장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이 적극적인 매개역을 맡아 협상력을 키워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지리적 근접성이나 무역구조 보완성을 이유로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공동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싱가포르와 아세안(ASEAN), 남미와의 FTA 추진도 나름대로 실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미국과 유럽연 합(EU)과의 FTA 추진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

노효동 경제부 기자 |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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