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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융산업 진단과 전망
매력적 은행시장 불구, 독특한 시스템 이해부족

중국건설은행(CCB) 베이징 지점 사옥
중국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가입과 동시에 오는 2006년까지 국내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키로 함에 따라 최근 중국의 은행시장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가파른 경제성장률과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 등을 감안할 때 중국 은행 시장 전망은 일단 장밋빛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외 은행들이 중국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독특한 은행 시스템과 각 은행별 특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은행산업의 현황= 중국 은행산업은 중국인민은행(BOC)을 정점으로 크게 정책성 은행과 상업은행으로 나눠지며 상업은행은 다시 국유상업은행과 주식제 상업은행,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정책성 은행은 정부소유 은행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필요한 정책성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국가개발은행, 농업발전은행, 진출구은행 등이 활동 중이다.
국가개발은행과 진출구은행은 각각 지난 94년에 설립됐으며 한국의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유상업은행으로는 중국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4개가 대표적이다.
주식제 상업은행에는 교통은행, 민생은행, 광대은행 등 11개의 전국규모 은행과 111개의 도시상업은행이 있다.
도시상업은행은 지난 95년 '상업은행법' 제정 이후 탄생한 순수 민간소유 은행으로 해당지역에서만 영업활동이 허용되는 지역 은행이다.
외국계 은행은 대부분 외국 은행들의 지점으로 구성돼 있으며 100% 외인 소유의 외자은행, 중국계 은행과 외국계 은행간 합작설립된 중ㆍ외합자 은행까지 포함된다.
외국계 은행의 중국 진출은 지난 81년부터 허용되기 시작됐으며 영업지역 제한조치로 인해 현재 상하이 등 13개 지역에서만 영업활동이 허용되고 있다.

◆중국 은행산업의 특징= 중국 은행들은 개혁개방 이후에도 중국 정부의 정책적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왔다. 특히 중국의 4대 국유상업은행들은 본격적인 개혁개방 상황에서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각 해당분야에서 중국인민은행을 보조하는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즉, 중국은행은 무역 관련 외국환 업무를, 공상은행은 기업대출 업무를, 농업은행은 농촌부문 개발 업무를, 건설은행은 중장기 설비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아울러 이들 4대 은행은 중국 정부의 신용배분 정책을 수행하는 데서도 핵심적 창구 역할을 맡았다. 지난 2002년말 현재 4대 국유상업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14조4천305억 위앤으로 정책성 은행과 주식제 상업은행 총자산 규모의 각각 7.5배와 4.7배에 달했다.
종업원 수나 지점 수에 있어서도 4대 은행의 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 기간 4대 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이 무려 59%에 달해 주식제 상업은행 (13%), 정책성 은행(10%), 도시상업은행(5%)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았다.
반면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약 1%에 그쳐 중국 내에서 외국계 은행의 영업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2001년말 현재 4대 은행들의 예금잔액이 8조7천670억 위앤으로 중국 금융기관 전체 예금잔액의 약 66.8%를 차지, 여신부문 뿐만 아니라 수신부문에서도 4대 은행이 다른 은행들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국유상업은행으로의 예금 쏠림 현상은 이들이 전국적인 지점망을 가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암묵적으로 예금을 보장하는 등 채무불이행 위험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본질적 문제와 정책적 해결 노력
4대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이 중국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해치는 본질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문제 해결 의지를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 금융 시스템 문제의 본질= 중국 은행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출자산의 부실화, 4대 국유 상업은행의 금융부실을 꼽을 수 있으며 이것이 전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02년말 현재 4대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규모는 약 2.1조 위앤으로 대출잔액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3년 들어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들면서 이 비율이 약 20%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부실채권 규모와 비율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 도이치방크의 경우 중국 4대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를 대출잔액의 30~40%인 3조1천억1~6조1천억 위앤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는 신용배분의 대부분이 국유기업에 집중되었다는 점에 그 첫번째 원인이 있는데 국유기업이 중국 주요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비효율적 경영이 은행자산의 부실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꼽을 수 있는데 1990년대 초부터 크게 증가한 부동산대출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거품붕괴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관련 여신의 부실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런민(人民)은행은 중국 은행산업 부실채권의 43%는 대출기업의 부실화에, 35%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나머지 22%는 은행의 위험관리능력 부족에 그 책임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중국정부의 4대 국유상업은행 부실채권 처리작업은 1998년부터 본격화됐는데 당시 재정부는 2천700억 위앤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해 중국은행에 425억 위앤, 건설은행에 600억 위앤, 공상은행에 742억 위앤, 농업은행에 933억 위앤을 투입했다.
이 같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이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개선됐으며 중국정부는 또 각 국유상업은행 산하에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하여 국유상업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인수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이어 은행의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채권분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기존의 4단계 분류기준을 5단계 분류기준으로 전환하였으며 이에 따라 현재 농업은행을 제외한 국유상업은행은 새로이 도입된 기준에 따라 채권을 관리하고 있다.

▲부실채권 처리 노력 및 방향 모색=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중국정부의 노력은 2002년 이후의 4대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비율 하락세에 일조했으며 신규자산의 증가에도 크게 기여했는데 2003년 4대 국유상업은행의 대출잔액은 9.6조 위앤이었다.
중국 은행권이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기 위해 2000년 이후 신규 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으나 이것이 오히려 새로운 부실채권이 발생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은행산업의 부실채권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부실채권 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4대 국유상업은행은 약 1.4조 위앤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양도했으나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요인도 원활한 부실채권처리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파산자에 대한 처벌조항, 파산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파산법 등을 포함하여 부실채권처리와 관련된 법제도가 미비, 부실채권 회수 또는 정리에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부실채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과감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으나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대량 실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그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광둥성 광저우 소재 중국은행 지점 앞에서 한 중국인이 신문을 읽고 있따
일부에서는 중국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국유기업의 고용비중을 생산비중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5년간 매년 260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되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때 국유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용이치 않을 전망이며 따라서 은행부문의 부실채권 문제도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해외 언론 시각도 부정적=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지난 6월 7일 은행권 부실채권 문제로 인해 중국이 채무 불이행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은행들로 하여금 5월초까지 한시적으로 신규 대출을 중단토록 했지만 이 조치가 중국 은행권의 과다 대출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중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일련의 정책들이 중국의 국가 부채 위기 상황 직면 위험성을 해소하는 한편 경제의 연착륙 성공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국가가 부채 관련 위험에 직면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투자가들 사이에 특정 국가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될 정도로 부채 수준이 높은 상태를 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와 투자 자본 유출 등의 여파로 실질적인 국내 통화 가치가 하락, 부채 부담이 증폭되는 상황을 지목할 수 있는데 이는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와 그 경로가 유사하다.
중국의 경우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30%, 대외 부채는 4천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앙은행 지불준비금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표면적으로는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의 공식 부채가 대부분 장기 현지통화표시 채권으로 구성 돼 있다는 점인데 이는 인플레이션 쇼크가 부채 부담을 경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GDP의 40~50%에 달해 거의 파산상태며 당국이 이 같은 무수익 여신의 지불을 암묵적으로 보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은행권 부실채권에 따르는 부담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60~80%로 급등하는 데 이는 지난 2001년 디폴트 선언 당시 아르헨티나의 GDP 부채 비율보다도 높은 것이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해 기업 순익은 감소하고 소비자들 디폴트 비율은 상승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면 은행권의 부실채권 문제는 더욱 증폭돼 중국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중국 당국은 따라서 금융 위기의 위험성은 외환 관리의 미숙함 때문이 아니라 은행권의 부실 채권 처리의 미숙함에서 파생될 것이며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의 강구가 필요함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긴축효과..5월 화폐공급 증가세 둔화

중국 당국의 `긴축드라이브'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화폐 공급량과 각종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속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18일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총통화(M2)와 협의의 화폐(M1) 및 유통 중인 현금 잔액이 각각 23조4천800억 위앤과 8조6천800억 위앤, 1조9천억 위앤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속도가 한 달 전인 4월에 비해 각각 1.6%포인트와 1.4%포인트, 2.7%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전반적으로 화폐 공급량의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 5월말 전체 금융기관의 각종 대출은 18조2천500억 위앤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증가속도가 4월말보다 1.4%포인트 낮아졌다.
인민폐 대출 잔액의 경우 17조600억 위앤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증가속도가 4월 말보다 1.3%포인트 낮아졌으며, 인민폐 신규 증가 대출액은 1천132억 위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천404억 위앤 적게 늘어났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시적인 금융통제 조치를 취해왔다. 이를 위해 창구지도와 중앙은행 어음발행, 지급준비율 인상, 공개시장조작 등 다양한 조치가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민은행은 올해 거시 금융통제의 목표로 M2 화폐 증가율 17%, 신규 증가 대출 2조6천억 위앤으로 삼고 있다. 이는 지난해 M2 성장률 20%, 신규 증가 대출 2조8천억 위앤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은율 연합인포맥스 기자 | y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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