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유가상승과 중산층 확산에 따른 내수증가에 힘입어 올해 8%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개발은행(EBRD)의 올해 초 러시아 GDP 성장률 전망치인
6%와 5.0%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러시아의 GDP는 지난 2003년 전년 대비 7.3%가 증가하는 등 2000년 이후 최근 4년간 연평균 6.5%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특히 지난 1/4분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하반기에 유가가 급락하는 등의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올해 8%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최근 중산층 증가와 함께 신흥
부유층인 '노브이 루스키'(신 러시아인)의 등장으로 휴대전화 및 자동차 등 고급소비재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새로운 세계의 성장동력인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중 그동안
중국과 인도의 빛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러시아가 앞으로 가장 떠오르는 별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경제 활황으로 인해 오는 9월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유가상승, 중산층 확산 성장엔진
지난 98년 8월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 선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러시아가 불과 5년여 만에 급속한 성장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지난 99년 이후부터 시작된
유가 상승세에 힘입은 바 크다.
국제원유가 기준의 하나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99년 배럴당 평균 18달러에서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평균 33달러까지 치솟았다.
러시아는 원유생산량이 사우디 아라비아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원대국이다. 작년 원유생산량은
2002년보다 11% 증가한 840만 배럴을 기록해 러시아 석유회사들의 순이익은 230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유가상승에 힘입어 수직 상승중이다.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경제위기를 겪었던 지난 98년 마이너스 5.3%를 기록했으나 99년 플러스
6.3%로 반전된 것을 계기로 2000년 10.0%, 2001년 5.0%, 2002년 4.3%, 2003년 7.3% 등 5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지난 98년 122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작년
789억4천만 달러로 불어났고 지난 3월말 현재 83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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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정보통신 전시회 ‘스비아즈 엑스포 콤
2004’의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이 130만 화소의 폴더 회전형 카메라 폰을 시연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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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러시아 국가통계위원회가 발표한 2003년 1∼3월 소득의 계층분포를 보면 1인당 월평균
수입이 4천 루블을 넘는 상위계층이 전년의 23.2%에서 34.2%로 늘어났다. 또 월평균 소득이 2천 루블
미만인 하위계층은 전년에 41.6%에서 29.6%로 크게 줄어들었다.
중산층 증가에 따라 소비성향도 모스크바 등 대도시 거주인들을 중심으로 고급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 시장연구기관인 코모콘 미디어에 따르면 가전제품 중 냉장고와 세탁비의
소유비율이 2001년 10명에 1명 꼴이었으나 2002년에는 5명 중 1명 꼴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비성향의 변화는 외국 대형소매점의 진출 러시에서 찾을 수 있는데 모스크바에 진출한
스웨덴의 대형가구 체인점 이케아는 몰려드는 쇼핑객들의 자동차 때문에 생긴 교통체증으로 인해
‘이케아 정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한ㆍ러 경협 기대감 고조
현대차가 최근 동유럽 지역본부를 모스크바로 전격 이전하는 등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러시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4월 러시아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5.3% 늘어난 9천885대를 판매해 작년 4위였던
러시아 수입차 시장 점유율에서 일본 토요타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휴대전화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수출입은행 모스크바 사무소 신동표 소장은 “러시아가 최근 몇 년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한ㆍ러 경협과 수출증대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고 “러시아 성장이 한국기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재홍 경제부 기자 | jaehong@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