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ㆍ기고 > 특별기고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자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상당기간 서부 텍사스 중질류 기준(WTI )으로 배럴당 40$ 수준의 고유가 기간이 지속 될 것으로 우려된다. 돌이켜보면 70년대 는 중동 산유국의 원유공급정책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 했다.
80년 이후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우리에게 잊혀진 국제기관 이었다. 80년 이후 그동안의 고유가로 원유 공급능력이 늘어난 데다 세계경제도 에너지 절약형인 지식ㆍ정보 산업 위주로 성장함에 따라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크게 하회하였던 것이다. 이결과 지난 20여 년 간 최근의 가격으로 평가할 때 배럴당 20$ 내외의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이러한 추세가 급반전 되고 있다. 우선 수요측면을 보면 미국의 경 우 지난 20년간 유가안정기에 원유수요가 25%나 증가했다. 그동안 미국은 70년대 고유가 시대를 망각하고 또 다시 세제 면에서 연비가 높은 미니밴이나 대형차 소비를 조장한 결과 였다. 그리고 지난해 이후 중국의 원유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근년 들어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해 국내 승용차 수요가 70%나 급증해 이 제 중국은 세계 원유생산량의 7%나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이미 일본을 추월하여 미국다음인 세계2위의 원유 소비국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향후 20년간 세계 원유 수요는 지난 같은 기간에 비해 2배인 50%나 급증할 것 이라고 한다.
반면 세계 원유 공급 능력은 그동안 새로운 유전개발을 위한 투자가 부진하여 단기간에 늘 리기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남부유전의 경우 이미 공급능력이 70년대의 반으로 급 감한데다 영국의 북해유전도 생산량이 감소 일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매일 9백만 배럴을 생산하며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 산유국인 러시아의 경우도 지구촌 의 폭증하고 있는 원유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현재 일부전문가들은 확실 치는 않으나 러시아의 매장량이 일천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원유 수요 증가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15년 이후 바닥을 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본과 중국 의 원유갈증을 풀어줄 서부 시베리아 부동항까지 원유 수송 루트인 파이프라인 건설이 지연되고 있어 당장의 수요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유코스 사태에서 보듯이 러시아 석유 기업과 정부간의 갈등으로 낙후된 석유 생산시설의 현대화에 쓰여 질 외자도 제대로 유치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산여력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중동 산유국들의 사정도 불안하기는 마 찬가지이다. 이어지는 테러와 정국 불안으로 이들은 더 이상 안정적인 원유공급처가 되지 못하 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줄어들더라도 배럴당 20$선의 저유가시 대는 가고 앞으로 상당기간 고유가 시대가 고착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자 현재 국제원유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WTI기준으로 배럴당 50$ 선을 상 회할 것 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지구촌의 대체 에너지개발 노력이 부 진하고 중동사태가 장기화되면 구조적인 원유 공급부족 사태가 수년 내로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으 로 비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투기바람이 잦아져도 배럴당 30$선 이상의 고유가 시대가 고착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에너지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큰 충격 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01년 유가급등으로 인해 우리경제가 격은 어려움을 생각해보라. OP EC의 감산으로 일년 만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 선에서 34$로 급등하자 IT버블이 붕괴되고 미국 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경제가 디플레 늪에 빠졌었다. 그러자 우리도 수출이 급감 하면서 재차 경 제 위기설에 휩싸이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우리정부는 유가급등이 70년대와 같은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고유가에 대한 대비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얼마 전 일부외신의 분석에 의하면 아시아국 중 한국, 태국과 대만이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단기대책에 급급한데 기인한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 위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중ㆍ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관 합동 의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노력은 물론 해외유전 확보, 대체에너지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진작시 켜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확보전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세계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 국과 긴밀한 협력은 물론 동북아 에너지 협력기구 설립 등을 추진하는 등 외교적 노력도 더욱 강 화해야 할 것이다.

-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




  기사제보 | 구독신청 | 광고문의 | 회사소개

(110-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85-1
TEL 02-398-3762~8, FAX 02-398~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