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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둬야 할 중국통계 이야기
중국 측 통계는 믿을 수 없다?



사업 목적이든 연구 목적이든 중국통계를 보다보면 자료원마다 수치가 제각각인 경우가 있다. 중국통계에 대해선 왠지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나라별 무역통계가 얼마나 다른지부터 살펴보자. 우리나라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63억5천400만 달러와 132억1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건에 대해 중국 측 통계를 보면 중국의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각각 130억7천300만 달러와 230억5천600만 달러로 불어난다.
지금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2∼3년 전까지 중국정부가 한국에 대해 무역역조를 시정하라며 목청을 높였던 것은 바로 이 같은 중국통계를 근거로 한 것이다. 주요 교역대상국과의 거래에서 대부분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만큼은 해마다 적자폭이 늘어만 가니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교역통계 차이는 이 보다 더 심하다. 중국이 발표한 최근 대미 무역흑자는 427억3천100만 달러(2002년)와 586억2천700만 달러다. 같은 기간 미국 상무부가 집계한 통계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각각 1천31억1천500만 달러와 1천239억6천100만 달러의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
한국과 중국, 중국과 미국의 무역통계는 왜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일까? 단순히 중국 측 통계에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은 아니다.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가장 일반적인 요인으로 수출국과 수입국의 물품대금 집계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수출통계는 본선인도가격(FOB), 수입통계는 운임보험료 부담조건(CIF)으로 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여기서만 수출국과 수입국의 통계에 약 10% 내외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급변하는 중국경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정확한 통계수치가 아니다. 커다란 흐름과 변화의 추세를 지켜보는 게 더 중요하다
둘째, 홍콩으로 대변되는 재수출(Re-export) 요인을 들 수 있다. 한-중 교역의 경우, 우리 관세청 통계는 중국 수출과 홍콩 수출을 따로 집계하지만 중국통계에서는 원산지가 한국이면 직수입이건 홍콩 경유 수입이건 모두 대 한국 수입으로 집계한다.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한국상품이 홍콩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보다 항상 많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 보면 대한 무역적자가 커지기 마련이다.
셋째, 좀 다른 측면에서 중국 국내 통계 요인이 있다. 지난 2001년의 일이다. 당시 중국정부는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이 상하이는 4천500달러, 베이징은 3천 달러를 각각 넘어선 것으로 발표했다. 숫자가 주는 의미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중국 학자들이 통계 수치에 거품이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상하이와 베이징의 총생산액을 인구 수로 나눌 때 이들 도시에 호구(戶口, 주민등록)를 가진 인구만 감안해 다른 도시에서 이주해 와 직장에 다니는 노동인구는 계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인당 GDP를 계산할 때 1년 이상 현지 거주자를 모두 포함시키는 국제관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상하이와 베이징의 1인당 GDP는 각각 40%와 30% 가량의 거품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대도시인 상하이와 베이징의 상황이 이렇다면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고 GDP뿐 아니라 다른 경제통계에 대해서도 의문이 꼬리를 문다.
(도시)실업률의 경우, 지난해 기준 공식 수치는 4.3%다. 그러나 이 수치는 등록된 도시 실업자만을 감안한 것이며 미등록 도시 실업자와 농촌 실업자, 국영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장을 잃은 이른바 ‘샤깡’(下剛) 인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
어떤 전문가들은 실제 실업률이 도시 지역에서만 15% 대에 달하고 전국적으로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인터넷, IT 등 통계작성이 처음부터 쉽지 않은 분야라면 신뢰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기업들이 시장진출에 앞서 가장 먼저 수집하는 것이 바로 경제통계다. 경제통계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면 전략수립 단계에서부터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판단 착오로 이어져 사업성과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통계 이야기를 이처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정확한 수치를 잡아보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중국 측에 대해 국제관례 수용을 촉구하기 위함도 아니다. 단지 날로 급변하는 중국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세부 통계수치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보다는 커다란 흐름과 변화의 추세를 보는 것이 더 필요하다.

박한진 KOTRA 중국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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