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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둘러싼 4强은 지금 동북 패권 주도 전략의 가운데 놓인 한반도

미국의 북핵 현상유지 정책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각축이 뜨겁다. 최근 ‘고구 려사 왜곡’에서 보듯 패권주의를 드러내는 중국. ‘보통국가화’라는 미명아래 노골적으로 우경화를 드러내는 일본. 여기에 러시아가 남북한 평등외교를 내걸고 동북정세의 주도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과거 국권침탈과 한국전, 남북분단 및 한반도 정세에 핵심 적 영향을 미쳐온 주변 4대 강국의 한반도정책을 집중 조명한다.


북핵 6자 회담이 열린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한 현학봉 대변인이 몰려든 기자들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변화와 미국
“태평양의 열강이 한반도에 걸린 자국의 이익을 정확히 계산했을 경우 (20세기 전환기 때 처럼) 열강 사이에 유혈충돌이 일어났고, 1950년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자국의 이익을 소홀 히 했거나 계산착오를 했을 때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21세기 전환기를 맞아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한반도 전문가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등은 한 반도 주변 4강의 한반도 전략과제를 심층분석 한 책 ‘한국의 미래와 열강’에 그같이 분석했다.
이들 한반도 전문가는 이 책에서 이러한 역사적 교훈과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반도의 미래 대비책을 세우기보다는 한반도의 현상유지에 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간 학계에선 북핵 해결 이후 남북 통일 상황까지를 가정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관 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그 중에서도 핵심인 북핵 정책은 현상유지였다는 데 이견이 없다.
또 미국의 현상유지 정책이 무엇보다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공통 이익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협력관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데도 미국 내 동아시아 전문가들의 진단은 일치한다.
가장 단적인 예로, 현 단계에서 미국의 핵심 한반도정책인 북한 핵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6자 회담을 들 수 있다. 도널즈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했고 일부 민간 전 문가 사이에서 여전히 간헐적으로 거론되는 ‘정권교체’조차도 중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 다는 점에서 미국이 최소한 중ㆍ단기적으로는 중국과의 협력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가 미ㆍ중 관계의 바람을 타 게 된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미ㆍ중 협력을 통한 미국의 한반도와 주변정세 현상유 지 정책이 매우 취약한 구조라는 점이다. 가령 북한이 내년쯤 핵보유를 공식적으로나 비공식 적으로 선언할 경우를 상정하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현 질서가 급변하면서 미국의 대 응 방향에 따라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과 대립 양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 면, 한반도 주변이 예측불허의 난기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미ㆍ중 관계 자체를 보더라도, 특히 전문가들에 따라선 수년 내의 일로 예상하는 대만 문제 로 인한 양국 간 긴장이나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가 직접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미ㆍ중 간의 협력관계가 한반도 안팎의 요인들로 인해 언제든 깨질 수 있다. 이 는 곧바로 한국에 중대한 안보 도전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가상 사례들이다. 특히 미묘한 부분은 미국이 추진 중인 해외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른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 변화 방향 , 그리고 한ㆍ미 간의 `미래 동맹' 논의 방향이다.
“중국 지도부는 GPR에 대해 중국의 힘을 가두기 위한 장기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다”고 지난 5월 발표된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가 미ㆍ중 양국 국방부의 백서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미래 한미동 맹 구상이 대북 억지 차원을 벗어나 미ㆍ일 동맹의 성격을 띠게 될 경우 한ㆍ중 관계에 직접 충 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민간안보자문회사인 CNAC의 마이클 맥더비트 전략문제연구소장이 지난 3월 전략국제문 제연구소(CSIS)의 태평양포럼에서 한국의 ‘안보 딜레마’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제기했던 것이 다. 미국의 정책 입안가들에게 중국의 그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의 안보 딜레마를 감 안하고 이해하는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선 50년 이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이익이, 새롭게 세계 강 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접 중국의 이익과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한국의 안보를 확보할 것이냐는 과제를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이 최근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냉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강 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의회와 민간분야에선 미국의 기존 동맹들과 중국 간의 관계에 대해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하는 연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의회가 지난 2000년 구성한 ‘미ㆍ중경제안보 재검토위원 회’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반면 미국의 영향력은 퇴조하는 경향을 지적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분명하 게 드러냈었다.
한국도, 특히 지난 4.13 총선 이후,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미국보다 중국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국내 여론 조사 보도가 있은 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나 토론회 때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를 우려하거나 비웃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강행 방침과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불사 위협 등으로 미ㆍ중 관계에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북핵과 북핵 이후 모두 미ㆍ중 관계의 바람을 타게 된 한반도 안보의 최적의 길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동영 워싱턴 특파원 | ydy@yna.co.kr

‘부국강병’ 모색하는 중국
중국이 경제력 급신장과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강자로 다시 자리매김 하고 있 다. 특히 중국이 경제력 급신장에 따른 군사력 증강을 토대로 ‘부국강병 정책’을 본격 추 진할 태세여서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 서방 외교소식통은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는 ‘중화사상( 中華思想)’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단대공정(斷代工程), 동북공정(東北工程)과 같은 고대역사 재정리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중국공산당 정치국 제15차 집단학습에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강 조한 발언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최근 중국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다룬 그의 발언내용은 ‘부 국강병’이란 단어로 집약된다. “평화 및 발전 추구와 자주적인 외교정책 유지에 있어 국가주권 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거나 “국가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방과 경제가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이 그 핵심이다.
중국이 사실상 동북아정세 재편기류를 타고 초강국 미국과 경제대국 일본에 맞설 수 있는 경제ㆍ 군사력을 갖춰 명실공히 아시아의 강자로 부상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양상이다. 한반 도와 중국은 역사적 지리적 그리고 정치외교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일본 제국 주의 압제의 사슬을 끊고 맞은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발한 6.25 전쟁으로 한국은 중국과 질긴 인연의 끈을 다시 잇게 됐다. 당시 국토를 두 동강나게 한 악연의 주역이던 중국은 1992년에 다시 외교무대에서 우리와 손을 마주 잡고 수교했다.
반만년 역사에서 고스란히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하며, 때로는 우호적인 후원자로 때로는 탐욕스 런 침략자로 다가왔던 중국이 한국과 수교 12년째를 맞아 ‘전면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이미 국제 핫 이슈인 북핵 문제의 해결의 핵심 조정자로 베이징 6자 회 담의 주역으로 등장, 한반도 외교무대의 중심축으로 역할하고 있다. 미국도 이를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일부 현안해결에는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과 개입을 권고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과 중국간 현주소는 무엇보다 경제관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교역 액 2억3천만 달러에 대 중국 무역수지 흑자 9천400만 달러. 이는 1년이 아닌 하루 평균 한?중 간에 이뤄지는 교역규 모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총 교역량이 840억 달러에 이르게 되며, 내년에는 1천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몇몇 한ㆍ중 문제 전문가들은 이쯤 되면 경제교류에 관한 한 전면적 동반자 관계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존의 파트너’라고 해도 좋 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보통국가화'를 내걸고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
그러나 정치, 군사, 외교분야는 이와는 사뭇 다른 게 현실이다. 서울과 베이징은 최근 양국 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고구려사 왜곡’을 비롯, ▲북핵 현안 ▲탈북자문제 ▲대북관 계와 통일문제 등 상호 입장을 달리하는 숱한 난제를 안고 있다.
특히 최근 터져나온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한중 관계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새로운 외교 쟁 점으로 떠올랐다. 이 문제는 양국 간 외교갈등으로 비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 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억지 시도에 강력 항의하는 등 이를 바로잡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 국 측은 실망스런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양국이 지난 1월 “고구려사 문제는 정치가 아닌 학술 차원에서 해결하자”고 합의했음에도 중국 측은 외교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기술했다가 한국 측의 거센 항의를 받자 정부수립 이전 역사를 아예 삭제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해명은 그들이 어떤 시각으로 한국을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로, 다시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내에도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보는 견 해와 그와 다른 주장이 존재하고 있어 이들 간의 형평을 고려해 한국의 현대사를 제외한 역사기 술을 모두 삭제했다는 중국 당국의 설명은 곧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 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중국이 던져놓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향후 한중관계의 새로운 설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남북분단과 8.15 해방이라는 ‘절반의 광복’을 맞은 지 59년을 맞아 역사전쟁 및 중국의 강 국정책을 계기로 한반도가 다시금 중국 등 열강의 각축장이 돼가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의 대 중국정책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을 새삼 곱씹어봐야 할 때다.

박기성 베이징 특파원 | jeansap@yna.co.kr

동북아재편 야심 드러내는 일본
"무기수출 3원칙의 정신을 유지하되 현실적인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맞추어갈지의 관점 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일본으로서는 패전일인 8ㆍ15 직전에 한 말이다. 지난 9일 낮. 일본 나가사키 시에서는 원폭투하 59주년을 맞아 위 령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토 잇초 나가사키 시장은 미국 국민을 향해 호소했다. "우리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남은 길은 핵무기 폐기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핵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이즈미 총리도 이날 위령제에 참석해 원폭 희생자를 추도했다. 하지만 식장을 빠져나오자마 자 기자들과 만나서는 전후 일본을 지탱해온 외교정책인 '무기수출 3원칙'(무기수출 금지원칙) 의 개정을 시사했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열도에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일본으로서는 패전일인 8ㆍ15를 닷새 앞둔 10일 내년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야스쿠니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1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장소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관중들이 아시안컵에서 반일감정을 드러낸 데에 대한 응수였다.
일본은 더는 패전이라는 굴레에 매여있지 않다. '부국강병'의 슬로건 아래 근대화에 나 섰던 메이지유신. 이 유신이 '보통 국가화'의 이름 아래 재연, 반환 점을 돌았다. '부국강병 '이 서구자본의 육성과 군국화였다면 '보통국가화'는 미국의 등에 올라타 국제사회의 당당한 리 더국가, 동아시아의 '패권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반도의 명운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기에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5월 재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납북 일 본인'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만남이 가지는 함축성은 그 이상이다. "서방 정상 중 김 위원 장을 두 차례 만난 이는 나 뿐"이라는 그의 당찬 발언은 일본을 주목하라는 메시지였다.
지난 6월 열린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과 북한간의 '교량'을 자 처, 북핵에 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간의 갈등, 지지부진한 남북관계의 틈을 파고들어 활동공간을 마련한 형국이다.
국제무대에서 외연확장을 본격화한 일본의 행보는 '미국 추종'으로 비판받을 정도로 철저히 미 국의 우산 아래서 진행 중이다. 미국의 MD 구축이나 주일미군을 '동아시아 사령탑'으로 격상시키 려는 구상, 이라크 전에 대한 일본의 전면협력. 그 대가로 일본은 자위대의 첫 다국적군 참가라는 과실을 따냈다. 양국의 관계는 바야흐로 '혈맹'으로 뭉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최근 '미ㆍ일 동맹인가 유엔인가'라는 보도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대 미 추종'을 비판하지만 '유엔 중시'의 틀 안에서 자위대의 적극활용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 다. 민주당은 한편 오카다 가쓰야 대표가 7월초 참의원 선거 승리 후 곧장 미국으로 날아가 조야 에 얼굴을 알리면서 개헌과 자위대의 무력행사 용인의 당위를 주장하는 행보를 드러냈다.
전력보유와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금하는 '평화헌법'의 개정은 아마도 일본의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은 내년 중 당 자체 개헌안을 선보인다. 양당은 개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헌법이 개정되면 일본 자위대는 명실공히 세계 최강군으로 국제분 쟁에 적극 참여하는 길이 활짝 열린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호헌파'는 배지를 반납해야 했다.
일부 양심적 지식인들이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부야 노조무 지바대학 조교수는 민주당도 적극 가세한 개헌론을 '미래'라는 코드로 충만한 'J팝'(일본 대중음악)에 빗대어 "새로운 자신을 지향하는 배경에는 전후사를 전면 부정, 현재 정체의 원흉은 헌법이고 호헌파인 만큼 헌법만 바꾸면 '새로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이라고 꼬집었다. 하지 만 이런 목소리는 '보통국가화'라는 슬로건에 가려 희미하게 들려온다.
다만 동아시아의 역학구도에서 일본의 야심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사실상 중국뿐이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 들어 야스쿠니 참배, 동중국해의 가스전 개발, 아시안컵 축구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 딪쳤다. 그런 가운데 일본이 전통적으로 중국과 가까웠던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일본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맞서리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짐작이 아니다.

신지홍 도쿄 특파원 | shin@yna.co.kr

영향력확대 부심하는 러시아
옛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한반도 분단의 또 다른 주역으로 8.15 광복 후 대북 관 계에 있어 절대적 또는 상대적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전쟁을 비롯, 북한 공산체제와의 군사동맹을 주축으로 옛 소련은 공산 종주국가로서 북한체제와 절대적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옛 소련은 동구권 몰락과 소련의 해체 이후 러시아로 변신하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한국과의 수교를 계기로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정치, 외교, 경제적 관심이 급 증하면서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은 북한과의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과도 등거리외 교를 유지하려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관계는 무엇보다 경제적 관계에서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량 은 42억 달러로 전년인 2002년 30억 달러에서 40% 증가했다. 아직은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주 변 4강과 비교할 때 훨씬 뒤 처지는 숫자지만 이들 국가에 비해 대러 진출이 본격화되지 않았음 을 감안할 때 향후 러시아 시장의 잠재력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발레리 데니소프 러시아 국제관계대학 교수(전 북한 대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사업 만 성공하더라도 양국 간 교역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으로선 새로운 산업 동 력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철도 연결 사업 논의가 부진한 원인에 대해서는 "한반도가 남북한 대치 상태로 여전히 긴장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한국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통해 상호 의존성을 높이고 여기에 북한 핵문제를 통한 러시 아의 안보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꾸준히 미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 히 표면적으론 한반도에 대해 더 이상 남과 북 어느 한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외교를 구사한다는 게 그들의 목표다.

한ㆍ러간 철도협력 세미나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러시아 철도 관계자들
이타르타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전문기자로 활약하는 발레리 오가르코프는 "러시아는 남북한을 동등 하게 대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반도가 4강이 각축을 겨루는 긴장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러시 아는 한반도의 동향을 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보다는 북한 지도자와 더 많은 접촉을 갖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현안이 있어 만날 뿐 북한을 우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최근 한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이 상대국을 오가며 양국 현안에 대해 질 높은 대화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6자 회담이 다. 미국과 일본 주도로 북핵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막고 러시아의 참여를 통해 한반도에서 러시 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한반도 각축외교에 공식 동참한 셈이다.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경계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남북한의 입장을 다른 4강 국가들보다 충실히 대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북한에 일방적인 핵 폐기 노력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제아 래 북한의 체제 안전 욕구 또한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 한반도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힘쓰고 있다. 데니소프 교수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러시아가 정치적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면서 "이는 최근 6자 회담에서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입장을 전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반 사프란축 러시아 국방정보센터장도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다자간 협력 이 중요한데 러시아는 6자 회담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면서 "과거 2～3년 전만 해도 러시 아는 한반도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의도했지만 이제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러시아의 영 향력은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의 향후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스 공급이나 석유 운송 을 위한 송유관 건설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중국과 마찰을 겪고 있는 한국 고대사 왜곡 문제에 대해선 대부분의 러시아 내 한국학 연구자들은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데니소프 교수는 "개인적으로 고구려는 한국 역사 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자국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이는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김병호 모스크바 특파원 | jero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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