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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패러다임이 변했다

수교 1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중 관계는 `고구려사 왜곡'을 계기로 `역사전쟁'의 문턱에 들어서는 갈등의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고구려사 왜곡 시정은 민족의 혼과 정체성이 걸려있는 민족사적 현안으로 양보나 타협의 문제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수교 후 생존의 파트너로 자리 잡은 중국 과의 우호ㆍ협력 관계도 결코 저버릴 수 없는 사안이다.

서울-베이징 관계의 명암
지난해 7월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인민대회당 동문 밖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함께 3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하루 교역액 2억3천만 달러, 흑자 9천400만달러, 투자 1천800만달러.
홍콩을 통한 무역액까지 합친 한국의 대 중국 교역ㆍ경협 규모를 보면 한ㆍ중관계가 동반을 넘어 생존의 파트너로 자리 잡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루 흑자 9천400만 달러. 이를 하루에 중국에서 우리 호주머니로 약 1천억여 원이 들어 온다는 뜻으로 쉽게 풀어보면 중국이 한국 경제의 새 활로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수교 당시인 1992년 65억 달러이던 한ㆍ중 교역액은 작년 570억 달러로(한국 통계기준)로 11년 만에 8.7배로 늘어난 데 이어 올들어 상반기에만 홍콩을 포함해 413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중 흑자만 17 0억 달러다.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방중 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 에서 5년 내에 양국 교역 1천억 달러 시대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 같은 목표가 빠르면 3년 앞당 겨 내년쯤 실현될 전망이다.
이제 한ㆍ중 경제협력 관계는 되돌아가기 어려운 길이 된지 오래다. 아니 되돌아가기는 커녕 앞으로 향해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다.
정치와 외교 문제에서도 한ㆍ중은 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하면서 비교적 호흡을 맞추고 있는 편이라 할 수 있다. 한ㆍ중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과 평화라는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한반도 통일에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이밖에 유 엔,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기구에서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탈북자 처리 문제에서도 한ㆍ중은 `제한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의식해 탈북자가 체포되면 상당수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지만 한국 정부가 적극 개입할 경우에는 대부분 탈북자의 서울 행을 묵인하는 편이다.
두 나라의 인적 교류도 활발해 작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200만 명에 달해 최대 방문국이 됐고, 한 국 방문 중국인은 50만 명에 이르렀다.
중국 거주 한국인은 유학생 4만여 명을 포함해 20여만 명으로 중국 내 최다 외국인으로 기록됐다. 주 중 총영사관수도 현재 홍콩을 합쳐 6개에서 올해 내 청두(成都) 총영사관이 개설될 예정이어서 주중 외국공관 가운데 가장 많다.
한국에 대한 선망의 표현으로 '한류 바람'이 대륙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고 나아가 대중문화 중심에서 고급문화로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밝은 면 못지않게 양국관계에 그늘진 면도 적지 않다. 한ㆍ중 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이 지나치 게 외양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불거진 것. 한국 의 정면 대응과 중국의 미봉책이 첨예하게 대립, 양국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한국으로선 민족의 혼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여서 절대로 양보할 수없는 중대 사안이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는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다. 외교 문제화하지 말고 대충 덮고 가자는 식이다.
`역사전쟁'의 문턱에 들어선 고구려사 왜곡은 어쩌면 중국의 문물과 사상을 우러러 보는 모화(慕華)사 상에 젖어있는 한국인에게 `몸에 좋지만 입에는 쓴 약'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통일에 대비, 200만여 명에 이르는 조선족의 동요를 사전 방지하고, 민족주의를 고취시키 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고구려사를 중국의 변방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속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 시에 중국의 패권주의 추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고구려사 왜곡 이전에도 마늘분쟁, 월드컵 축구를 계기로 한 반한감 정 표출, 파견 외교관의 지위 불균형 등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곧잘 잊혀지곤 했다.
경제도 중요하고 북핵 문제, 외교문제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대중 외교, 그리고 일반 시민의 대중 인식 이 그동안 지나친 신중으로 일관, `일방통행'이 아니었나 하는 자성의 좋은 계기가 됐다는 지적은 새겨 야 할 대목이다.

조성대 베이징 특파원 | sd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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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중 미묘한 3각 기류

북핵 6자 회담 사흘째인 지난 6월 25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중국 탕자쉬앤 국무위원을 예방하기 위해 이수혁 수석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 1일 중국의 무상원조(2천400만 달러)로 그동안 갈망하던 유리공장을 착공했다. 이에 발맞춰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상인들이 평양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또 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북한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작년 9월 북-중 국경 경비대를 무장경찰에서 인민해방군으로 교체했다.
그 같은 사실 몇 개만 꿰어 봐도 북한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속내를 쉽게 읽을 수 있다. 내심으로는 중국이 밉고 원망스럽지만 공개적으로 이런 내색을 할 수 없다는 데 북한의 고민이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혈맹에서 그토록 경멸하던 수정주의자로 변신했다. 북한은 개혁ㆍ개 방에 나선 중국에 배반당한 심정으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다 한-중 수교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영 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한-중 수교를 불과 한달 여 앞둔 1992년 7월 15일 당시 중국 외교부장 첸치천(錢其琛)은 평양을 방 문, 고(故) 김일성 주석에게 한ㆍ중 수교 임박에 대한 당시 장쩌민(江澤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일화를 회고록에서 소개했다.
김 주석은 한동안 심사숙고하다 중국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첸 전 부장은 "아마도 중 국 대표단이 김 주석을 만난 중에서 가장 짧은 회동"이었다고 술회해 당시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북-중 관계는 이렇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0년 5월에 이은 2001년 1월의 1,2차 방중으로 회복되는 듯 하다 다시 고비를 맞아 한동안 냉각기가 지속됐다.
중국 당국이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됐던 네덜란드 화교 양빈(楊斌)을 전격 구속한 것 이 계기였다.
지난 4월 김 국방위원장의 3차 방증으로 북-중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연 북한은 배반의 쓰라림 속 에서도 경제회생과 안보를 위해 중국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대북 냉각기 속에서도 원유와 식량을 제공했다. 북한은 앞으로 생존을 위한 `제한된' 개방 을 위해 여러 면에서 중국에 상당히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북-미 중재를 주선하며 미국의 대북 압박을 막아주는 방패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의 대(對) 중국 입장을 뒤집어 보면 중국의 대북 정책이 보인다.
개혁ㆍ개방 후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중국의 남북한 추는 당연히 경협?교역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한국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전통 우방인 북한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보유와 행여 있을지도 모르는 급작스런 북한 붕괴는 중국의 안보ㆍ경제에 미치는 충격 파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척의 거리에 있는 북한의 핵 보유는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을 설득해 핵을 폐기토록 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이 북핵을 이유로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차단해야 하는 것이 중국의 6자 회담 적극 중재 배경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중국이 냉각기 속에서도 대북 경제지원을 해왔고,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ㆍ정ㆍ군 지도부의 방중에 의전상 최대한 예우를 하는 데서 북한을 달래며 개혁ㆍ개방의 길로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대북 정책에서 한-중은 이해가 상당히 일치한다. 북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하며 그 보상으로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적 지원을 통해 경제회복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대목에서 특히 그렇다.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고 중국은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에 지지를 표시하 고 있다.
어제의 적과 동지가 수시로 변하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 남북한과 중국 간의 묘한 3각 기류 속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조성대 베이징 특파원 | sd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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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환상 깨운 '역사 왜곡'

서울 사작동 공원에서 국학운동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규탄 집회'에서 고구려 군사 복장을 한 시민단체 회원이 고구려 전통무예를 선보이고 있다
고구려에 대해 아는 중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아는 사람들도 그저 만주와 조선반도(한반도)에 걸쳐 있던 중국의 변방국가 정도로 기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한국인들을 어떤가. 웅혼한 기상을 가진 우리 민족의 한 뿌리로 인식하고 있고 고구 려를 세운 주몽(朱蒙)을 우리 시조 가운데 한 인물로 추앙한다.
그 뿐인가.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업적을 기억하며 을지문덕, 연개소문, 양만춘과 같은 장군들 의 이름은 초등학생만 되면 줄줄이 꿴다.
이처럼 한국이 민족사의 큰 축으로 인식하고 있는 고구려사를 국민이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 하는 중국에서는 왜 자기 나라 역사에 편입시키려 하는 걸까.
한반도 통일 후 일어날지 모르는 간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의 사전 차단, 재중 동포들이 거주 하는 동북 3성(省) 지역의 영토권 재확인, 정치적 혼돈 속에서의 북한 통합 기도 등 다양한 의 도를 고려에 넣을 수 있다. 영토확장을 통한 패권주의의 부활을 경계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지방정부과 일부 학자들을 앞세워 시작한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점차 고구려사 왜곡으로 발전하면서 한국 언론과 국민이 들끓고 정부가 강력히 항의하는 등 외 교분쟁으로 비화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방정부와 국립대학의 고구려사 왜곡에 이어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외교부 인터넷 홈 페이지를 통해 고구려사를 자국의 변방사로 묘사하는 등 단계를 밟아가며 한국 고대사의 일부를 침탈하려다 한국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1992년 수교 이후 전면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며 확대일로를 치달았던 양국 간 교류에 12년 만 에 큰 걸림돌이 등장한 셈이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우리와 달리 적절한 권력 견제 장치가 없는 중국 에서는 곧잘 정책 오류가 발생하곤 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수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도 별다른 사과나 해명 없이 홈페이지에서 한국의 정부수립 이전 역사를 모두 삭제하는 진실 회피성 미봉책으로 슬그머니 덮어버리려 했지만 이것으로 한?중 간 외교마찰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한국 외교부 박준우 아태국장은 중국측의 이런 행태를 항의하고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을 것 을 요구하기 위해 최근 중국을 방문했다. 박 아태국장을 통해 확인한 중국 당국의 해명에서 고 구려사가 양국 사이에 쉽사리 제거하기 힘든 걸림돌로 장기간 자리 잡게 될 것임이 자명해졌다.
지방정부나 대학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앙정부가 일일이 통제하기는 힘들다거나 외교부 홈페이 지에서 한국의 근대 이전 역사를 모두 삭제한 것을 놓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해명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것들이다.
한국 고대사를 제대로 수정하지 않고 아예 삭제한 것과 관련, 중국 내에도 고구려를 중국의 일 부로 보는 시각과 이에 비판적인 입장이 공존하기 때문에 이들 간 형평을 고려해 내린 조치라는 설명이다.
우리의 기대처럼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순리'가 통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 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동북공정이 시작된 2002년보다 2년 앞서 중국 정부가 전국의 출판사에 공문을 보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기술하도록 지시했다는 설도 있다. 중국의 역사왜곡이 외부에 알 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진행돼 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차제에 맹목적인 중국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좀더 냉철한 태 도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역사적 사실을 더욱 정확하게 정리하고 북한과의 학문 교류를 통해 중국의 논리에 적절히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판단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고구려사를 두고 중국 내부에서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는 식의 궤변에 맞서려면 국제 역사학계로 부터 인정받는 고대 역사서를 치밀하게 분석해 그들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른 엉터리라는 점 을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교 12주년을 맞아 새롭게 다가선 중국. 엄청난 크기로 우리를 압도하는 대륙과의 관계를 어떻 게 재정립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박기성 베이징 특파원 | jeans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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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삶에 배인 한류(韓流)

한국 음악여행차 방한한 중국 청소년들이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국내 인기그룹 NRG의 공연을 보며 열광하고 있다
"한국산 승용차를 타고 한국법인이 설립한 회사로 출근해 고임금을 받고 근무하며 값비싼 한국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퇴근해서는 가족과 함께 중국말로 더빙된 한국 드라마를 보며 저녁식사를 하고 주말에는 한국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보러 간다.
아내는 한국산 가전제품을 선호하고 아이들도 한국산 의류와 한국 가수의 음반을 갖고 싶어 한다."
중국 대도시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봄직 한 이상적인 삶의 한복판에 한류(韓流)가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됐다.
베이징(北京)에서 택시를 타면 한국 사람인 것을 알아보고는 '한국 예찬론'을 펴는 운전사를 간혹 만날 수 있다.
한국의 택시는 내부가 넓고 깨끗하며 운전사들이 친절한데 베이징의 택시는 형편없다면서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고 자성하는 기사도 있다.
중국 대륙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는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동경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그들은 중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좁은 땅덩이를 가진 한국이 주변국의 무수한 외침을 이겨내고 오늘날 세계 속에 우뚝 솟은 것에 대해 경이와 찬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첨단기술 제품에 매료되고 자유분방한 한국의 대중문화에 넋을 잃는다.
유럽이나 중남미 사람들 못지않게 축구를 좋아하는 중국인 대부분은 한국 축구가 중국보다 앞서 있음을 인정하며 공한증(恐韓症)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들이 한국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라는 표면적인 이유 말고도 국가 의 지도자를 국민이 선택하고 언론과 야당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과 같이 자신들은 아직 꿈조차 꿀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 들도 있다.
이렇듯 중국 도시민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한류는 한국에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안겨주면서 중국인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제한돼 있는 한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낙관적인 기대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 내 한인사회의 적지 않은 교민들은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뒤쫓는 중국을 경계해야 한 다고 말한다.
한류의 매력은 우리가 그들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을 때만 유지될 뿐이며 머지않아 우 리를 앞지를 수도 있는 중국에 대해 '무작정 우리 것을 쫓는 나라'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
중국 사회의 흐름에 정통한 한 외교관은 "그들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중 관계가 '생존의 파트너'라고 할 만큼 밀접해져 있지만 언제 그 관계에 금이 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바로 지금부터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일 뿐이며,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중국 사회의 내부에서도 맹목적인 한류에 대한 경계와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 하고 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국을 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언제든지 모든 매체를 동원해 중국인 의 사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많은 중국인들이 제한된 자유 속에서 더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한류를 쫓고 있지만 중국의 지도부는 언제든지 이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환상'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한국인들은 우리나라를 "과거 중국의 속국"이라며 은연중에 '대국 의 자존심'을 앞세우는 중국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인들이 무작정 한국을 동경하지만은 않는다는 방증이며 필요하면 역사도 바꿀 수 있다 는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의식의 뿌리이기도 하다.
수교 12년을 맞아 한국을 전면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킨 중국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지도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차분히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베이징 박기성 특파원 | jeans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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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빛과 그림자

중국의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 야경
"수천 년의 역사를 보려면 시안(西安)을 보고, 수백 년의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北京)을 보고, 수십 년의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上海)를 보라"
중국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여기서 `수십 년'이란 다름 아닌 중국의 오늘을 만들어낸 개혁?개 방의 역사를 뜻한다. 바로 상하이가 개혁?개방의 상징이라는 말이다.
상하이를 설명할 때는 항상 최고, 최대라는 단어가 넘쳐난다. 상하이가 생산해내는 GDP(국내총생 산) 규모는 지난해 755억 달러에 달했다. 1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지난해 성장률 11.8%는 1998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1인당 소득도 중국 전체가 1천 달러를 넘었다고 목소 리를 높일 때 상하이는 이미 5천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상하이 항구를 통한 교역규모는 전년보다 42.5%가 증가한 2천12억 달러에 달했다. 웬만 한 나라의 교역규모를 간단히 넘어선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액도 58억5천만 달러를 넘어섰 다. 컨테이너 처리량도 1천128만TEU(20피트 컨테이너 한대)를 기록해 부산을 젖히고 세계 3위로 부상했다.
푸둥(浦東)건설을 대표하는 동방명주(東方明珠)는 높이 468ｍ를 자랑하고, 바로 옆에는 88층의 진마오빌딩(金茂大廈.480ｍ)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동방명주에서 내려다보이는 황푸(黃浦)강 야 경은 초고층 빌딩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으로 마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하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중국에서 첫 손가락에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상하이 사람들은 자존심 강하 기로 유명하다. 평범한 중국인들에게 `상하에 거주한다'고 하면 부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해진다. 19세기초만해도 고기 잡는 통발을 의미하는 후(扈)라 불리는 작은 어촌, 상하이가 불과 100여 년 만에 이제 `동방의 빛'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
서울의 10배가 넘는 인구 1천700만의 세계적인 대도시, 상하이에 대한 중국 통치자들의 의욕, 그 리고 중국사회의 특색은 우리네와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개방의 상징인 상하이 푸둥 개발사업과 국내 대규모 간척 프로젝트인 새만금 사업은 모두 1991년 첫 삽을 떴다. 두 사람의 운명은 그러나 10여 전이 지난 오늘 판이하게 다르다.
본래 사업출발은 1989년부터 시작된 푸둥사업은 상하이시장과 당 총서기를 역임한 장쩌민(江澤 民)과 주룽지(朱鎔基) 등 시대를 이끈 지도자들에 의해 차질 없이 진행됐다. 서울의 86.3%에 달 한다는 522㎢의 황푸강 지역에 세계 금융중심지와 정보하이테크를 건설해냈다. `동양의 맨해튼'이 불과 10년 만에 건설된 것이다. 오죽하면 2001년초 상하이를 방문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지개벽'을 운운했을까.
너비만 100ｍ가 되는 스지(世紀)대도, 2개의 해저터널, 지하철이 완공됐고, 금융의 심장부인 류 자쥐(陸家嘴)에는 100여동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섰다.
중국 최초의 와이가오차오(外高橋)보세구는 물론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의 세계적 메카로 떠오르는 창장(長江) 하이테크단지, 세계최대를 지향하는 양산(洋山)심수항 개발 등 한나라를 움직이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장쩌민 등을 비롯한 중국식 자본주의를 이끌고 있는 영도자들의 강력한 추진력에 의해 현실로 옮겨졌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33㎞)를 건설해 여의도 면적의 14배인 1억2천30만평의 국토를 넓히겠다는 야 심에 차 출발했던 국내최대 간척사업, 새만금사업의 오늘은 어떠한가.
상하이는 또 오는 2010년 세계박람회를 지렛대로 삼아 상하이의 글자 뜻 그대로 '바다로 떨쳐 나 아가는(上海)' 야심찬 세계도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뉴욕에 버금가는 아시아의 경 제?무역?금융?물류 등 4대 중심(허브)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양쯔(揚子)강 벨트의 중심으로 해서 상하이-난징(南京)-항저우(杭州)를 잇는 장강삼각주 1 6개 도시들을 연결해 세계 제6대 도시권으로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KOTRA 중국지역본부 이효수 본부장은 "중국 연안을 연결하고, 양쯔강을 그려보면 마치 화살을 쏘 는 듯한 느낌인데, 상하이는 바로 화살촉에 해당 된다"면서 "세계를 향해 웅비하는 상하이의 모습 을 연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밖으로 뻗어가는 출구이자,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목, 상하이는 자연스럽게 세계인이 몰려 드는 장소가 됐다.
스지대도를 사이에 두고 세계 200대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상하이 현지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고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아시아?중국 본부를 상하이로 이전하 기로 했다는 기사가 넘친다. 코카콜라, 프랑스의 통신회사 알카텔, 필립스, 미국의 GM, 일본 NEC 등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본부가 망라돼있다.
하지만 상하이의 화려한 빛에도 `슬픈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있다. 첨단을 자랑하는 빌딩 숲을 헤 치고 조금만 들어가면 문이 없는 재래식 화장실, 검게 그을린 윗몸을 그대로 드러낸 건설노동자,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뒷골목이 널브러져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상하이 보통사람들은 밤새 육교 위나 공원 마당에서 지친 몸을 추스르 지 못해 안달이다.
상하이의 빛만 믿고 무작정 상하이로 흘러들어온 내륙의 노동자들이 한달 꼬박 일을 해서 받는 임금은 600위안. 우리 돈으로 9만원이다. 이런 자리도 밀려드는 유동인구로 경쟁이 치열하기만 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거지와의 전쟁'을 보면 상하이의 그림자를 잘 알 수 있다. 상하이 시 당 국은 거지들로 인해 국제도시로의 위상이 훼손된다며 거지척결작업에 나섰다.
그러자 웬만한 길거리에서 줄지어 서서 동냥을 하던 거지들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거지 들은 단속이 주춤해지자 다시 쏟아져 나왔다. "오갈 데 없는 빈민들이 나설 데는 길거리밖에 더 있 냐"면서 당국을 욕한다. 외국인들을 붙잡고, 부자들을 따라다니며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창궐하는 `상하이 거지'들은 중국식 자본주의의 미래가 빈부격차라는 벽에 부딪힐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이를 대표하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상징, 상하이. 분명 `기회와 약속의 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거대한 마천루의 그림자에 가려진 진면목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우탁 상하이 특파원 |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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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기회의 땅인가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6월 29일 오전 중국 상하이 홍커구 린핑로 133호에 상하이 2호점인 루이홍점을 개장했다
"이제 풀려나기만 하면 다시는 중국 땅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겁니다" 이른바 `수입신고가격 저가신고'라는 이유로 중국 감옥에 1년째 구속 중인 K씨는 요즘 중국, 그리고 상하이(上海)를 저주하며 살고 있다.
한번의 행정으로 모든 투자업무를 처리해준다는 `원 스톱 서비스'에 싼 인건비까지, 노사분규 없는 데다 거대한 내수시장이 받쳐주는 천혜의 시장, 중국에 진출했다가 `성공신화'는 커녕 슬픈 한숨 만 내쉬는 K씨와 같은 한국인이 늘어가고 있다.
중국인을 잘못 고용해 회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기술까지 도용당한 G씨, 수입면장 없이 설비 를 들여왔다가 공장폐쇄의 기로에 서있는 A씨, 중국인과 소송해 승소했으나 승소 후 6개월 간 강 제집행도 못하고 있는 한 수산업자. 상해총영사관에는 중국 땅에서 겪는 중소상인들의 안타까운 `하소연'들이 밀려들고 있다.
이런 일이 접수되면 현지 중국 당국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정재열 영사는 "막연한 꿈을 갖고 들어오는 한국인들에게 중국은 정말 무서운 나라"라면서 "냉철한 중국인들의 속성과 중국시장의 내막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하이는 물론 인근 쑤저우(蘇州)나 항저우(杭州)에 가면 `야반도주'한 한국기업인들의 얘기, 그리고 중국인 또는 조선족에게 `눈뜬 사기'를 당한 한국인들의 일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사례를 들어보자. 상하이 송장(松江)에 있는 모 박스제조업체는 10년 전에 상하이에 진출했다. 이 업체의 한국인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TV나 기계류 내장재 포장설계 분야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IMF가 오기 전까지는 견실한 사업체를 운영하다 IMF 이후 한국 본사의 건물과 공장 기계 설비 등을 모두 경매처분하고 이후부터는 중국 공장만 운영해왔다 한다.
하지만 한국인 사장은 중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국사정에 너무 어두웠다. 그래서 모 대학교수의 여동생인 조선족 여자를 총경리로 임명했다. 총경리가 맡은 일을 잘하자 회사경영 등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이 총경리에 맡겼다. 그리고 회사는 몇 년 간 흑자를 기록했기에 구태여 경영에 참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단다.
조선족 총경리는 얼마 후 중국인 부총경리를 데리고 왔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일을 벌이고 말 았다. 회사 돈을 빼내 회사 인근에 별도의 박스 제조업체를 만들어 외부에서 오는 오더를 자신 들이 새로 세운 회사로 돌리기 시작했고 은행으로부터 한국인 사장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가 로채려 했다. 한국인 사장은 마지막 순간에 이를 발견해 조선족 총경리와 중국인 부총경리 등을 횡령 등의 혐의 로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평상시 현지 공안이나 공상국, 세무국, 해관 당국자들과 끈끈한 `꽌시 (關係)'를 유지해온 두 사람을 형사처벌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대륙' 최원탁 변호사는 "한국인사장은 무조건 조선족 총경리를 자식 처럼 예뻐하고 믿었다는 말만 하고 있는데 정말 말문이 막혔다"면서 "이른바 `통제의 착각'을 할 만큼 중국시장에 밀려드는 한국기업인들의 모습이 아직도 이정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례는 없을까. 물론 많다. 상하이에서 한국의 전통 떡을 팔고 있는 안태호 사장 은 `우리떡집'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한국 주재원들을 주요 고객으로 했던 안 사장은 떡 맛이 소 문이 나면서 이제는 중국고객도 적지 않게 확보했다. 여기저기 언론에도 소개되는 등 그야말로 차 이나 드림을 실현한 한국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 사장에게는 철저한 원칙이 있다. `무슨 일이든 몸으로 때운다'는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운 영하기 위해 중국인들과 만날 때면 반드시 자신이 직접 만나 확인하고 문서로 계약하는 것은 기본 이다. 또 회사 직원들도 자신이 직접 테스트하고 뽑는다. 자신과 부인이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 지 공장에서 함께 하는 것은 물론이다.
비용으로 처리되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면 사업의 성공은 없다는 게 안사장의 지론이다. 공장이 위 치한 곳도 상하이에서는 가장 임대료가 싼 지역에 있고, 외지에서 갓 올라온 회사직원들은 아예 공장 기숙사를 만들어 숙식을 해결하게 했다.
이런 철저한 모습은 하루 이틀 내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과거 한국의 신발을 중국시장에 들여오 는 상사에서 근무했다는 안씨는 10년의 힘든 중국생활을 통해 체득한 것을 바탕으로 오늘의 성공 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안 사장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상인이나 개인에게 중국시장은 엄청난 수업료를 요구하는 땅"이라 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성실한 사람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이제 사업하기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를 뒤로 하고 한국기 업들이 중국땅으로, 중국땅으로 밀려들고 있다. 상하이에만 한국의 기업들이 570개가 정식으로 투자허가를 받고 들어와 있다. 상하이시 통계로는 투자총액이 15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 전세계 국가 중 7위에 해당된다.
형태는 독자기업이 431개로 가장 많고 중외합자 투자기업이 109개, 타국과의 합자기업이 30개로 나 뉜다. 또 업종별로는 제조업체가 386개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서비스 업종 등이다.
최근 상하이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하이의 5대 교역국( 총교역 67억2천만 달러)으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상하이시 주요인사들은 한국인사들을 만나면 "한 국과 상하이는 미래의 동반자"라는 말을 항상 달고 다닌다.
또 얼마 전부터 상하이로 중국 지역본부를 옮기는 기업이 늘어났다. SK 중국총부의 이종산 총 대표는 "중국의 경제중심 상하이의 가치는 기업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다"면서 "한국기업들도 정 치중심인 베이징보다는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SDI나 LG전자, 이마트, 농심 등 1천500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투자하는 대기업에서부터 퇴직금을 `마지막 투자금'으로 삼고 진출하는 중소상인들이 늘어나면서 상하이 주재원들이 급 증하고 있다. 당연히 이들이 입고, 마시고, 자는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다시 새로운 상권이 생기 고 있다. 한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구베이(古北)지역이나 푸둥(浦東) 일부 지역에는 `세미 코리 아타운'이 들어서고 있다.
이런 현상은 상하이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다. 쑤저우를 가도, 산둥(山東)이나 동북 랴오닝(遼寧 )성의 주요 도시를 가도 어김없이 한국인 거리가 조성될 정도가 됐다.
이른바 `대한민국 청도시'로 불리는 산둥성 칭다오(靑島)의 경우 지난달 초 `한국주간' 행사를 대대적으로 거행했다.
칭다오가 한국을 중시하는 것은 한국 기업이 이 곳과 인근 도시들에 투자한 총액이 55억 달러로 중국 전체에 대한 투자의 4분의 1가량 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둥성에는 칭다오뿐만 옌타이(煙臺), 웨이하이(威海) 등 도처에 한국 기업이 진출, 한국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의 중국 진출 프로젝트의 43%가 산둥성에 투자됐고, 이중 절반 이상이 칭다오, 옌타이, 웨이 하이 등 해안도시에 몰려있다. 한국과 직항로가 개설돼 있기 때문이다.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지난 1988년 첫 진출한 이후 현재 투자 기업이 5천700개에 달 한다. 올 들어 1~4월 칭다오에 투자된 한국 자본은 7억6천700만 달러. 이 기간 전체해외 투자의 56%에 달한다.
칭다오 기술개발구에 투자한 한국기업은 237개이며, 개발구에 투자된 금액은 7 억1천만 달러 에 이른다.
오죽하면 칭다오의 주요도로에 다니는 한국인들은 어깨를 죽 펴고 다닌다고 한다. 도로건설비가 대부분 한국기업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자부심 때문이라고 김성수 KOTRA 칭다오 관장이 전했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쇄도하면서 중국의 주요도시는 이제 이웃집이 돼버렸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가는 항공편은 그야말로 국내선이나 다름없이 된지 오래다.
수교 12년 만에 한국의 옆 동네로 자리잡은 중국땅, 21세기 한국인에게 `기회의 땅'으로 다가온 이 땅에서 `차이나 드림'을 일구기 위해면 냉철한 현실인식과 분석이 뒤따라야할 때가 됐다.

이우탁 상하이 특파원 |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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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한인이 몰려온다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에 2006년 초 완공될 한국학교 조감도
최근 들어 `제2의 강남'으로 한국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상하이(上海)를 찾는 한국 손님들이 쇄도 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그려내는 풍속도가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ㆍ중수교 12년 만에 상하이 는 그렇게 한국인에게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투자열풍 = "마치 서울의 강남에서 일하는 기분입니다" 부동산랜드 상하이(上海)지사장인 김형술 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상하이에 주재하는 한국교민들이 비싼 임대료를 아껴보려고 한두 채씩 아파트를 사들이더니 요즘에는 아예 서울에서 `부동산 원정투자'를 하려는 사람들까지 수시로 문의전화를 해대고 있다.
상하이 푸시(浦西)와 푸둥(浦東) 지역을 합쳐서 한국인들이 구입해놓은 아파트가 대략 700채는 넘 는다는 것이 김 지사장의 생각이다. 이처럼 요즘 상하이에는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겁 게 불고 있다.
벌써 `제2의 강남신화'를 이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실제로 9년 전 상하이에 왔다는 A씨는 "강남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IMF태풍이 몰아쳤던 5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상하이에서 개인사업으로 연명했다. 대 기업 주재시절에는 주택수당이 꼬박꼬박 나와 큰 걱정이 없었으나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뒤 자비로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한 달에 1만 위안(약 150만원)하는 집세가 너무 큰 부담이었다.
집세를 내느니 아예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막상 남의 나라에서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
A씨는 2년 전 자신이 살고 있던 구베이(古北) 지역에 신축분양한 아파트를 샀다. 그런데 반년이 흐르자 이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1㎡에 5천 위안 선에 샀는데 어느덧 9천 위안 선으로 뛰더니 지금은 1만 위안을 훌쩍 넘었다.
그 사이에 그는 용기를 더 내어 퇴직금에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까지 동원해 인근 룽바이(龍栢) 지 역에 한 채, 푸둥에 한 채 해서 모두 3채를 더 샀고, 이 아파트들도 대부분 30-40% 가격이 상승했 다. 요즘 A씨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파트를 사두라"고 충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상하이에는 A씨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적어도 이들은 상하이에서 `제2의 강남신화'가 현실화 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집을 사들이는 이유는 또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에 대해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 다. 상하이에 직장을 갖고 거류증이 있는 사람이면 은행들이 현지인과 똑같은 조건으로 은행융자를 해준다. 연이율 5.04%로 부동산 가격의 70%(최대 80%)까지 융자해주는데 20년 간 분할 상환하는 조건이다. 쉽게 얘기해서 1억5천만 원짜리 집을 한 채 사려면 자기 돈 5천만 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높은 월세수입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여러 채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아파트 외 에는 모두 월세를 놓는데 보통 한 달에 2천 달러 내외의 월세가 들어온다.
`강남의 추억'을 잊지 않는 한국인들에게 강 건너 푸둥은 또 다른 `기회의 땅'이다. 새로 분양되 는 푸둥의 대표적 아파트 단지마다 한국인 아줌마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부동산 투자자문을 해주는 컨설팅사가 넘쳐나고 있다. 대략 30여 곳의 부동 산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또 보통 장식이 되지 않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중국의 관행과 온돌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속성으로 인테리어업자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도 또 다른 풍속도에 해당한다.
상하이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들은 한때 한국의 금융당국이 해외부동산 투자실태를 조사한다는 소식에 다소 긴장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불안감에서 벗어난 분위기다.
한국 당국의 규정상 이들이 부동산을 사들인 것은 모두 불법이다. 외환거래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로 현금을 반출하는 과정이 규정에 모두 어긋난다.
하지만 김형술 지사장은 "주재원들이 비싼 돈 들여 월세로 낭비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파트 구 입 열기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면서 "오히려 정상적인 재테크 차원에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옹호하고 있다.
또 최근 중국당국이 `긴축정책'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잡으려고 나서자 그 추이를 지켜보는 한 국인 투자자들이 많은 것이 상하이 모습이다.
▲유학열풍도 만만치 않아 = 부동산 투자 열기와 함께 상하이 한인들을 대표하는 풍속도는 `유 학열풍'이다. 현재 상하이에는 공식적으로 거류증을 갖고 주재하는 교민이 지난해 말 현재 1만6천 300명(총영사관 집계)에 달한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오가는 사람을 포함하면 대략 3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게 교민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유학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상해총영사관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정규대학 학 위 및 비학위과정(어학코스) 등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한국학생수가 6천 명 정도에 달한다.
1천300여명에 달하는 푸단(復旦)대학을 비롯해 자오퉁(交通)대학과 상하이외국 어대 등 주요 대 학에 1천명에서 수백 명 단위로 분산돼있다. 상하이 교육위원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 하이 소재 대학교에 유학하는 학위과정 외국학생은 1만3천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한국학생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최근 2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일본을 젖히고 1위의 외국학생으 로 부상했다.
`아시아의 뉴욕=상하이'라는 막연한 인식과 "영어에 중국어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겹쳐 최근 주재원 자녀 뿐 아니라 한국에서 오는 조기유학생들까지 밀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한국학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일부 국제학교에서는 한국인 입학생의 수를 제한하고 있 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제학교에서는 한국인 대기학생만 따로 관리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 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학교 입학을 위해 영어시험을 보는 바람에 과외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하이에서 이른바 `국제교육'을 시키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상하이 소재 초?중 ?고등 국제학교와 유치원에 재학하고 있는 한국학생이 연간 수업료로만 최소 224억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한 교육기관의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하이 소재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국학생은 모두 1천34명에 달했다. 이 들의 공식 수업료만 1천720만 달러(약206억4천만 원)에 달했다. 또 국제학교 내 유치원에 다 니는 학생 100여명의 수업료를 포함하면 상하이 지역의 한국인 국제학교 수업료는 연간 최소 22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미국학교(SAS)나 영국학교(BISS) 등의 수업료는 연간 1만7천-2만 달러에달했다. 또 유치원의 경우에도 1만5천달러 안팎이었다.
이처럼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일부 학교의 경우 학생관리가 제대로 안돼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선진국과 달리 수준 높은 교사들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모 국제 학교의 경우 잦 은 교사들의 교체와 휴강, 합반 등으로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가 교장에게 항의하는 사태가 일 어나기도 했다.
상하이 주재원 뿐 아니라 한국에 살고 있는 일부 계층이 조기유학의 코스로 상하이 소재 국제학 교나 일부 중국계 시범학교로 아이들을 유학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조기유학생들의 탈선 과 올바른 지도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이 자주 찾는 유흥업소를 가보면 이른바 `탈선의 현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중학교를 마치고 상하이 모 시범학교로 유학 왔다는 서울 대치동 출신 J군이나 대학입 시에 실패해 지난 봄 어학연수차 푸단대학으로 왔다는 서울 목동 출신 K양 등은 이제 상하이 한인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치 LA나 캐나다의 조기유학생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 어 내는 각종 문제들이 자리를 옮겨 상하이에서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상해총영사관의 이원오 교육관은 "상하이에 대한 좋은 이미지만 갖고 아이들을 조기유학 시키 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정확한 현지 실태 파악 없이 유학 이후 아이들에 대한 사후관리 를 소홀히 할 경우 큰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총영사관과 교민들은 현재 한국학교 건립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1999년 50명의 학생으로 문을 연 한국학교가 현재는 학생 수만 500명이 넘어 콩나물 교실을 연출하고 있다.
1-2년 내에 한국학교가 새롭게 문을 열면 상당부분 교육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워낙 많 은 한국인들이 상하이로 밀려드는 바람에 교육문제는 상하이 한인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우탁 상하이 특파원 |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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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범주장(珠江) 경제권에 눈 돌려라

홍콩 한국총영사관 대회의실에서 홍콩 한인상공회 주최로 열린 한ㆍ중 무역 전망 세미나에서 황이핑 씨티그룹 이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홍콩이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의 4대 수출시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지난 해 홍콩을 상대로 119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역흑자가 컸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홍콩을 중국의 1개성보다 못한 변방이나 쇼핑 관광지 정 도로 여기고 있다.
홍콩 교민 기업인들은 "우리도 중국 북부지역에만 몰려들 것이 아니라 홍콩과 광둥(廣東)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둥성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진원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중국에서 소득수 준이 가장 높고 중국 무역과 경제의 중심지다.
인구는 8천642만 명으로 남북한을 합한 인구 7천여만 명보다 훨씬 많지만 면적은 17만8천㎢로 남북한의 22만2천㎢보다 작아 인구밀도가 높다.
중양성(鍾陽勝) 광둥성 상무 부성장은 "광둥성은 중국 경제 개방의 관문으로 개방 이후 경 제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광둥성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성장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한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의 2002년 말 현재 대외무역 규모는 모두 2천211억달러로 우리나라의 3천136억 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광둥성과 홍콩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우선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점 외에 도 소개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쑤차이팡(蘇才芳) 광둥성 외사판공실 처장은 "세계 각국 기업들이 광둥성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관심도가 별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쑤 처장은 "일본 특파원들은 성도인 광저우에 상주하고 있다"면서 "한국 언론들도 광저우에 특파 원을 상주시켜 실상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세계의 유명 다국적기업들이 광둥성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입출 금이 자유로운 홍콩이 바로 옆에 붙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둥성 등 중국 남부지역 9개 성과 홍콩, 마카오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이른바 `9+2 범 주장(珠江)삼각주 경제공동체'가 곧 출범한다.
`9+2 범주장삼각주 경제공동체'가 출범하게 되면 중국 남부지역에 인구 4억5천만 명에 국내총생산 (GDP) 5조 홍콩달러 이상의 초대형 경제권이 형성된다.
이와 관련, 강근택 주홍콩 한국총영사는 "우리도 빨리 중국 남부지역에 눈을 돌려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홍콩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총영사는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가 120억 달러 이상"이라면서 "홍콩은 대일 무역적자의 90 %를 보전해 주는 엄청난 효자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은 무역적자가 생길 경우 물건을 사 달라며 각종 압력을 넣지만 홍콩은 중계무 역을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고 역설했다.
특히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아 본받고 배워야할 지역이 바로 경제자유도가 세계 1위인 홍콩이다.
홍콩 교민 기업인들은 "좁은 홍콩 땅에 국제학교만 65개"라면서 "우리가 경제난을 극복하고 선진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홍콩을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영석 홍콩 특파원 |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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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애증의 12년

세계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모리스 창 회장이 2/4분기 결과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만으로 볼 때 한-중 수교 12주년은 곧 대만 단교 12주년을 의미한다.
지난 1992년 갑작스런 단교 조치로 배신감을 맛보았던 대만은 그러나 한국과 정부 차원의 외교 관계는 단절됐지만 경제ㆍ문화적으로는 주요한 파트너이다.
지난해 한-대만 교역액은 130억 달러에 달하며 서로에게 5,6위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 대상국이자 LCD, 반도체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최근 수년간은 한류 열풍으로 지난해 한국을 관광한 대만인이 10년 만에 최대치인 연인원 18만 명을 돌파, 전년의 12만 명보다 50% 급증하는 등 대만인들에게 한국은 다시금 가까운 나라로 느 껴지고 있다.
그렇지만 6ㆍ25 전쟁 당시 특수 공작원을 파견하기까지 했던 대만으로서는 아직까지 한국에 대 한 앙금을 씻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6년 대만의 핵폐기물 북한 이전 계약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항의차 대만을 방문했던 녹색연합 대표단을 강제 추방할 정도로 강한 반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대만인들은 지난 2002 년 한ㆍ일 월드컵 때에도 한국과 맞싸우던 유럽팀을 열렬히 응원했었다.
한-대만 관계는 1999년 대만 9ㆍ21 대지진 때 한국이 특별 수송기로 구호물자를 지원한 데 이 어 2002년 12월 대한항공 전세기가 운항하는 등 꽉 막혔던 항로가 열리면서 다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전세기 운항에 이어 복항까지 이뤄지면 인적교류가 수교 전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대만 관계 전문가들은 날로 강화되는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과 영향력, 북한 문제에 대한 역할 등을 고려할 때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나 대만과의 교류까지 영향을 미 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은 한국이 중국과 국교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한-대만 정부간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서 적극 행동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즉, 한국은 대만과의 비공식 교류 증진을 위한 외교 관계를 추진할 권리가 있고 여기에 대한 중 국의 항의에 대해서는 중국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만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 비록 좌절되기는 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옵서 버 국가 가입 노력에 한국의학협회에서 지원을 해주고, 지난 5월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취임식에 국회의원 등 40여명의 정ㆍ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대만은 관광, 경제, 투자, 문화, 유학생 교류 등 비정부 관계가 70% 이상을 차지 하고 있으며, 정부 관계 30% 가운데서도 국서교환이나 고위 공직자 방문 등 순수 외교 관계 15%를 제외한 나머지 비자 발급, 통항, 관세협정 등 하위 15%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85% 정도 관 계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한-대만의 관계 정상화 폭이 확대됨에 따라 한국측은 대만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 소리가, 대만측에서는 대 한국 무역 역조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진웅 駐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부대표는 "중국 전문가는 넘쳐나지만 대만을 아는 사람들은 장년 층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교육부 지원 장학생 확대 등을 통해 대만 전문가들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만 교육부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 대만의 입장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전략에 따 라 지난달부터 외국 유학생 유치를 위한 지원을 강화한 상태이다.
한편 대만 정치대 외교학과 리밍(李明) 교수는 "한-대만 교역에 있어 한국은 흑자를 보지만 대 만은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무역 적자를 줄여나가는 것이 양국간의 미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수연 타이베이 통신원 | abbey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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