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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 내수가 중요하다 향후 5년이 연착륙 관건
이상재 대한상공회의소 전 북경사무소장



지금까지의 중국진출은 사실상 임가공 수출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외국기업들은 중국시장에 적극 파고들고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중국의 내수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그 후에 한국제품은 설 땅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 소장을 역임하는 등 중국에서 15년 이상 지내면서 수많은 기업의 성쇠를 지켜본 이상재씨는 최근 중국진출 기업인들을 위해 가이드북이 될 만한 책을 저술했다. ‘제발 까불지마, 이게 중국이다’라는 책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시통역대학원 영어과를 거쳐서 대만에서 경제학 석사를 전공한 이씨는 한ㆍ중 수교 이전부터 양국간의 산업협력회담을 비롯한 주요회담의 통역을 해왔다. 더불어서 대한상공회의소 북경 사무소장 및 재중국 한국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그의 경력에서 보듯이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통. 중국전문가다.
최근 귀국한 그는 자신이 겪은 중국과 격변하는 중국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중국 진출하려는 개인과 기업들이 중국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며 좀더 신중한 자세와 진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향후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상재 씨
이상재 씨는 대학1학년때인 1976년 중국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중국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역맨이 되어서 넓은 세상을 무대로 활동하고 싶었던 그는 동시통역대학원을 거쳐서 대만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에는 중국을 오가며 통역활동과 상공회의소 활동에 몸답았다. 중국을 접해온 지 줄잡아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이씨는 중국의 변화의 속도은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1989년 처음 중국에 갔을 때 당시 북경에는 가장 번화한 장안대로의 가로등이 저녁 6시면 소등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음료수 하나 사먹을 곳이 없었고 대로변에 차가 1시간에 10대 정도 지나갈 정도였고 마차가 오갔다고 한다. 그러던 장안대로가 지금은 서울보다 더 화려하게 변했을 정도다. 중국에 거주하면서 26개 지역의 2천여개의 중국진출 기업들에게 경영정보 제공과 민원해결, 대사관과의 연계 등을 지원했다고 한다. 2천개 기업은 상공회의소에 등록된 기업들로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기업들이다. 현재 중국에는 상공회의소가 유일한 기업인 단체다. 코트라, 중소기업중앙회등 다른 단체들도 사무소는 있지만 따로 기업들을 조직해서 서비스하고 있지는 않다. 대사관을 중심으로 민간부문은 재중국한국상공회의소가 총괄하고 있다. 이 양단체의 사무소장과 사무국장을 역임했기에 이 씨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현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를 통해 향후 중국진출 방향과 올바른 중국인식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중국의 시스템은 ‘포지티브’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개인이나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될 점은 중국에 진출해서 잘되면 좋지만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나 개인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도 밝혔듯이 한국기업들이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나름대로 경험도 있고 정보, 인맥도 있겠지만 중국은 한국과 근본적으로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관습과 사고방식이 다른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사람은 몇 번 중국을 방문하고 고위관계자를 만나보고 중국에 별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 초기에 만나서 식사도 하고 교제를 하면서 당사자들이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에게 호의를 갖고 있음을 느끼고 안심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어디까지나 중국의 법이나 시 스템의 규제를 받는다. 그 시스템대로 움직여야 한다. 긴밀한 인간관계도 중요하나 실제 일은 시스템대로 움직인다. 그 시스템이 포지티브다.
즉 ‘이것만 하시오’란 규칙이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해서는 안되는 것들’뿐이다. 그래서 중국 투자의 환상에 젖어 중국으로 건너간 많은 기업인이 실제로는 현실적 장애에 부딪치는 때가 많다. 중국이 얼마나 빈틈없는 사회통제 시스템인지, 정부 영향력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실감하기 때문이다.
한국사람은 그동안 경제가 낙후되어서 우리의 70년대 중반으로 보고 우리는 이미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향후 중국이 어디로 갈지 알고, 우리는 경험했기에 우리방식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기업을 경영하려면 중국시스템에 따라야 하나 그것을 잘 모른다. 그 시스템은 우리와 정말 다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은행에 예치한 돈도 아무 때나 쉽게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못 찾는다. 이것은 중국사람이 속인 것이 아니다. 몰라서 당황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쌓이다보면 실패할 수 있다. 시스템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지 말고 제대로 알고 어떻게 대비하고 경영에 활용할 것인가를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독일기업은 성공 한국은 실패 투성
-중국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어느나라가 성공하고 있는가 주로 미국과 독일 기업들이다. 현지인들은 미국과 독일기업이 가장 잘 정착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중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기업을 꼽는다. 미국이나 독일은 이미 세계경영을 시작한지 오래된 기업들이 많다. 브랜드 역시 세계적이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할 때 넓은 안목을 가지고 서두르지 않는다. 꼼꼼하게 따지되 기업의 정책방향과 맞으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일처리 방식은 중국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흔히 한국이나 일본도 같은 한자 문화권이기에 문화적인 친금감이 있어서 일처리도 쉽게 익숙해질 것 같지만 비즈니스감각은 전혀 다르다. 일본기업은 비즈니스 감각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단결력이 무척 강하다. 일본주식회사라고 불릴 정도로 진출한 기업끼리는 정보를 공유한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곧 중국에 진출한 모든 기관과 기업이 그 정보를 공유한다. 그렇기에 같은 실수가 되풀이 돼지 않는다. 중국은 각 성이 독립적은 성격이 강한 국가다. 지방마다의 편차가 그 만큼 심하다. 그렇기에 다른 지역의 실시간 정보에 어두워서는 제대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가 없다. 한국기업들도 일본처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실패하는 기업, 성공하는 기업
이 씨는 중국진출 실패사례가 빈번함에 비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이유를 정부정책과 언론의 관심부족에 있다고 보고 있다. “코트라나 무역협회, 한국은행 등에서 사례를 모아서 엮어 내고는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양국이 경제적으로 더욱 밀접해지고 통상협력을 해나가는 상황에서 일부러 부정적인 것을 너무 내세우는 것도 좋지 않다는 정부 정책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고 결국은 실패가 번복되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라며 실패사례를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패가 많은 기업형태에 대해서 묻자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안착을 했다. 다양한 인재와 물적 지원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임가공수출기업들도 큰 문제는 없다. 이들은 중국의 저렴한 생산비를 노리고 들어와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신용장 구매라서 자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내수시장을 바라보고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은 현지사정에 어둡다 보니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패사례에 빈번히 등장하는 조선족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선 “중국진출 기업의 실패에는 상당부문 조선족 동포가 관여되어 있다. 한국말과 중국어를 다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의지가 되는 게 조선족이다. 더욱이 같은 민족이다 싶어서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조선족과 한국과는 50년 이상의 단절이 있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져 있다.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동포의식이 굳건하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않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조선족 중에서도 대학을 마친 우수한 인재는 없어서 못 쓸 정도로 우리기업에 인기가 있다며 서로 win-win 할수 있는 유대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수시장 진출이 시급하다
-향후 중국진출에서 가장 유망한 것이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중국진출은 사실상 임가공수출형태였다. 저렴한 인건비를 등에 매력을 느끼고 진출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85% 이에 해당한다. 15% 정도만이 중국내수시장에 진출했을 뿐이다. 반면에 외국기업들은 중국진출을 적극나서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고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중국에서 한국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은 반면에 시장에 제품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 가들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를 5년안쪽으로 보고 있다. 심하면 3년안에 추월당할 것으로도 예견한다. 의류등 경공업제품들은 이제 진출하지 않으면 5년뒤에는 중국시장에서 뒤쳐지게 될 수 있다. 상당히 치열한 경쟁이 앞으로 예고되므로 지금이 진출 적기다. 이제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향후 5년이내에 중국 내수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그후에 한국제품은 설땅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30여 년에 이르는 중국경험을 토대로 중국진출 기업을 위한 가이드북을 최근 발행했다
외국기업들은 중국의 내수시장에 전격진출하고 있다. 백화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사업가들이 유통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이 중국내수에 진출할 수 있는 호기다. 그러나 국내기업은 내수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지금은 수출에만 주력하고 있다. 기존형태로 흑자를 보고 있으므로 현상태 유지에 급급하다. 언젠가는 내수진출을 할 용의가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5년이후에는 내수진출이 어려울 것이다.
외국기업들은 이미 중국 각 요소요소에 유통을 선점하고 있다. 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브랜드를 알려놓으면 나중에 우리가 진출할 공간이 없어지고 더많은 노력과 경비가 필요해진다.
10년전에 중국은 광고제품을 사지 않았다. 광고하는 제품은 재고가 많이 싸여서(잘 안팔려서)광고한다고 보고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광고하는 기업은 큰 기업이고 제품이 우수하다고 보고있다. 광고를 하는 제품을 우수제품으로 본다. 중국사람도 지금은 브랜드를 선호한다. 우리 기업들도 수출만 할것이 아니라 중국내에 브랜드를 육성하는데 서둘러야 한다.

해외투자청 신설이 실패를 막는다
이 씨는 중국투자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서 관장해야 될 일이라고 주장한다. 사기꾼이나 사이비전문가에게 휘둘려서 귀중한 외화를 날리고 가족과 주변이 불행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국내에서 사업을 해서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안내를 해주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하며 그래서 일종의 해외투자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가 예산을 들여서 중국투자청 혹은 해외투자청을 세워 입지조건, 경영노하우, 계 약방식,부대시설등에 관한 것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안내를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발생한 실패사례들을 모아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가이드북도 제작해야 한다. 이런 것을 경제단체에서 만들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개인 평균 3억씩 20만명이 투자를 한다고 치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된다. 이중에 7-80%가 실패를 한다면 얼마나 큰 손실인가. 이 금액의 일부만으로도 예산을 세워서 정부가 지원을 해서 실패율을 10%로 낮춘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사이비 전문가에 속지말라
현재 중국진출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를 이씨는 사이비전문가들로 보고있다. 그들은 중국에 몇 번 다녀오거나 좀 살은 것을 가지고 중국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한다고 한다. 누구나 견해는 피력할 수 있지만 전문가 사칭은 문제라는 것이다. 더욱이 상당수 사칭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짜 전문가들이 오해를 받고 있다. 사이비들은 말도 잘하고 포장도 잘하기 때문에 진짜 전문가들은 섣불리 단정하거나 판정 내리지 않지만 사이비들은 허풍을 부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세세하게 내용을 들어서 현상황을 설명하나 사이비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결해 주겠다. 누구를 안다. 연결해주겠다고 호언을 한다.

이 씨는 중국진출 기업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 정부차원의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북경에 있을 때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중국의 고위층을 잘 알고 있어서 자신을 소개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지고 있는 고위층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고위층 인사의 스케줄을 담당하는 비서와 친하므로 소개를 해 줄테니 부탁할 것 있으면 자신에게 말하라는 것이다. 부총리급 고위인사가 그렇게 쉽게 만나지겠는가 오히려 내가 더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드러내놓고 자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허풍인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의 자격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이나 대만 등 중화권에서 정식으로 학위과정도 거치고 현지에서 공적기관이나 중견기업에 몸담아서 실무경험과 인맥이 있어야 어느 정도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컨설팅이나 부동산 분양 등을 하던 사람이 통역을 동반해서 중국에 몇 번 왕래를 하면서 관련된 사람을 만나보고는 마치 해결사마냥 모든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을 한다. 더욱이 그런 사람들에게 의뢰를 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되는데 결국에는 돈과 시간만 날리게 된다. 그런 허황된 애기에 솔깃해져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사이비 전문가들로 인해서 중국투자가 잘못돼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 씨가 중국진출이 중요하고 서둘러야 되지만 그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세대는 (4-50대)는 그럭저럭 먹고살겠지만 다음세대는 중국에서 벌어서 먹고 살아야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 의지해야 될 상황이라면 지금세대가 중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기반을 닦아 놓아야 다음세대가 그것을 기반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수교한지 이제 12년 지났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정리하고 더 낳은 시스템과 해결방안을 세워서 향후 중국진출하는 개인과 기업이 올바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일이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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