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다양하게 투자하라

미국 부자에게 배우는 재테크


미국의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캡제미니와 함께 매년 ‘World Wealth
Report’라는 세계 부자들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조사대상은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은 제외하고 금융자산 및 유동자산만 100만 달러 이상을 소유한 이른바 HNWI(high
-net-worth individual)이다.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HNWI가 전 세계에서 2002년 대비 7.5% 증가한 770만 명이고, 그 중 금
융자산 3천만 달러 이상 보유한 Ultra-HNWI가 7만 명이나 된다. 그리고 770만 명의 HNWI가 소유
한 금융자산 총액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28조 등 이머징마켓의 성장세 지속, 세계 경제 회복
등에 힘입어, HNWI의 금융자산이 향후 매년 7%씩 증가하여 2008년에는 40조 7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6만 5천명 12억 이상 보유… 증가율 세계 3위
지역적으로 북미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부자의 수와 재산 증가 속도가 유럽과 중남미보다 훨
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의 금융 백만장자 수는 227만 명으로 전년 200만 명보다 1
4% 늘어났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는 유럽,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 지역을 합친 것보
다 많은 수의 금융 백만장자가 새로 탄생했다. 또 보고서는 3천만 달러 이상의 금융 및 유동자산을
보유한 미국과 캐나다의 최고위층 부자의 수는 3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의 경우 인도
와 중국을 필두로 강한 부의 창출이 지속되고 있어 부자들의 숫자 증가율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하
고 있다. 홍콩이 30%로 가장 높았고, 인도 22%, 한국이 스페인과 같이 18%, 미국 14% 순으로 나타
나 이 지역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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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자드은 자산 중에 예금ㆍ현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지금은 다양한 자산운용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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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재산증식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국내 경제사정을 반영하여, 중국, 인도, 스페인,
미국이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부의 증가는 예상보다 강력한 북미와 아시아의 경제
호전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활황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부자들은 지난해 증시가 2년 간의
부진을 털고 상승함에 따라 부의 증가 효과를 만끽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가 부자
에게 더욱 유리한 세금 감면 정책을 펼치자 그 효과는 배가되었다.
이에 따라 금융 백만장자들은 2000~2001년 증시를 회피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지난해는 적극적으로
증시에 투자, 주식 비중을 20%에서 35%로 늘렸다. 부동산에 대한 직접 투자도 2002년 15%에서 지난
해 17%로 상향됐다. 2001년과 2002년에는 증시부진으로 미국 내 금융 백만장자의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고, 부자들의 총 재산도 2천억 달러 가량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금융 백만장자들은 지난해 총 8조 5천억 달러를 소유하여, 2002년의 7조 4천억 달러보다 1초 1천억
달러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재산 증식에 대한 체감 속도도 보유재산과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즉 대부분
의 미국인들이 이제야 경제 회복의 효과를 느끼기 시작한 반면, 부자들은 이미 12개월 전부터 회복의
열매를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공개(IPO)와 소규모 사업 매각 등이 지난해 활발하게 진행되어 부
의 급증에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가계, “예금이 최고”
그런데 미국 부자들과 달리 한국 부자들의 재산 증식 수단은 사뭇 다르다. 미국 부자들이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탄력 있게 자산 배분을 하는데 비해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
타났다. 한국의 가계 금융자산 중 60% 이상이 수익성이 낮은 예금과 현금에만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용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의 최근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재테
크 수단으로 예금ㆍ적금 등 금융상품이 45%로 가장 많게 나왔다. 부동산은 24%, 주식 또는 채권은
23%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미국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뮤추얼펀드, 연금 등에
대한 투자자산 비중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 자산 리뷰’에 따르면 한국 가계 금융자산
은 지난 10년 동안 3천 600억 달러에서 8천 36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3년 49%에서 2003년 58.1%로 늘어나 홍콩(42.6%), 싱가포르(20.4%), 대만(40.4%)보다
예금 의존도가 훨씬 높았다. 예금과 현금을 합하면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61.1%에 달해 투자자산 비중
은 38.9%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투자자산 비중이 81%에 달하고, 싱가포르76.4%, 홍콩 55.8%, 대만 4
5.8%, 일본 41.8%, 호주가 70.4%임을 고려할 때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대한 재테크 투자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산 중에서는 생명보험 비중이 전체 자산의 17.5%를 차지해 투자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뮤추얼펀드와 직접투자 비중은 각각 5.1%와 6.1%에 그쳤다. 미국 부자들은 자산의 11.4%를
뮤추얼펀드에, 20%를 주식에 직접투자하고 있으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4개국 평균치도 각각 7
.2%와 16.6%에 달하고 있다.
국내 금융계는 최근 은행예금 위주의 자본 증식이 더 이상 국민의 보편적인 재테크가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계층은 고령화돼 ‘고위험 고수
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윤옥엽 연구원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10년 전과 동일하게 여전히 수익이 낮은
예금 상품에 묶어 놓고 있음은 가계의 재산 증식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금
리 시대에 인플레이션이 예금 이자율보다 빠르게 증가할 경우 향후 10년 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며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재테크 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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