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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체계 개편 적극 관여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97년 금융정책의 실무자로서 금융위기가 발발한 것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끼나 당시 특정인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많은 구조적인 문제가 겹쳐서 발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신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현재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주도로 진행 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작업에 적극 관여할 것임을 시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윤 위원장은 "정부혁신위가 아직 구체안을 결정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가능한 범 위내에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가장 좋은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작업을 정부혁신위의 `고유업무'로 인식, 처분만 기다리는 식의 수동적 인 입장에 섰던 전임 이정재 위원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윤 위원장은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 하면 대국민 금 융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의 금융감독체계에 대해서도 "통합 감독기구가 기대했던 것만큼 앞서 나가는 것 이 부족했던 게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접근하지 않고는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윤 금감위원장
윤 위원장은 지난 1997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지금의 금감위, 금감원 체제의 금융감독기구 통합작업을 주도했다.
그러나 윤 위원장의 이런 생각이 현실화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혁신위가 금감위를 금 융감독의 총괄 주체로 하고 금감원이 현재 수행중인 감독업무의 상당 부분을 금감위로 이관 한 뒤 금감원은 검사업무에만 주력하는 내용으로 감독체계 개편 방향을 잡고 지난 7월 27일 청와대 보고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윤 위원장의 `때늦은 목소리'가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윤 위원장은 "감독정책과 관련된 부분은 (재경부에서) 이쪽(금감위)으로 상당부분 이양하는 걸로 실무작업이 진행되는 걸로 안다"고 언급, 감독체계 개편작업이 이미 깊숙이 진행되 고 있는 상태임을 스스로 확인했다.
더군다나 금감원은 노조를 중심으로 이런 방향의 개편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감위와 금감원의 `이해 충돌'을 조율하는 것은 지난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윤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조직 이기주의로 인한 업무상의 어떠한 공백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함으로써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둘러싼 내부 이견에 강경 대처할 것임 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금융정책의 실무책임자였다. 금융 감독기구의 수장으로 적절한지 국무회의에서도 논란이 있었는데.
외환위기로 국민이 어려움 겪은데 대해 무한책임을 느끼고 있다. 다만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 은 그 당시에 특정인이 특정자리에 있었다 없었다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많은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된 결과였다. 그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실무자로서 뼈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 달라.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은.
금융감독체계는 어떻게 해야 대국민 금융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 는가 하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협의해 나가겠다. 혁신위가 우리의 의견을 안 듣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무원조직이 나으냐, 민간조직이 나으냐는 나라마다 경우가 다르고 어떤 행태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금감위나 금감원이나 국가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인이 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고 어떤 결론이 나도 자기 이익에 맞냐 안 맞느냐로 대립하는 것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나라 이익이 우선이다. 감독정책과 관련 부분은 이쪽으로 상당부분 이양하는 걸로 실무 작업이 진행되는 걸로 안다.


"금융감독체계는 어떻게 해야 대국민 금융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의 실무책임자로서 당시 경제팀의 판단이 옳았는지 또는 과오가 있었는 지를 평가하자면.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남미나 유럽 등 다른 나라와는 큰 차이 있다. 중남미나 동남아는 공공 분야에서 위기가 시작됐다. 예산 적자와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변수에 문제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민간분야에서 위기가 시작됐다. 재정은 건전한 상태였고 인플레도 문제가 안됐다.
전문학자들이 지적하기를 경상수지 적자를 통한 외환위기는 거시경제 변수와 관계가 있어 정부 가 책임이 있지만 자본유출 문제로 인한 것은 그 나라 단독 정부만으로 막기 어렵기 때문 에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왑이니 통화동맹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취임사에서 시장의 신뢰 강조했는데.
우리나라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많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후 진국과 경쟁하는 게 아니다. 선진시장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글로벌 스 탠더드로 접근하지 않고는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정부 혁신위가 마련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골격은 재경부의 일부 시행령 및 법령 제 개정권을 금감위로 이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경부와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통합 금융감독기구가 발족한지 6년이 됐다. 당초 의도대로 통합의 효과가 있는지, 시장 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 감독을 받는 일선 금융기관 입장에서 달라진 게 있는지를 모니터 할 필요가 있다. 통합 감독기구가 기대했던 것만큼 부족했던 게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혁신위가 구체안을 결정한 것은 아닌 상태로 알고 있다. 사전에 혁신위와 충분히 협의하겠 다. 첫째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가 장 좋은 모델을 도입하겠다. 시간을 달라.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금융지주회사법 조항 가운데 애매하고 자의적으로 해 석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있다.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끊임없이 수정 보완하겠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데 정부의 카드정책이 어떤 면에서 그러한 기준에 못 미쳤다고 보는가.
카드사태는 지난 정부에서 소비수요를 진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초 금융감독기구를 분리한 것은 가능하면 정부정책으로부터 감독행정의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날을 교훈 삼아서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공권력적 행위는 공무원만 수행할 수 있다 고 보는가.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공권력에 관한 부분은 정부가 직접 행사해야 하는 게 법리 상 맞다. 다만 그런 경우 정부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문제가 있다. 특별 공법인도 정부의 범위라는 얘기도 있다. 좀 더 연구를 하겠다.

◎시장자율정화기능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제기구로부터 차입국가에서 자금공여국가로 전환된 나라가 우리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도 우리 모든 부분에서 법과 원칙이 많이 실종되어 있다. 우리는 시장경제원리를 아무리 강조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과 원칙이 서지 않는 시장경제는 할 수 없다. 감독기구의 수장으로서 첫 번째 역점은 금융 분야에서 법과 원칙이 서는데 원칙의 초점을 두겠다.

권정상 경제부 기자 | honeybee@yna.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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