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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증시 전망 엇갈린다

금리, 이라크 정세, 국제유가 모두 불안정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것은 증시 주변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의 양상과 규모가 오리무중이라는 점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초래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증시-한마디로 관망세
6월 들어 뉴욕증시는 박스권 안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200에서 10,400 사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120에서 1,140 사이의 좁은 공간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좀더 변동성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1,960에서 2,020까지 상대적으로 큰 폭의 변화를 나타냈으나 이 역시 과거에 비하면 심하지 않은 등락이다.
뉴욕증시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관망세가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다. 보통 14억~15억 주에 이르렀던 거래소의 거래량이 10억 주를 간신히 넘길 정도로 급감한 데서 투자자들의 관망 분위기를 잘 읽을 수 있다. 평소 20억 주에 가까웠던 나스닥 거래량 역시 15억 주를 넘기지 못한 날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증시 주변상황이 불투명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리인상의 양상과 규모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점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초래한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6월 30일 정례회의에서 현행 1%인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를 1.25%로 0.25% 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데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은 대개 일치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금리인상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험수준은 아니더라도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물가 지표들과 신규 고용을 비롯한 경제지표의 호전을 감안할 때 6월 FOMC 회의에서 0.5% 포인트의 기습적인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없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후 상황이다. FRB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금리를 1~1.25% 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인상폭이 1% 포인트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서 오히려 연말이 되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금리정책의 방향에 관해 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을 비롯한 FRB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은 상황을 정리해주기보다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역할을 했다.
그린스펀 의장 등은 때로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듯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지 않다”고 이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해 시장관계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금리정책과 아울러 증시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중동 정세를 들 수 있다. 6월 30일 이라크 주권 이양을 앞두고 저항세력은 테러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슬람 과격세력이 이라크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석유시설 파괴와 외국인 납치 등을 통해 국제 석유시장을 교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유가는 6월 1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 당 42달러를 넘어선 이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라크 석유시설 파괴로 인한 석유수출 중단이 장기화하고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신변불안을 느낀 외국인 석유 기술자들의 탈출 러시가 일어난다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금리인상과 중동 정세는 어느 순간에 완전히 사라질 재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것으로 평가된다면 그 이후 증시에는 긍정적인 경제의 펀더멘털이 부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7월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되는 기업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세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호전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업체 키멜먼 앤드 베어드의 버나디트 머피 수석 분석가는 “궁극적으로는 시장이 확실한 방향을 잡고 주가가 상승하겠지만 당분간, 아마도 가을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요 경제지표-변함없는 강세
6월 들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경제지표는 물가 관련 지표들이다. FRB의 금리정책과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5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주로 유가 급등에 영향을 받아 거의 3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인 0.6%나 올랐다. 생산자 물가지수(PPI) 역시 0.8% 올라 1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정하는 근원지수는 CPI가 0.2%, PPI가 0.3% 각각 상승했다.
이 정도의 물가상승으로 FRB의 금리인상 행보가 빨라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린스펀 의장 등 FRB 고위 관계자들은 현재의 물가수준이 통제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안정돼 있던 물가가 상승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리처드 버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명백한 이유들로 인해 물가는 오르고 있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FRB는 물가안정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밖의 경제지표들은 변함없는 미국경제의 강세를 반영했다. 컨퍼런스 보드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3.2로 전달의 93에 비해 소폭 상승하면서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5월 소매판매 (1.2% 상승)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62.8), 산업생산 (1.1%) 증가 등은 모두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호조를 나타냈다.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인 신규 고용은 5월 24만8천 개나 늘어나 향후 경제전망을 밝게 하는 동시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높였다. 이로써 3, 4, 5월 석 달 동안 늘어난 일자리는 거의 100만 개에 육박해 대통령 선거전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일자리 상실을 주된 공격거리로 활용해온 야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됐다.

주요 경제 현안-금리인상 횟수와 폭
현재 뉴욕증시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FRB가 몇 차례에 걸쳐 어느 정도나 금리를 올릴 것인지의 문제다. 경제전문 사이트 CNN 머니는 여러 차례 금리인상이 단행됐던 1994년과 단 한차례 금리가 올랐던 1997년 상황을 현재와 비교하면서 올해 FRB의 금리인상 행보는 그 중간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던 94년 FRB는 2월 0.25% 포인트를 시작으로 3월과 4월 각 0.25% 포인트, 5월과 8월 각 0.5% 포인트, 11월 0.75% 포인트 등 6차례에 걸쳐 2% 포인트나 금리를 올렸다. FRB는 이것으로도 모자라 이듬해 초에도 0.5% 포인트의 추가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97년에는 3월 들어 단 한 차례 0.25% 포인트 금리가 인상됐을 뿐이다. 그러나 이때 FRB가 금리인상을 멈춘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돼 추가로 금리를 올림으로써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 형편이 못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해의 경우 예컨대 국제유가가 배럴 당 50달러를 넘어서거나 초대형 테러공격이 발생하는 등 중대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금리인상이 단 한 차례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FRB가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데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옳다면 올해 금리인상 양상은 94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분석 업체 팩트 앤드 오피니언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러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을 단 한 차례에 그치게 할 위기상황에 기대를 거는 것은 자유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97년과 달리 FRB가 금리를 연속해서 공격적으로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우선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어서 통화 당국자들이 경기위축을 초래할 금리인상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린스펀 의장은 아직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주변 사람들로부터 경기 하강을 맞아 금리를 제때 내리지 않음으로써 92년 대선에서 그가 패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테러 공격이나 석유 수급의 중대 차질 가능성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고 채무가 많은 가계는 감세나 저금리와 같은 진작 대책이 사라지면 매우 취약해지기 때문에 쉽사리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는 분석가들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금리가 오히려 인하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호이싱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강력한 소비억제요인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까지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연말이면 금리가 인하될 것이며 특히 지금으로부터 1년 뒤에는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연 1%인 현행 금리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한 FRB 당국자들이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어 올해 금리가 단 한 차례 0.25% 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밀러 타박의 앤서니 크레센지 분석가는 “소득의 증가와 기업 수익률 향상으로 지금의 경제는 과거처럼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면서 “따라서 금리인상이 몇 차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추왕훈 뉴욕 특파원 |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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