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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동북아 협력공동체 위해 노력해야



중국이 주도권을 잡으면 일본이 참여하지 않고 일본이 주도권을 잡으면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다. 동북아시대 구상을 통해 동북아 내에 다자간 안보구상을 만들어보려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정인(文正仁)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6층 위원장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취재진을 따뜻하게 맞이한 문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 북핵문제 , 남북관계 경색국면,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동북아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막힘없이 밝혔다.
◎위원장 취임 두 달이 지났는데 소감은.
▲상당히 어려운 과업을 맡았고, 동북아시대를 열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최선을 다 해보려 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시도 의도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중국의 고구려사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1995년 전인대회에서 장쩌민 (江澤民) 전 주석은 중국의 지도이념이 사회주의 뿐 아니라 `중화민족주의' 또한 다른 이념 적 지표가 돼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동북아 내에 다자간 안보구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한편에서는 중국이 내부적 통치기반으로서 `중화민족주의'를 강화시키려는 성격이 강하다. 중화 민족주의는 기본적으로 변방에 있는 민족들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의 큰 프로젝트다.
고구려사 문제의 출발점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 한다. 지린성(吉林省)을 포함한 동북 3성이 비교적 낙후한 지역이라서 새로운 경제적 가능 성을 열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관광사업인데, 고구려사 유물을 유네스코 역사유산으로 선정함으로써 이를 통해 관광사업화 하려는 의도가 많다. 오히려 중앙정부의 큰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시작은 지 린성 수준에서 고구려사 유물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이를 `경제적 자원화'시키는 과정에 서 고구려사 문제가 불거져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그리고 중국역사가들도 고구려사 문제를 계기로 많은 연구비가 생기 게 되니까 여기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의 `팽창주의'와 일본 `보통대국화' 움직임이 참여정부의 `동북아 중심' 정책과 충돌 할 우려는 없는가.
▲참여정부가 동북아시대를 구상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경제적으로는 한ㆍ중ㆍ일 3 국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상당히 증대되고 있다. 협력의 가능성이 상당히 열리는 건데, 지 적대로 중국의 패권적 구상,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은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여기서 어려운 것은 중국이 주도권을 잡으면 일본이 참여하지 않고 일본이 주도 권을 잡으면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동북아시대 구상을 통해 동북아 내에 다자간 안보구상을 만들어보려는 목적이 있다. 오히려 한국은 작은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협력의 기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 중국 패권과 일본 군사대국화로 중ㆍ일이 맞붙는다면 동북아의 미래평화는 없다.

◎고구려사 왜곡 논쟁은 일각의 반미정서와 동전의 양면으로서 그간 무비판적이었던 `친(親 )중국' 정서를 되새겨보게 한다. 이 문제가 향후 한ㆍ미, 한ㆍ중, 한ㆍ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20∼30년 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열기 위해 특정국가에 편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가급적 더불어 가는 협력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특정국가 선호)는 우리가 가지고 있 는 국민정서상 이분법적인 흑백논리가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 논리는 우리 미래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기본바탕은 포괄적인 한미동맹을 깔고 한국이 중국, 일본,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시켜 나감 으로써 가급적이면 동북아에 협력의 공동체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에 우리 외교의 미래가 있다.

◎21세기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공동평화' 추구에 있어 미국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이며, 우 리는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하나.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이를 유지할 때 생기는 국가이익, 그리고 한편으로 해체됐을 때 생 겨나는 비용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외교정책을 짤 때 국익은 극대화하면서 국가손 실은 최소화하는 게 현명한 것이다. 가령 한미동맹이 해체되면 중국 대륙세력이나 해양세력인 일본에 붙기도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고 핵무기를 가지고 중간세력 국가로의 부상도 어렵다. 스위스나 스웨덴처럼 영세중립국도 어렵다.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을 통해 전략적 안정이 마련될 때까지는 포괄적 한미동맹을 통해 우 리의 안보외교 상황을 가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협력의 담론을 통해 평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까지 구상은 역사적 불신의 관성과 반목, 대립이 깔렸는데, 이 런 사고로는 미래의 평화와 안보공동체를 만들기는 어렵다.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침묵하는 이유는.
▲북한과 중국의 특수관계가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한 스스로도 중국이 거론하고 있 는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내부적 검토와 연구가 있어야 한다. 북한도 사실상의 주권국가 로서, 북한의 정통성을 고구려사 속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북한도 목소리를 높 일 것으로 본다.

◎조문불허와 탈북자 집단입국 등으로 경색된 가운데서도 최근 금강산을 방문해 북측 인 사를 만났는데 무슨 내용인가.
▲공동선언 4주년 기념행사 평가와 내년도 5주년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 연세 대와 북측의 상호협력에 관한 것이었다. 제 느낌은 `9.9절'까지는 경색국면이 지속되겠지만 그 이후에는 반전이 될 것으로 본다.

◎`9.9절'을 계기로 보는 근거는. 북한은 남북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기본적으로 개성공단사업, 대북쌀지원 등 우리가 하고 있는 기본적인 경제교류협력은 가 시화되고 있어 북한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탈북자 대거 유입사건이 북한에 상처를 줬 을 가능성은 크다. 탈북자 문제는 북한의 체제 정통성과도 직접 관련 있고, 더구나 미국 하 원의 인권법 통과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상당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의 정통성을 고구려사 속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북한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본다는 문 위원장
하지만 북한도 이해득실을 감안하면 경색국면을 오래 지속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 각할 것이다. 적당한 명분만 갖춰진다면 경색국면이 풀어지겠지만, 근본적으로 남북관계 활 성화라는 것은 북핵해결과 연동되어 있어 앞으로 가야할 고난의 길은 상당히 크다고 생 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남북관계 향후 전망을 낙관으로만 볼 수 없다. 북핵 해결까지는 불확실성의 정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올 11월 미국 대선 이전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잘되면 부시 현 대통령의 대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잘 안 되 면 부담이 될 수 있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물꼬를 트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 말기의 대북행보라는 것도 부담을 가져왔지 이득을 가져오지 않았 다. 게다가 지금은 6자회담이 진행 중인데 정상회담이 미국과 협의 없이 이뤄진다면 큰 혼 선을 가져올 수 있다.
만약 남북 정상이 만난다면 구체적인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면 두 정상 모두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객관적 상황을 보면 최근 항간의 소문은 현실적 설득력이 약하다고 본다.

◎북핵관련,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이 수용할 수 있도록 북한과 미국이 할 일은 무엇이 며, 누가 리비아 사례에서처럼 `영국'의 역할을 맡을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미국은 리비아모델을 다자모델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양자모델이 라고 생각한다. 양자모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간 양자접촉이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북한에 대해 적대정책을 해소해주고 안전보장을 해주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미국은 리비아에는 양자접촉을 영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하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북핵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는 미북간 양자접촉, 그게 어려우면 한국과 일본을 통한 우회적 양자접촉을 하고, 그 다음에 합의된 사항 실행은 6자 틀 내에서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점에서 양자와 6자접촉의 동시추진이 북핵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 대선 이전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4차 6자회담 전망은.
▲ 4차 6자회담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미국도 국무부 중심으로는 대선 전에 타결을 보거나 최소한 미래의 대북협상을 위한 기본적인 `프레임워크'(뼈대)라도 만들어 보려는 시각인데, 다른 쪽에서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울 테니 현상유지나 하자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양쪽이 어떻게 조율되느냐, 북한이 지난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제시한 제안에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큰 낙관 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지만 판을 깨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유 민족뉴스부 기자 | lye@yna.co.kr
이상헌 통일외교부 기자 |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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