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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버블'의 늪 나오며 부활 전주곡
유망 외국기업들 공격적 투자 줄 이어


내년 3월, 세계박람회를 여는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부활의 몸짓으로 분주하다. 일본경제를 고통의 늪으로 몰아갔던 버블 붕괴의 주요 주역이었던 부동산과 유통업에도 투자가 다시 늘고 있는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도쿄 등의 건물을 매입해 재개발에 시동을 걸었고 바닥을 헤매던 땅값은 얼어붙은 땅을 차고 반등중이다. 일본최대 건설회사인 시미즈 건설이 내년 상반기까지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빠른 시간에 일본 부동산 시장이 부활하느냐는 것이 과제라는, 일부 성급한 장밋빛 청사진이 우려될 만큼 일본 부동산 시장은 10년이라는 오랜 침묵에서 깨어나 움직이고 있다.

아파트, 상가, 호텔 도쿄시내 곳곳에 지어져
일본 부동산 시장 부활의 전주곡은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 시내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아파트, 상가, 호텔 등이 곳곳에서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건설사업에는 최대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골드만 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 업계의 명가 칼라일 그룹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밝혀 주목된다.
또 혀샤넬, 구치, 티파니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들도 대로변에 빌딩을 짓기 위해 165억∼170억 엔이라는 거금을 들여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 샤넬은 불량채권으로 속을 썩였던 다이에 그룹, 구치는 재무지표를 강화하려는 긴테쓰 그룹의 보유 토지를 이미 구입해 일본 경제의 호황을 예견케 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기업들도 사무실과 빌딩을 짓기 위해 토지매입에 나서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노후화된 공장시설들을 교체하고 있다. 가격이 저점일 때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심리도 건설경기 회복의 촉매제로 보인다.
호화로운 긴자 거리에서 명품 의류매장 앞을 지나고 있는 행인들. 긴자는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패션거리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3 회계연도(2003.4～2004.3)에 일본의 50대 건설업체들 주문이 0.1% 증가한 12조5484억 엔(1천150억 달러)를 기록해 6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처럼 도쿄 중심부인 긴자를 중심으로 빌딩공사를 진행중인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경기흐름에 맞춰 사무실 빌딩들을 고급 거주지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퇴근이 용이하고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중장년 중심의 경제적 능력이 있는 계층이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 아사히’와 HSBC 증권의 분석은 아직도 우려에 가까운 지적의 고삐를 늦추고 있지 않는 듯하다. 도쿄 긴자를 비롯한 상업지역의 토지가격이 ‘미니 버블’을 떠올릴 만큼 급속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6년 경 평당 3천500만 엔(약 3억5천만 원)으로 최하 수준을 기록했던 대로변 1급지의 토지가격이 최근 7천만∼8천만 엔까지 올랐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토지거래 활황이 도쿄의 경우 긴자를 비롯해 지요다, 주오, 미나토, 시부야, 신주쿠 구 등 기반시설이 잘 돼 있는 중심 상업지역에 특히 거래가 몰려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금리 1.6% 대출은 5∼6%대의 수익률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점과 지역적인 특수성을 감안한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부동산 버블을 경험했던 일본으로서는 특히 도쿄 중심부의 부동산 가격상승이 예사롭지 않게 비춰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91년 최고정점 후 끝모를 추락
일본 버블경제는 80년대 일본경제 최대 호황기 때 일본 내 기업과 정부, 그리고 금융권 자금이 기술투자보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몰리게 되면서 실가치보다 높이 거래돼 버블이 발생하게 됐다.
엔화 가치의 절상은 부동산과 주식의 폭락을 가져온 것으로 집약할 수 있고 특히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일본 버블경제의 주범으로 떠오른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거품은 84년부터 발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도쿄를 포함한 일본 6대 도시 상업지가의 평균가격이 85년(9월=100) 기준일 때 84년까지만 해도 86.4를 기록하면서 완만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85년을 기점으로 87년 201.4, 90년에는 374.6을 기록했던 것이다.
또 일본경제 버블 원인의 분기점을 지난 87년 10월 뉴욕 주가 대폭락을 일컫는 블랙 먼데이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뉴욕 주가폭락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공황 발발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고 미국은 세계주요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 공급을 늘리도록 압박했다.
당시 일본은 미ㆍ일 정상회담 이후 1988년과 89년 상반기까지 금리에 손을 대지 못했다. 이미 이때 일본은 거품이 양산되었던 시기다. 89년 5월 콜금리를 2.5%에서 3.25%로 높였으나 투기바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1990년 거품이 터질 때까지 계속된 것이다.
주가의 경우 89년 정점을 기록하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락세로 반전했다. 땅값은 주가 보다 늦게 떨어졌지만 91년 최고정점 이후 끝모를 추락으로 일본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가격 등락률, 융자 비율, 금리의 상관관계
우리의 국내 부동산 시장도 1991년 이후 급격하게 무너진 일본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유사성이 있다. 우선 가장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게 지역적 유사성이다. 일본의 가격폭등은 도쿄의 국제금융센터화 바람을 타고 출발한 뒤 도쿄 중심부를 시작으로 급격하게 도시 전체와 지방으로 확산됐다. 우리의 경우도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인근 분당 등 신도시로 번지다가 급기야 지방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일본의 패턴과 흡사한 면이 없지 않다.
일본은행이 조사한 일본 부동산 가격 등락률 추이에 따르면 일본은 1984년부터 87년까지 각각 3%, 2.4%, 2.6%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1987년부터 급격하게 가격상승을 기록하다 90년 11.3%에서 급기야 91년 -4.65%로 폭락하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일본 도쿄 운하 인근의 사무실 빌딩. 일본 경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한 부동산 시장이 최근 버블 탈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 도심 빌딩의 공실률이 하락하는가 하면 사무실 빌딩을 개조해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일도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2000년 4.2%, 2001년 19.24%, 2002년 30.77%의 상승률을 기록해 일본의 80년대 후반과 유사한 흐름을 띠었다. 지난해 정부의 강도 높은 10·29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속락하던 아파트 값이 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가운데 9개 구 아파트 값이 10·29 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전·충청지역 아파트 값 역시 10·29 대책 이전보다 최고 5% 이상 뛰어올랐다.
최근 주택거래 신고제 등의 부동산 정책으로 아파트 값이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 3월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03년 9월〓100 기준)는 101.5로 10?29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직전 수준(101.7)에 0.2% 차로 바짝 다가선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은행 융자 비율이 부동산 가격과 밀접하다는 사실은 일본의 예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1985년 제조업 대비 27%에 불과했던 부동산 대출이 1989년 74%까지 상승했다. 또 중소도시 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및 개인 대상 대출비중이 1980년 46.4%에서 91년 초 70%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은행 융자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매입 부동산을 담보로 또 다시 융자를 받아 다른 부동산을 매입하던 투자패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일본 상황을 감안할 때 최근 우리 정부의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 축소 방침은 부동산 담보대출의 리스크를 정확히 예측한 시의적절한 조치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일본은 1980년부터 점진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해 83년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연 9%에서 5%로 내렸다. 86년 1월 연 5%에서 87년 2월에는 연 2.5%, 89년 초까지 연 2.5%의 초저금리 시대를 맞게 된다.
이러한 금리인하 조치로 인해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했던 부동산 쪽으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83년 도쿄 도심지역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급등은 86년 도쿄 전체지역으로까지 확산돼 87년 한해 동안 무려 68.8%라는 지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본정부는 89년 5월부터 90년 8월까지 금리를 연 2.5%에서 연 6%까지 급격히 인상했고, 90년 3월에는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는 `부동산 관련 융자의 총량규제'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마음껏 부풀려진 버블은 쉽게 가라않지 않아 10년 장기불황이라는 달갑지 않은 선물을 얻게 된 것이다.

한국 부동산시장 가열, 경계심 늦추지 말아야
우리의 경우 정부가 일본식 버블 붕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종합대책을 강구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의 부동산 가격상승은 경제호황과 버블경제 가운데 일어났다는 점, 일본이 전국적으로 영향이 번졌다면 우리의 경우 서울ㆍ수도권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는 점, 지난해 재건축 문제 등이 강남권이라는 일부 지역에 국한됐다는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 시장이 거품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규제가 따르지만 행정수도 이전문제, 고속철 개통 등 부동산 시장을 가열시킬 호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므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 부동산 중개제도와 주택계약

부동산 중개업소를 하려면 매년 10월 경에 치러지는 택건시험(宅建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국내 공인중개사 시험과 비슷하다. 매년 응시자 수는 약 2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합격률은 15% 전후인 2만5천 명 내외.
이 시험에 합격하면 각 지자체에서 정한 기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하고 주임자증이라는 것을 교부받는다. 이 비율이 60%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다. 주요업무로는 주택매매, 임대중개 등이다. 일본의 부동산 거래는 거의 모든 종류가 중개업소를 통해 이뤄진다.
한편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전세 개념이 없다. 매매와 월세만이 있을 뿐이다. 매매는 아직도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일본인들도 상당수가 월세를 살고 있다. 개인이 계약을 할 경우 개인 신분을 증명할 만한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 등이 있어야 하고 개인신분을 증명할 보증인이나 회사보증이 있어야 한다. 법인의 경우는 회사를 증명할 서류 등이 필요하다.
월세 계약은 보증금 2개월, 사례금 2개월, 집세 선불 1개월, 부동산 중개료 1개월 등 통상적으로 6개월분이 필요하며 계약시 전액을 지불해야 하고 계약과 동시에 열쇠를 건네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쿄의 경우 역에서 가까운 맨션은 주상복합 건물이 많고 고층 맨션은 도로에 접해 있는 경우가 많다. 임대전용 맨션은 처음부터 임대를 목적으로 지어진 맨션이다. 규모가 큰 임대전용 맨션은 대부분 대기업 부동산 회사가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분양을 목적으로 지어진 분양맨션은 우수한 설비를 갖추고 있고 임대기간이 정해져 있어 시세보다 조금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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