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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스라엘에 경제적 압력

유대인 정착촌 제품 EU 면세품목서 제외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해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압력을 가하 고 있다. 중동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재 당사자로 나서고 있는 EU가 이스라엘 측에 경도돼 있는 미국과 달리 팔레스타인 측 입장을 두둔하면서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방안)의 가장 핵심적 사항인 유대인 정착촌 문제에 대 해 EU가 단호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중동평화 로드맵은 지난해 유엔, 미국, 러시아, EU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안으로 오는 2005년 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목표로 단계적인 평화이행 방안을 담고 있다.
로드맵은 이스라엘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에 불법적으로 설치된 유대인 정착촌을 철 거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가자 지역 이외의 유대인 정착촌은 철수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요르단 강 서안 지역에서 은밀하게 정착촌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유대인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에 대해서는 면세대상 품목에서 제외하 기로 결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8개월간 이스라엘 당국과 정착촌 제품을 ‘메이드 인 이스라엘’에서 제외하는 문제에 대해 장기간의 논의를 벌인 끝에 8월 초 정착촌산 제품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EU는 지난 2000년 이스라엘과 관세협정을 맺어 이스라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거나 아주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착촌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과일류, 가공제품 등도 ‘메이드 인 이스라엘’ 표지를 붙여 EU 지역에 수출해 왔으나 EU는 관세협정을 맺을 당 시부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스라엘 측에 정확한 원산지 표기를 요구해 왔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부총리는 이번에 이스라엘 제품의 원산지 표기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EU 25개 회원국에 대한 이스라엘 상품수출의 장애물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대인 정착민들을 이번 합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앞으로 연간 약 2억 달러에 달하는 유대인 정착촌의 대 EU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에 따라 EU 지역으로 수출되는 이스라엘 제품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은 EU 세관에 관세를 물어야 한다. 또한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 고원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귀속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생 산된 제품도 관세를 물어야 한다.
약 4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 정착민이 EU에 수출하는 금액은 이스라엘의 전체 대 EU 수출액의 2~3%에 불과하지만 EU의 이번 조치는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상징적 의 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U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도 관세협정을 맺고 있다. EU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제품과 같은 관세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EU는 중동평화 실현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 다. EU는 특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봉쇄정책으로 팔레스타인 경제가 피폐해지고 팔레 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에서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테러활동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구실로 팔레스타인 자 치지역 접경지역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간 인적, 물적 교류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하고 국제 인권단체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는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 지역에 설치하고 있는 분리장벽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EU는 이 장벽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립을 심화시킴으로써 그들의 삶을 더욱 곤궁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2002년부터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 강 서안과 예루살렘 주변에 설치하고 있는 분리장벽은 지난 67년 경계선인 ‘그린 라인’을 따르지 않고 팔레스타인 지역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부분이 많아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국제사회의 분리장벽 반대여론을 대변하고 있는 EU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에 반대의사를 표명, 이스라엘 측과 충돌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ㆍ안보담당 대표가 분리장벽의 위법성을 따지고 나섰다. 지난 달 말 이스라엘을 방문한 솔라나 대표는 “어떤 나라든지 자국 땅에 장벽을 세울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지금 쌓고 있는 장벽의 노선은 국제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U와 이스라엘 간 반목은 EU의 팔레스타인 지원문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EU의 팔 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원조금이 테러자금 등 불법행위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EU는 최근 EU 반부패위원회(OLAF)의 조사결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EU 지원금을 불법 행위에 전용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OLAF는 8월 11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EU 지 원금 사용내역에 대한 잠정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이번 조사는 “왜곡됐거 나 왜곡되기를 바란 결과”라고 혹평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국 제사회의 지원금을 자치정부 고위인사의 개인 주머니로 착복하고 무장세력의 테러자금으로 빼돌 리는 매우 정교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EU는 매달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송병승 국제뉴스국 기자 |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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