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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와 국민연금

증시가 장기적으로 안정을 찾는 데는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 라는 지난 1989년～90년 주가폭락 당시 무리한 지시에 따른 투신사를 중심으로 한 주식매수가 장기간 경영부실로 이어진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그 후로는 한국 증시에서 기관투자가들은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은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장기 적인 증시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리서치, 투자전략의 수립, 시장 매매,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조직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산의 운용은 펀드매니저에게 전적으로 맡겨지기보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기능별로 권한과 책임을 분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일반투자가보다 안정적 이고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점이 기관투자가에게 시장 안정의 임무를 줄 수 있 는 이유가 된다.
아무리 뛰어난 펀드매니저라도 시장상황이 안정적일 경우에는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 만 시장이 급변하는 경우 혼자의 힘으로는 체계적인 대응이 불가하다. 따라서 기관투자가의 자산 운용은 권한과 책임이 여러 단계별로 분산된 조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히 포트폴리오 구성의 역할에서 투자대상 선정과 자산배분을 구분하는 것이 기관투자가에게는 꼭 필요한데 이처럼 기관투자가가 분업화하는 목적은 자산운용기관은 견제와 균형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의 경우 운용원칙과 투자목적에서 벗어난 독단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도 록 견제해야 하며 이와 함께 펀드운용의 독창성과 유연성도 유지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필요로 한다.
운용조직은 투자전략과 같은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자산운용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여기서 자산구성 비율, 투자대상의 범위, 위험크기의 한계, 펀드운용의 각종 원칙 등을 결정하고, 이를 펀드매니저들이 준수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제껏 우리 증시의 기관투자가들은 운용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산을 운용했고 자산규모도 급격한 속도로 커져 왔다. 투자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 에 대한 정책이나 전략보다는 그 때 그 때의 단기적인 시장대응 위주로 자산이 운용되어 왔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조사 기능이나 분석 기능 등 지원기능에서는 소수의 인력에게 의존하는 한편 자산운용에 관해서는 비교적 권한이 크게 부여된 상황에서 펀드매니저들은 단기의 투자목표에 쫓 기며 제대로 운용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최근 수년 동안 기관투자가들이 점차 큰 손실을 겪었다. 그러자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펀드매니저에 게 포트폴리오 운용과정의 어렵고 복잡한 업무를 맡기기보다 여러 조직을 통해 펀드매니저의 역할 을 줄이기 시작했다. 결국 펀드매니저가 직접 할 수 있는 영역을 정확히 정해주고 나머지 일들은 전사적으로 통제하면서 이를 보완하는 체계화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자산운용 과정은 선진국에 서 오래 전에 일반화되어 있는 일이다.
최근 국민연금에게 주식매수를 권하는 정부의 요청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역시 연기금이 기관투 자가로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내부 조직과 운용능력을 가지게 한 후에 추진해야 할 일 이다. 그러나 전업 기관투자가들의 내부 사정을 보면 전문성과 안정성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연기 금의 기관투자가화는 신중을 기해야할 문제다.

엄 길 청
경기대학교 서비스 경영
전문대학원 교수(경제학)

저 서
[손에 잡히는 경제]
[생각을 바꾸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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