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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름 뜯어보기

한 기업의 이름은 무한한 철학적 의미와 경영이념을 담고 있다. 최근 들어 브랜드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명(社名)에 대한 중요성도 덩달아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사명 에서 탈피, 새로운 이념과 목표를 담아 재도약을 꿈꾸는 회사가 늘고 있다.


한 기업의 이름은 무한한 경영철학이나 숭고한 이념, 도달해야 할 가치나 목표 등을 담고 있다

창업정신의 뿌리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 심사숙고하듯 기업의 이름을 지을 때도 예외가 아니다. 귀에 익어 익숙해진 탓에 그 뜻을 새겨볼 기회가 없지만 한 기업의 이름은 무한한 경영철학이나 숭고 한 이념, 도달해야 할 가치나 목표 등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세 개의 별’을 뜻하는 삼성(三星). ‘삼’(Three)은 동양적 사고에서 나온 모든 숫자 중에서 가장 영원함을 상징하는 숫자다. 나아가 ‘성’(Star)은 우주적인 기운의 희망과 도 전, 성취를 뜻하는 말. 흔한 한자로 이뤄진 사명이지만 이 안에는 이처럼 무한한 기운과 뜻이 서려 있다. 브랜드명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삼성’은 최근 브랜드 가치가 125억 달러로 평가 되면서 세계에서 21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LG의 경우는 ‘럭키금성’의 이니셜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LG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때는 바야흐로 1947년.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이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하면서 장구한 역사가 이뤄지기 시작됐다.
그 후 LG는 1968년 ‘럭키’, 1983년 ‘럭키금성’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1995년 1월 1일 새로운 심벌마크와 함께 현재의 ‘LG’로 대대적인 변경을 선포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LG’라는 이름에는 초기의 창업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셈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39년 민족기업, 민족자본이란 자부심으로 사업의 터전을 일궈온 대림산업. 당시는 부림상회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뗐다. 하지만 1947년 독립된 조국의 부흥에 일익을 담당하고 광대무한한 발전을 도모하자는 뜻에서 현재의 대림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하게 된다.
때마침 이 회사는 토건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이 대부터 대림(大林)이라는 사명과 함께 ‘한숲’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게 됐다. ‘대림’의 한글풀이가 바로 ‘한숲’이기 때문 이다. 회사 측은 “대림이라는 두 글자 자체가 광대무한한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이는 대림 창업정신의 발로가 됐으며, 그 뒤 격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며 사업의 규모와 영역을 넓혀오는 동안 창업정신의 뿌리로, 기업문화의 표상으로 직원들의 마음에 자리 잡게 됐다. 다시 말해 ‘대림’의 정신은 쾌적함, 풍요로움, 광대무한함을 근간으로 하는 대림인의 정신적 지주가 돼온 것이다.
그런가 하면 ‘놀부’는 놀부의 심술이 사회적 악이 아닌 개인적 심리라고 재평가하면서 다 양한 사회공헌을 통해 역설적으로 토속적 이미지를 강조한 사명. 그밖에 이레전자, 이레피혁 등은 ‘이레’라는 종교적 이미지를 사명에 도입한 기업이다. ‘이레’는 하나님께서 예비 하셨다. 일곱째 날, 완성 등의 여러 가지 좋은 뜻을 담고 있는 말. 그만큼 사업이 번창하고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화 따라 영문 사명 인기
브랜드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 이와 더불어 사명(社名)의 중 요성도 새삼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사명에서 탈피, 새로운 이념과 목표를 담 아 사명을 변경하는 회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주)녹십자의 경우는 사명을 (주)녹십자홀딩스로 변경했다. 녹십자가 90년대 중반부터 사업부 문별 분사,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상아제약?경남제약 인수 등을 거쳐 2000년부터 지주 회사 체제로 전환했음을 반영해 지은 이름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
‘하나로텔레콤’은 하나로통신의 새로운 사명이다. 이 회사는 최근 시작한 시외전화 및 005 국제전화 서비스를 계기로 종합 통신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됨에 따라 새로운 기업통합 이미지(CI)를 선보이면서 올해를 흑자경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대해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하나로텔레콤의 역사를 새로 쓰는 날”이라며 대내외에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금호그룹 역시 기업의 이미지를 통합하고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대대적으로 사명을 바꾼 기업 중 하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란 이름으로 새 출발을 다짐한 것이다. “아시아나항 공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기업으로 인식됨에 따라 이 같이 결정했다”는 게 금호 측이 밝히는 변경 사유다.
1946년 달랑 택시 두 대로 광주택시를 설립, 사업을 시작한 금호는 1972년 금호실업을 설 립하면서 처음으로 고 박인천 창업회장의 아호를 따 금호(錦湖)를 사명으로 쓰기 시 작했다. 이후 계열사 이름을 금호로 통일해 왔으나 민항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글로벌한 이미 지를 강조하기 위해 ‘아시아나’라는 이름을 도입, 항공 계열사에 한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두 개의 명칭이 동시에 사용되면서 이미지 통합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 적이 잇따르자 대대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금호는 모처럼의 사명 변경을 계기로 박삼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제시한 ‘업계 최고 1등의 기업가치 창출’이라는 경영목표를 달성하 고, 세계무대로 새롭게 도약한다는 전략을 함께 수립했다.
그밖에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동양제과는 창사 47년 만에 처음으 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1956년부터 써온 기존의 사명을 (주)오리온으로 변경한 것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케이블 채널, 영화 상영 및 보급, 외식, 유통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오면서 과자 회사에 국한돼 있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모기업인 동양제과 사명을 바꾸기로 했다”면서 이는 결국 “체육복표 사업인수에 이어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경우 사명 변경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그룹의 모태인 동양제과 외에 바둑, 영화, 만화 등 케이블 9개 채널과 메가박스 영화관, 외식 체인업체인 ‘베니건스’, 편의점 ‘바이 더 웨이’, 프로 농구단 대구동양오 리온스 등을 갖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스포츠토토를 인수해 체육복표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한자로 된 사명을 영어로 바꾸면서 인지도 상승에 성공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제일제당에서 CJ로, 삼성전관에서 삼성SDI로, LG정밀에서 LG이노텍으로 변경한 회사들이 대표적인 예. 딱딱한 한자식 사명에서 탈피, 기억하기 쉽고 업체의 특성을 잘 나타내며 게다가 세계무대로의 진출까지 감안한 이들 영문 사명은 최근 들어서도 그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한자식 사명의 기업을 구시대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고, 친근하게 여기는 것 같지도 않다”며 “사명 변경으 로 이미지 제고에 성공을 거둔 업체가 있는 만큼 이런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한다.

사명 변경 효과 있나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는 기업의 사명 변경은 과연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코스닥 등록 기업의 경우는 사명 변경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굿모닝 신한증권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회사 이름을 바꾼 코스닥 기업은 월평균 14.7개(총 44개). 이는 지난해의 월평균 4개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들 회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사명을 바꾼 기업의 코스닥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은 사명 변경 공시일 당시 -1.3%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에는 1.3%포인트, 1개월 후에는 6.2%포인트를 기록,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회사 이름을 바꾼 기업의 초과수익률 역시 공시 일주일 후에는 -1.6%포인트였던 것이 1개월 후에는 3.1%포인트, 3개월 후에는 7.0%포인트로 꾸준히 상승했다. 사명 변경이 주가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비슷한 조사결과는 이외에도 간간히 발표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외환위기 이후 회사 이름을 바꾸는 상장기업이 많이 늘었 지만 주가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증권거래소 가 677개 상장사 중 상장 후 단 한 번이라도 사명을 변경한 적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한 적이 있다. 사명을 변경한 회사는 전체의 42.1%인 285개 기업. 이는 60년대 4개, 70년대 28개, 80년대 60개에 비해 90년대 180개, 2000~2003년 133개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사명을 바꾼 19개 기업의 주가 흐름을 조사해본 결과 오히려 떨어진 경우가 많아 사 명 변경의 의미를 무색케 했다. 이는 주가가 사명보다 기업실적에 의해 더 크게 영향받는 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신증권의 박동명 연구원은 이에 대해 “사명 변경은 사업확장, 기업 이미지 개선, 지역성 탈피 등을 위해 이뤄지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주가가 왜곡되기도 한다”고 지적 한다. 이어 그는 “코스닥 시장에서는 퇴출기준 강화에 따른 인수, 합병의 활성화로 새로운 기업이 생기거나 대주주가 바뀌면서 사명 변경이 빈번하다”며 “기업가치의 변화가 없는 사명 변경은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명보다 개별기업의 실적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영국의 유명한 세계적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강하고 영리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민감한 것이 살아남는다”라고. 중요한 것은 단순한 사명의 변 경이 아닐 것이다. 내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진정 변화하는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지금 우리 앞에 분명히 와있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onhapnews.co.kr

중소기업 작명 원칙

◆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사명
중견 건설업체 ‘울트라건설’은 사명에서 규모를 느낄 수 있으며, ‘기가텔레콤’은 대형 통신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기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 친근감을 주는 사명
‘현주컴퓨터’는 친근감을 주는 사명으로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친근한 회사라는 경영이념을 나타내고 있다. 나아가 이 회사는 친근한 컴퓨터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i-frien d’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젊은 감각의 내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좋은사람들’은 사명을 통해 젊은 기업임을 강조하 며 이에 따라 친근하게 소비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브랜드=사명
‘쿠쿠’가 대표적인 예. ‘성광전자’로 출발한 이 회사는 브랜드 ‘쿠쿠’의 성공적 시장진 입으로 회사이름을 아예 ‘쿠쿠전자’로 변경했다. ‘쿠쿠’는 요리(Cook)와 뻐꾸기(cuckoo)의 합성어로 맛있는 요리를 기대하는 마음을 형상화해 개발한 자체 브랜드.
초기부터 사명을 브랜드로 활용한 경우도 있다. 국내 헤어 드라이어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 는 ‘유닉스전자’가 그 예로 이 회사는 전략적으로 ‘유닉스’ 브랜드를 밀어붙여 네 종류의 밀리언셀러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 사업영역을 연상시키는 사명
수산물 전문기업 ‘바다원’은 바다식품과 한자 ‘元’(으뜸 원)을 합성한 사명을 사용하면서 바다식품 전문기업임을 나타내고 있다.
귀금속 전문업체 ‘골든듀’도 ‘금’을 연상케 하는 단어를 사명으로 활용했다.

◆ 창업자의 철학을 강조한 사명
한국형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인 ‘놀부’가 좋은 예다.

◆ 기타 독특한 사명
‘로커스(LOCUS)’는 라틴어로 정상, 정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사명. 전 세계 어디서나 발음이 쉬워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데 유리한 이름이다.
‘인크루트’는 한자 ‘사람 인’(人)과 영어 ‘채용(recruit)'를 결합한 이름. 취업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서 사람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를 표현해 고객에게 믿음을 준다.
‘하우리’는 ‘하늘 아래 우리가 있다’의 줄임말로 기업의 자신감을 표현한 이름이며, 영어 로는 ‘HOW’를 연상케 한다.

* 자료 : 중소기업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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