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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업관, 경제관
자본주의 이미지, 물질적 풍요 vs 빈부격차 팽팽

60년대의 경제개발 이후 한국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이 고도성장을 이룩해온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 노동의 유연화, 소득과 소비의 양극화 등 기존에 없던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인은 기업 및 경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조사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 기업의 호감도를 결정하는 요인, 기업 성공의 주요인, 한국경제의 전망 등을 알아보기로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
‘자본주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비율로는 ‘물질적 풍요’가 29.4%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러나 ‘빈부의 격차’라고 답한 사람이 27.5%로 부정적 이미지 역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밖에는 부정부패(14.5%)와 경쟁(13.7%)의 이미지가 뒤를 잇고 있다.
즉 물질적 풍요와 경제성장 등의 긍정적 이미지 못지않게 빈부 격차와 생존경쟁 같은 부정적 이미지도 높은 것이다. 주목할 것은 물질적 풍요의 이미지가 여전히 주도적이긴 하지만 96년의 조사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빈부격차의 이미지는 거의 두 배 가량 늘어났다. 또 둘 사이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를 가정과 소득별로 비교해 보면 평균 이상의 소득 수준에서는 물질적 풍요가, 평균 미만의 소득 수준에서는 빈부격차가 각각 수위를 나타내고 있다. 또 교육수준별로는 고등학교 이하 학력자 그룹에서는 빈부격차가,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학력자 그룹에서는 물질적 풍요가, 대학원 수준의 학력자 그룹에서는 경쟁이 가장 높게 응답됐다.
이는 교육과 소득 수준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사실로 추론해 볼 수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기업의 호감도를 결정하는 요인
기업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호감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정직한 납세, 고용증대 역할, 투명한 경영, 환경보호, 수출증대 등의 순이다.
대기업 대표 18명이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가진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간담회' 모습. 우리 국민 들은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로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꼽았다
사회봉사나 최고경영자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또 기업의 주가상승률은 국민들의 호감도를 결정하는 데서 가장 역할이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기업의 수출증대를 살펴보면 93.2%의 응답자가 호감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를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 수준별로 분석해 보면 100만~400만 원 미만 소득 가구의 경우는 ‘매우 중요하다’고 우세했고, 400만~800만 원 미만 가구에서는 ‘매우 중요하다’와 ‘다소 중요하다’가 비슷한 응답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800만 원 이상 소득의가구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가 우세하게 나타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출증대에 호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 기업의 고용증대는 94.4%의 응답자가 호감도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앞의 수출증대보다 좀더 높은 수치로, 고용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임을 반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계층의식이 낮을수록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해 고용문제에대한 남다른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 번째, 기업의 정직한 납세는 95.3%의 응답자가 중요한요인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최근 들어 기업의 정직한 납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기업의 주가상승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68%의 응답자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계층의식에 따라 호감도에 큰 차이를 나타낸다. 상위층으로 갈수록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주식투자가 중요한 재테크 수단의 하나로 떠오른 것을 감안할 때 기업의 주가에 민감한 그룹일수록 여기에 더 많은 호감도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기업의 투명경영은 94.2%의 응답자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특히 30~40대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답이 가장 높게 나왔다. 반면 60~70대에서는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섯째, 기업의 좋은 상품 생산은 무려 98.7%의 응답자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응답,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기업의 본연의 목표는 국민들을 위해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데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는 계층의식이 높을수록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일곱째, 최고경영자의 좋은 이미지는 82.1%의 응답자만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했다. 이는 소득이 높은 그룹일수록 덜 중요시하고, 소득이 낮은 그룹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덟째, 기업의 사회봉사에 대해서는 90.7%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대학원 학력 수준의 그룹에서 ‘매우 중요하다’와 ‘다소 중요하다’가 96%로 높게 나타났다. 무학 그룹의 경우는 83%로 가장 낮게 응답했다. 따라서 학력이 높을수록 기업의 사회활동을 중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홉째, 기업의 환경보호에 대해서는 93.3%의 응답자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는데 그 중에서도 600만 원 이상의 소득 가구에서 ‘매우 중요하다’가 65%의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기업 성공의 주요인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기술력이 기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그 다음으로는 우수한 인재,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안정적 재무구조, 윤리경영 등이다.
요즘 들어 부쩍 많이 얘기되는 브랜드 가치는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낮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경유착 등 과거에는 중시됐던 정부와의 관계는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 있어 역할이 가장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보면 95.9%의 응답자가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로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계층의식이 높을수록,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이 높을수록, 그리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매우 중요하다’가 높게 응답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우수한 인재에 대해서는 97.4%의 응답자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이 역시 계층의식이 높을수록 높은 응답률을 보였는데 특히 상위층에서는 100%가 ‘중요하다’고 응답해 눈길을 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각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 디지털 경제시대가 오면서 우수한 인재가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더욱 더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세 번째, 기술력은 98.4%의 응답자가 중요하다고 답해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30~50대에서 ‘매우 중요하다’가 높게 응답했고, 60~70대에서는 상대적으로 평균을 밑도는 응답률을 나타냈다.
바야흐로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되면서 첨단기술의 수준이 장기적인 발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것이 널리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또 인터넷, 모바일 등 디지털 기술력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역시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네 번째, 안정적 재무구조는 94.4%의 응답자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자 그룹에서 높게 응답했고, 무학의 경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도 7.5%나 됐다.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건전한 재무구조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 윤리경영에 대해서는 90.8%의 응답자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대답했다. 윤리경영은 최근 들어 부쩍 강조되고 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앞다퉈 윤리경영을 선포하는 것도 요즘의 추세다.
이는 윤리를 지키려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예다. 여기 에는 설사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형성된 윤리를 기업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것까지 포함된다.
제38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이헌재 부총리가 우수 납세 기업을 표창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더욱 높아졌고 분식회계 등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에 대한 반감이 커진 데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윤리경영에 대한 기대는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윤리경영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보다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원 학력자의 경우는 무려 96%가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무학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은 84.9%만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여섯 번째,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84.3%의 응답자만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한 중요성은 교육수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중학교 이하의 학력자 그룹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학의 경우는 ‘매우 중요하다’에 대한 응답률이 28.3%로 가장 낮게 조사됏다. 반면 대학원 학력자는 92%가 ‘중요하다’고 응답해 큰 대조를 나타냈다.
일곱 번째,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64.2%만이 중요하다고 답해 가장 낮은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말의 외환위기를 기준으로 볼 때 그 이전에는 정경유착이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작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화 등으로 기업의 투명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이런 인식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를 연령별로 보면 연령이 높을수록 ‘매우 중요하다’에 높은 응답을 했으며, 40대 이하는 20%만이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은 ‘좋아질 것이다’와 ‘나빠질 것이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비율로는 ‘다소 좋아질 것이다’가 3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다소 나빠질 것이다’ (32.2%),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다’(16.4%), ‘훨씬 나빠질 것이다’(5.9%), ‘훨씬 좋아질 것이다’(4.3%)의 순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40.9%)과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38.1%)로 양분돼 향후 전망이 양극으로 엇갈린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계층의식별로 보면 상위층에서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연령별로는 40대 이하의 연령층에서 ‘다소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경제활동의 중심층이라 할 수 있는 청?장년층에서 우리 경제를 회의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조사결과를 분석했던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본부의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급변하는 한국인의 경제관과 기업관을 알아보는 것”이 이번 조사의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민들 사이에 반 기업정서가 상당히 팽배해 있는 줄 알았는데, 기업에 대한 평가가 제법 긍정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조사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은 기업의 원래 목적인 우수한 기술과 인재확보, 좋은 상품개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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