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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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모르면 기업할 수 없다

전통음식, 한방의학, 정신적 유산 상품화하자

웰빙이 마케팅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웰빙문화에 젖어들지 못할 경우 웰빙은 새로운 걸림돌이 될 뿐이다. 바야흐로 웰빙 경영전략이 필요한 때다.


삼성전기가 조직 활성화와 임직원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 심리극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웰빙 시대에 부응해 ‘건강백화점’을 표방하며 최근 개점한 백화점 ‘한솔동의보감’ 입구에서 의녀 복장을 한 도우미들이 고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백화점은 한약재는 물론 건강ㆍ의료기기, 건강식품, 한방병원 등을 갖추고 있다.

최근의 웰빙 열풍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미국의 경우는 비만, 고령화 사회, 친환경 마케팅 등이 웰빙의 진원지. 이를 이용해 미국기업들이 창출해낸 시장은 우리 돈으로 무려 270 조 원 규모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위원회 주최로 열린 ‘웰빙문화 트렌드와 유통산업의 전망’ 세 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섰던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진병호(디자인?머천다이징과) 교수는 “최 근 웰빙이 마케팅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기업이 웰빙문화에 젖어들지 못할 때 웰빙은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지적,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최근의 소비환경은 과거와 무척 다르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물론 한국의 386 세대 역시 소비 력과 문화적 잠재력을 함께 지닌 세대. 여기에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미래는 스트레스 없이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게 만든다. 이런 성향은 결국 물질세계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정신세계에 대한 지대한 관심, 자연과 동화되려는 추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친환경 상품이 최근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웰빙의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다는 점에서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 다는 소비문화의 선진화 과정을 거치며 보다 세련되고 바람직한 형태로 자리잡아갈 확률이 더 높다.
영국의 경우는 고액 연봉을 포기한 채 한적한 시골로 낙향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원하는 일을 하며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살아가겠다는 이들은 주로 전문직 중산층 계 층에서 많이 생겨난다.
미국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느림을 추구하는 사람들, 일명 ‘슬로비족’이 늘고 있다. 나아가 미 국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공간에도 웰빙을 접목시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류회사 Gap의 샌 프란시스코 사무실은 30% 이상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로 만들었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것은 기본이고, 천장과 외벽을 창으로 설계해 자연 일광을 최대한 활용했다. 또 사무실 바닥에 환기시 스템을 도입해 직원들에게 항시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것도 돋보이는 점이다.
역시 미국의 REI Denver Flagship Store는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건물을 개조한 결과 매출이 20 9%나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일본에서 웰빙으로 성공한 기업을 들라면 단연 도요타를 꼽을 수 있다. 도요타는 친환경자동차인 하이브리드 차 개발에 성공, 세계 최고의 연비효율을 이뤄냈다. 환경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도요타는 이를 통해 비용절감, 차별화, 신규사업 창출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4년 연속 환경 친화적 기업 1위에 뽑히고 있다.
스웨덴의 가구 IKEA는 제품을 개발할 때 아예 필요 이상의 재료는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꼭 사용해야 하는 재료의 경우도 반드시 재활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에 따라 아이 용 침대는 주니어용 침대로 전환할 수 있으며, 테이블은 보관함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웰빙 시장이 유통업계와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비싼 값에도 불구 하고 유기농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매장이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백화점이나 할인점 식품부에는 대 부분 친환경 상품 코너가 마련됐다.
건강관련 상품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가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3년 국내 건강기능성 식품시장은 총 3.4조 원 이상. 이는 전년에 비해 13%나 늘어난 것으로 앞 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근에는 웰빙이 건축 분야에까지 결합되면서 웰빙 바닥재, 녹지나 휴식공간이 많은 아파트 , 한옥과 양옥의 결합, 공기청정기 등 건강관련 가전제품, 항균 청소대행업 등 웰빙을 표방한 시장 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볼 때 웰빙이 기업들에 시사해주는 점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웰빙 라이 프 스타일을 고려한 새로운 시장의 개발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친화적 마인드를 높이려 는 노력도 필수다. 기부, 그린 건물, 종업원 복지 등에도 근본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 고유 의 음식문화, 한방의학, 선이나 풍수지리 등 정신적 유산도 세계무대에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관련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과 해외진출 노력은 지금이 바로 적기다.

진병호 교수의 웰빙시대 경영전략 3가지

1. 웰빙시대를 적극 준비하라
웰빙시대를 적극 준비하는 기업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기업 은 웰빙이 새로운 규제로 다가오게 된다. 이의 사례로 미국의 레스토랑 판매식품 영양성분 표시 라벨부착 의무화 추진, 알러지 물질 함량표기 의무화 추진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볼 때 특히 식품 의 안전유통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2. 웰빙기업이 되자
웰빙형 공장, 웰빙형 사무실은 단순히 친환경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친환경 공간은 실제로 운영비 절감 및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3. 웰빙을 결합한 퓨전 마케팅으로 승부하라
최근 웰빙족은 기존의 과시형 명품족과 달리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실속형 소비를 지향한다. 이들은 웰빙 브랜드 부착으로 과시형 소비를 하려는 게 아니다. 자신과 가족의 건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소비하며, 의식주 전반에 걸쳐 가치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원한다. 따라서 다양한 기술과 감성의 결합으로 잠재적 웰빙 소비자를 찾아내야 한다.

4. 한국형 웰빙문화를 팔아라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에는 이미 거대한 웰빙 시장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 한방의학, 풍수지리 등 정서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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