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음덕 쌓아야 큰 부자 나와
필자와 같이 매월 재테크 연구 수요모임을 가진지 10년이 되는 흉허물이 없는 오래된
사이인 김 사장.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건설관련 자재 납품 업을 하던 그는 지난 98년
IT바람이 불어닥칠 즈음 업종을 바꿨다. 설립한 인터넷 전자상거래 회사가 처음 코스닥에
상장될 당시 그는 황금 노다지를 캐는 꿈에 부풀었다. 그가 운영하던 회사의 공모주 가격이
15배로 급등하는 등 그도 이젠 큰 장사꾼의 반열에 올라서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세상사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법. 많은 벤처 업체 대주주들이 공모 직후 치
고 빠져나갔지만 그는 계속 경영해야한다는 장사꾼의 자존심 때문에 회사를 계속했다. 역시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상장한 이후 지난 5년 간은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 큰 수익 모델
이 없던 회사는 한마디로 ‘돈 먹는 하마’였다. 거듭되는 구조조정만 5년째 지속하면서 선
대로부터 물려받은 가산 중 일부를 팔아 50억 원 정도의 운영자금을 시쳇말로 ‘꼴아’ 박
았다. 하루 하루가 죽을 맛이었다.
이러한 차에 세월도 바뀌어 참여정부가 들어섰다. 장사도 안 되는 데 그에게는 좋은 핑계거
리가 생긴 것이다. 수요 모임에서 그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비판에 ‘거품’을 무는 일이 흔
해졌다. ‘장사꾼들 기 꺾는 이런 정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민을 가겠노라’ 등,
입에 침을 튀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던 그가 올해 여름이 지나면서 모임에 나와서도 참여
정부 비판을 자제하는 변화를 보여줬다. 대신 모임에서 그는 얼굴이 화사해지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며 미소만 짓는 등, 사람 변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태도 돌변 중 압권은 행정수도 이전문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경제가 이 모양인데
뭔 행정수도 이전이냐”고 비판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수도권 집중화는 후손들을 위해
서도 해결해야하는 국가 100년 대계 아니냐”며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
다. 최근에 그의 이런 모습에 의아해하는 모임의 박 사장이 “충청권에 땅 있는 것 아니냐”
고 물었다. 혹이나 했는데 대답은 역시나 “그렇다” 였다.
구체적인 얘기를 피하는 김 사장을 지인들이 다그치자 후속 설명이 따라 나왔다. 그가 좌중을
일순간 침묵으로 몰아넣은 이야기는 대강 이렇다.
“여러분, 알다시피 내 고향이 대전 아니냐, 예전에 할아버지는 지역에서 공부 잘하고 집안 어려
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많이 주셨다.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물려준 땅이 한 30년 전에 대전에
과학단지가 들어서면서 정부에 공공 수용됐다. 아버지는 땅값 받고 고향 떠나는 대신 연고를 지키
며 인근 지역의 척박한 야산의 땅을 대토로 받았다. 이후 그 땅에 대해선 자식인 나도 잊고 살았
다. 하루는 퇴근해서 텔레비전으로 행정 수도를 옮긴다는 뉴스를 보는데, 대상 지역이 금남면 어
쩌고 하더라, 지명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아서 옆에 마누라에게 지명이 많이 귀에 익은
것 같다고 했더니, 마누라가 화들짝 놀래며 아버님이 당신한테 넘겨주신 그 땅이 있는 곳이 아니냐
고 하더라, 엥, 이게 무신 소리여, 부랴부랴 등기를 찾아서 보니, 주소지가 금남면 인근의
땅이라. 도로변과 야산 등을 포함해 20만평 정도 된다. 30년 전 환지 받을 때 시세가 평당 800원
정도였다. 지금은 평당 300만원 정도 간다고 한다.”
이 얘기를 다 듣고 숫자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옆에 앉은 최 사장이 다시 확인 하듯
물었다. “2만평이라고 했던가?” 그러자 김 사장이 웃으면서 재차 확인해 주었다 “2만평이
아니라 20만평”.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임 참석자들 입에서 여기저기 코멘트가 나왔다. 김 사
장의 집안 내력과 숟가락 갯수까지 잘 아는 오래된 단짝인 박 교수가 옆에 앉아서 나직하게 중
얼거렸다, “김 사장, 이건 말이야, 분명히 100%, 당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주변
집안 사람들과 지역에 베푼 보시와 음덕 덕분일 거야”. 옆에 있던 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허참,
그렇게 고생한 인터넷 비즈니스는 죽을 쑤는데, 부동산 쪽에서 대박이 터지다니..”
최 기 억
연합인포맥스 금융팀장
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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