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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2 (육반)


60-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연탄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먹던 추억이 있다. 힘들고 어렵던 시절 온가족이 마당에 둘러앉아 고기를 먹는 날이면 채 익기 도 전에 군침이 돌았다. 참을 수 없어 설익은 고기를 뒤적이다 야단 맞던 일, 지글지글 굽 는 냄새는 대문을 넘어 이웃에까지 퍼졌고 ‘누구네는 오늘 고기 먹네’라며 부러워했던 기억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고기 냄새가 몸에 배도 개의치 않던 시절이었다.
식탁이 풍성해지고 문만 나서면 고깃집이 즐비한 지금은 고기 먹으러 가자고 부추겨도 좀처럼 나서는 이가 없다. ‘고기는 무슨 촌스럽게! 웰빙시대 아냐, 야채가 좋지... 냄 새 배잖아, 깔끔하게 일식 할까’라며 거절당하기 일쑤다. 고기를 좋아한다고 심지어 야만 인으로까지 몰리는 세상이다.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석쇠 위에 올려놓고 굽는 고기가 먹고 싶어진다. 물 론 장소는 마당이 아니고 질퍼덕하게 둘러앉을 필요도 없다. 요즘 취향에 맞게 깔끔함과 분위 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을 찾아 나서게 된다. 광화문에 새로 문열 연 ‘6 1/2(육반)’은 그런 면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외국인에게도 선뜻 소개할 만한 한식 레스토랑을 만들어 보려는 욕심에서 출발한 집이다. 고기(育)와 밥(飯)을 의미해서 육반이라 지은 이름부터가 독특하다. 신선하게 엄선된 고기와 친환경 재료만을 골라 만든 건강밥상이 대표적인 메뉴다.
스페인의 Tapas처럼 모든 육류가 소량씩 주문이 가능하다. 특히 간장, 고추장, 된장, 소금 의 기본 소스 외에 주방장이 별도로 만든 소스들도 나와서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맛 볼 수 있다. 그릴 플래터를 주문하면 간장 소스 등심, 고추장 소스 삼겹살, 그리고 된장 소스를 얹은 목살이 다양한 야채와 같이 나온다. 참숯을 사용한 화로구이 스타일이라 깊은 풍미가 있다. 더욱이 기름기가 잘 빠져서 요즘의 취향에도 맞는다. 다양한 고기를 맛보고 난 후에는 풍부한 ‘칼슘 멸치 솥밥’이나 부드러운 ‘돌솥 무우밥’으로 마무리를 하면 입안까지 깔끔해진다.
우리 음식의 맛을 간직하면서도 외국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흔히 한정식 집 마냥 수십 가지 찬을 내오기는 준비도 어렵거니와 그에 따른 부담 으로 가볍게 먹기가 어렵다. 이승주 주방장은 한식과 양식을 다 만들어본 특이한 경력의 소 유자다. 요리들을 직접 만들고 품평을 거쳐서 선정했다. 특히 샐러드는 보기에도 예쁜 퓨전 스타일로 나온다. ‘시저 인삼 샐러드’는 샐러드에 넣는 빵인 그루통 대신에 조랭이 떡을 넣고 인삼을 채썰어서 보쌈육을 함께 얹어 나온다. ‘푸를靑 샐러드’는 고기와 곁들이면 더 맛이 난다. 점심메뉴를 주문하면 먼저 죽이 나온다. 전복죽이나 호박죽이다. 다음에 그린 샐 러드가 나오고 메인음식, 그리고 후식으로 한과를 곁들인 수정과가 나온다.


이 집은 고기를 내는 집으로는 특이하게 소주가 없다. 대신 ‘락주(樂酒)’칵테일 소주가 나 온다. 민트향이 나는 ‘Body Refresher(바디 리프레셔)'나 모과 특유의 향긋한 향이 나며 숙 취해소에 탁월한 Never Drunk(네버 드렁크) 와 같은 락주는 이름도 재미있다. 이밖에 구수한 맛의 보리 소주와 건강을 생각한 생강소주를 비롯하여 종류도 다양하다. 음식에서 뿐 아니라 술에서도 새로운 문화를 주도해 보려는 욕심이다. 더욱이 모든 자리는 금연이다. 여성을 비롯한 젊은 고객들만 찾으려니 싶지만 의외로 중년이 많다. ‘부어라 마셔라’는 식의 술자리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육반은 영어, 일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있어 외국인접대 장소로도 안 성맞춤이다. 입구에 위치한 샐러드조리바는 투명유리로 되 있어 음식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같은 음식도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걸 보면 맛을 느끼는데 다양한 요소가 작용해서다. 신선함 눈 가득 보는 즐거움을 육반에서 맛보았다.

강성철 기자 |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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