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차이나 쇼크를 몰고 왔던 중국의 긴축정책 지속 여부를 둘러싸고 중국 내부에서
거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거시조정 정책의 야전사령관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8월 7일 긴축정책 강화를 촉구한 반면
일각에서는 안정 성장으로 선회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론이 큰 목소리를 내기 시
작했으나 정책방향 전환 여부는 오는 9월 개최되는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
의(16기 4中全會)에서 내부적으로 결정되고,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공식
정책화되는 순서를 밟게 된다.
따라서 중국경제가 방향을 틀더라도 내년 봄이 돼야 그 윤곽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될 전망
이다. 긴축정책이 실시된 지 아직 1년이 채 안 되기 때문에 기조를 전환하더라도 대외공표
없이 슬며시 긴축을 완화하면서 성장 위주의 조치를 취해 나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4중전회에서 정책기조의 전환과 부국강병이 핵심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
배적이다. 부국강병은 보통 성장론과 궤를 같이하게 마련이다.
성장 선회 조짐
최근 들어 중국의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취한 일련의 행보에서 성장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가통계국이 지난 7월 19일 오류를 사과하면서까지 지난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수정 발표한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리더수이 통계국장은 지난해 상반기 GDP 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8.2%가 아니라 이보다 0.6%
포인트 높은 8.8%라고 수정 발표하며 오류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말 중국경제가
전반적으로 과열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긴축정책이 필요치 않다고 밝힌 바 있어 성장률 수정이
정책변화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중국은 올 상반기 9.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원 총리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보고
했던 올해 목표치 7%를 크게 상회했다. 국무원이 지난 7월 25일 성 정부의 부문별 투자규모 심
사권 상한액을 상향 조정한 것도 성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정책의 결과로 이해된다.
그동안 정부의 투자제한으로 인해 16~17% 대의 고도성장을 유지해 온 저장ㆍ장쑤성 등 동부 연
안지방의 반발이 적지 않았고, 중국 언론들이 이례적으로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언론들은 나
아가 국내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긴축정책이 목표했던 효과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앞다퉈 크게 다루기도 했다.
특히 천량위 상하이시 당 서기가 최근 열린 정치국 회의석상에서 원 총리의 긴축정책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는 등 장쩌민 중앙군사위 주석이 이끄는 이른바 ‘상하이방’(上海幇)들의 조직
적 반발이 거셌다.
중국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황을 종합할 때 긴축을 통해 경제 전반의 시스템을 조율하려던 후진
타오-원자바오 체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원하는 상하이방의 압박에 밀려 정책기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정책 노선을 놓고 동부 연안 쪽과 갈등을 빚었던 후 주석이 4년여 만인 지난
7월 26~29일 방문한 상하이를 “중국경제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추켜세워 상하이방 달래기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긴축론 배경
원자바오 총리는 8월 7일 쓰촨성 청두를 순방한 자리에서 “거시경제 억제정책을 강화하고 완결
짓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직면한 경제공작상의 중점적인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쓰
촨성, 광시?좡주 자치구, 구이저우성, 윈난성, 충칭시 등 5개 성ㆍ시ㆍ자치구 지도부가 참석한 좌
담회에서 “거시정책이 아직 관건적인 단계에 와있다”고 지적하고 “모든 지방과 정부 부서들은
이 조치들을 계속 이행해 성과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올 3분기 중국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으로부터
나와 성장으로의 전환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은행 보고서는 지금
까지 취해온 긴축조치들이 초기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기초가 공고하지 않다며 원 총리를 지원
사격했다.
이밖에 부동산 가격을 필두로 원자재와 석탄,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과
열투자 억제도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 긴축론 지속론자들의 주장 근거다.
조성대 베이징 특파원 | sdcho@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