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경영, 감성 경영, 친환경 경영 등에 이어 새로운 기업경영의 키워드로 윤리경영이 뿌리내리고
있다. 외국의 선진기업은 물론 국내기업 중에도 윤리경영을 선포한 기업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 추세.
POSCO의 경우는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전담부서로 ‘기업윤리실천 사무국’을 신설하고 부ㆍ실 단위
기업윤리 실천 리더로 75명을 선발, 자체 점검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윤리 위반사례 발굴
이나 부서 전파 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다.
유한킴벌리는 업체만의 특성을 잘 살려 윤리경영을 해나가는 좋은 예다. 환경보전 운동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사업을 1984년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전개해 온 게 그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자연을 아끼는 마음처럼 ‘맑고 깨끗한’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자들 마음에 심는 데 성공했다.
한전 역시 ‘신입사원 윤리 후견인 제도’를 시행중이다. 올 3월부터 실시된 이 제도는 입사 1년 내의
신입사원이 근무 도중 윤리적 딜레마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도 요즘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2002년 추석부터 ‘명절
선물 안 받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천170개에 달하는 거래 및 협력회사에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그리고도 혹시나 하고 배달되는 선물에 대비, 선물반송센터까지 운영하는 중이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한화, 금호아시아나, 신세계 등도 온-오프라인 윤리교육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 이들 회사는 사내 연수교육을 확대하거나 MBA 과정에 윤리경영 과정을 추가하는 등 직원들의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이를 실천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의 다양한 실적 차이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윤리헌장 제정 및 전담부서를 설치한 기업, 윤리헌장만 제정한 기업, 두 가지
모두 하지 않는 기업을 각각 10개씩 선정해 조사한 후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각각 35.8%, 20.4%, 17.7%의 순서).
그뿐 아니라 윤리경영을 하는 기업은 주가상승률 역시 다른 기업의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보였다. 두 가지를 모두 실천하는 기업의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주가상승률은 49.2%, 특히 주식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일 때도 이들 기업의 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반면 윤리헌장만 제정한
기업은 43.1%, 둘 다 실천하지 않는 기업은 35.2%에 그쳤다.
매출액과 대비해 영업활동만의 성과를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경우도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00년에서 2003년까지의 평균은
각각 11.3%, 5.25%, 5.55%로 전자의 경우가 다른 기업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증명됐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윤리경영이 당장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상의
조사 결과는 시사해주는 것이 크게 두 가지 있다. 첫째, 윤리경영을 꾸준히 실천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시장평균을 웃도는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윤리헌장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윤리경영이 실천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이에 따라 형식적인 해프닝으로 끝나버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는 눈은 더욱 예리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이 윤리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투명하게 기업을 꾸려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핵심 중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도 한몫 더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이용했거나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언젠가는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여러 번 보았다.
한편 윤리경영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안 작업을 승인하기도 했다. 상품에 대한 품질과 규격에 세계적으로 일정한 기준을
두는 것처럼 윤리경영 역시 일정 기준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경영을 실제로 각 기업에 정착시키는 데는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업종별, 기업별로
경영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전경련이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것을 뽑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CEO의 강력한 실천의지, 실천을 위한 인프라 구축, 실천 프로그램 정비, 지속적인 윤리근육의 단련,
성과에 대한 확고한 믿음, 모니터링 및 평가 강화, 협력회사의 동참 유도가 그것이다. 형식적인
윤리강령을 선포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만들고 내부규정
전담부서를 만들어 기업활동 전반에 윤리경영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한 예로 우리은행은 ‘EASY(Ethical Acts Save You) GO’를 표어로 삼아 캠페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얼핏 보기에 ‘쉽게 가자’는 뜻이다. 하지만 진짜 속뜻은 ‘윤리적 행동만이 당신을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윤리경영의 의미를 함축해서 담은 셈이다.
1999년, 일찍이 기업윤리에 바탕을 둔 신 경영이념을 선포했던 신세계의 구학서 사장은 “가장 윤리적인
것이 가장 강하며, 윤리경영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라고 간파한 바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꿰뚫어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이 말의 위력이 실감나는 때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