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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한국학생 쇄도

미국 대신 중국, 1년 수업료 224억 원 시장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뛰놀고 있는 모습

상하이에 진출한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여름철만 되면 돈 걱정이 태산 같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의 딸의 학비가 여간 부담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주재원들처럼 아이들을 모두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A씨가 내야 하는 돈은 자그마치 4천500만 원 정도. 미국계 학교에 보내고 있는 아들 학비만 2만1천 달러가 되고 홍콩계 학교에 보내는 딸 학비는 2만 달러가 조금 안 된다. 여기에 통학버스 비용 등까지 합치면 우리 돈으로 4천5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한꺼번에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지원받는 돈은 전체 학비의 3분의 1이 채 안된다. 결국 1년에 3천만 원을 애들 학비에 쏟아 붓고 나면 생활이 쪼들리기는 서울이나 매한가지다. 일부 대기업 가운데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곳이나 공무원 등을 빼면 상하이에 진출한 대부분의 주재원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렇게 막대한 학비를 줘야 하는 상하이의 국제학교지만 오히려 한국학생들이 쇄도하고 있다. ‘아시아의 뉴욕=상하이’라는 막연한 인식과 “영어에 중국어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겹쳐 최근 주재원 자녀뿐 아니라 한국에서 오는 조기유학생들까지 밀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한국학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일부 국제학교에서는 한국인 입학생 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제학교에서는 한국인 대기학생만 따로 관리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학교 입학을 위해 영어시험을 보는 바람에 과외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 학교에서는 한국인 학생 대기명부를 펼쳐 보이며 “도대체 왜 이렇게 상하이로만 오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의 말 속에는 “한국학생들 덕에 우리가 먹고 산다”는 뉘앙스가 섞어 있었다.
상하이에는 미국학교(SAS)와 영국학교(BISS), 싱가포르 국제학교(SSIS) 등 9~10개의 국제학교가 있다. 일부 중국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국제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최소 1천 명이 넘는다.
상하이 지역 교육컨설팅 업체인 상하이에듀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하이 소재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국학생은 모두 1천34명에 달한다. 이들의 공식 수업료만도 1천720만 달러(약 206억4천만 원) 나 된다. 또 국제학교 내 유치원에 다니는 학생 100여 명의 수업료를 포함하면 상하이 지역의 한국인 국제학교 수업료는 연간 최소 224억 원으로 집계된다.
한국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미국학교(SAS)나 영국학교(BISS) 등의 수업료는 연간1만7천~2만 달러에 달한다. 또 유치원의 경우에도 1만5천 달러 안팎이다.
이처럼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일부 학교의 경우 학생관리가 제대로 안돼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선진국과 달리 수준 높은 교사들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있으며, 모 국제학교의 경우는 잦은 교사들의 교체와 휴강, 합반 등으로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가 교장에게 항의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신설된 지 1년 된 모 국제학교의 경우는 학교 측 대우에 불만을 느낀 교사들이 집단사표를 내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도 생기는 등 학생들이 학습권에 피해를 받고 있다.
상하이의 한 학부모는 “2만 달러라는 학비는 미국의 사립학교 수준보다도 많은 액수”라면서 “하지만 현재 상하이 국제학교들의 교사진과 수업내용이 높은 학비에 상응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저장성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100년 된 공작고사리 나무 근처를 돌며 체력단련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일부 계층이 조기유학의 코스로 상하이 소재 국제학교나 일부 중국계 시범학교로 아이들을 유학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유학원과 연계해 방학을 이용해 단기 연수를 해오던 일부 학부형들이 아예 ‘미국 대신 중국’이라는 생각으로 자녀들의 유학코스로 중국을 선택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상하이에만 한국학생들의 현지 유학을 알선하는 업체가 10개 가량 활동하고 있다.
조기유학생들의 상하이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올바른 지도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벌써부터 탈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부모들이 없는 낯선 나라에서 학교의 관리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현지의 시각이다.
실제로 한 중국계 사립학교에 지난해 100여 명이 넘는 한국학생들이 유학을 왔지만 현재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은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갑자기 남의 나라 학교에 입학한 뒤 문화와 정서가 다른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외국인 교사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겪는 학생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학습장애로 인한 피해에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해총영사관의 이원오 교육관은 “상하이에 대한 좋은 이미지만 갖고 아이들을 조기 유학시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정확한 현지 실태 파악 없이 유학 이후 아이들에 대한 사후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큰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말한다.
현재 상하이에 진출해 있는 일본이나 프랑스, 독일계 학생들은 대부분 본국 지원의 모국어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대만계는 대부분 중국 현지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우탁 상하이 특파원 | lwt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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