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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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경영자 100인의 좌우명
늘 가까이 두고 자신을 추스려라

일상생활을 하며 늘 염두에 두고 삶의 경계로 삼는 말이나 글, 좌우명. 좌우명은 대개 그 사람의 인생과 밀접하게 닿아 있으며 따라서 그의 삶을 대변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로라하는 국내의 CEO들은 과연 어떤 좌우명을 갖고 기업을 끌어왔을까?

좌우명(座右銘)이란 말의 뜻을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자리의 오른쪽에 붙여놓고 반성의 자료로 삼는 격언이나 경구, 이를 우리는 좌우명이라 부른다. 때로는 삶의 가치관이나 인생관, 도달해야 하는 목표, 굳은 의지를 좌우명이라는 이름 하에 새겨놓곤 가슴에 품는 것이다.
그래서 좌우명은 대개 그 사람과 닮아 있다. 우리는 좌우명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관을 가늠 해 보기도 하고 성격을 읽어내기도 한다. 어쩌면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좌우명 하나에 축약 될지도 모른다.
좌우명이 빛을 발하는 것은 특히 어려움에 닥쳤을 때다. 고난에 무릎 꿇지 않고 이를 극복해갈 힘을 좌우명은 우리에게 선사한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절망의 순간이야말로 좌우명이 한 줄기 빛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때다.
그렇기에 일명 ‘성공했다’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남들과 달리 독특한 좌우명을 가진 이들 이 많다. 그 중에서도 기업인들의 경우는 경영자 개개인의 좌우명이 회사 전체의 운명을 좌우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좌우명. 이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어떤 장애가 오더라도 뚫고 나가겠다는 확고한 힘과 의지다
책으로도 출판돼 대한민국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말, 시련은 있어도 실패 는 없다. 이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좌우명이다. 이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어떤 장애에 부딪혀도 어떻게든 뚫고 나가겠다는 확고한 힘과 의지다. 실제로 고인이 살다 간 생전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런 좌우명을 갖고 있었기에 꺾이지 않고 도전하고 극복하는 역동적인 삶이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좌우명을 하나 이상 갖고 있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그런 예. 그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좌우명 외에 ‘행하는 자 이루고, 가는 자 닿는다’란 좌우명 역시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았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평생을 가까이 두고 되뇌었던 글귀로 알려져 있다.
이병철 회장은 경남 마산에서 정미소 사업과 양조사업을 필두로 삼성이란 이름 하에 무역업, 식 품업, 의류업 등 여러 계열사를 설립한 인물. 한 가지 일을 죽어도 반복하기 싫어하는 대신 새로 운 것, 모르는 것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이 좌우명은 그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해주는 문구라고 할 만하다. 그가 ‘이룬’ 것 은 ‘행했기’ 때문이고, 자신이 ‘닿고자’ 하는 곳에 끊임없이 ‘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 최 부잣집으로 더 유명한 백산상회의 최준 창업주 역시 독특한 좌우명을 갖고 있다.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게 바로 그것. 최 부잣집은 10대 300년간 거부로 이름 을 날린 가문. 그 중에서도 최준은 10대 마지막 최 부자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거부로 이름을 떨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광복 직후 모든 재산을 바쳐 교육기관을 설립하며 ‘아름다운’ 삶을 마감했다.
부자가 인심을 얻거나 존경받기는 어려운 게 우리 사회. 그럼에도 최준은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모든 식솔들의 어려움을 헤아렸을 뿐 아니 라 인근 마을에까지 넉넉한 마음씀이 고루 미쳤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때는 위험을 무 릅쓰고 독립운동 자금을 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그의 삶 역시 자신의 좌우명에 잘 나타 나 있는 셈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김충훈 사장은 ‘생행습결’이라는, 한번 들어서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이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결과가 바뀌게 된다는 뜻. 김 사장은 이에 걸맞게 평소 선입관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자세, 도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 등을 사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자’는 좌우명의 주인공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 회장은 얼 마 전까지 금강고려화학과 경영권 갈등에 휩싸이는 등 남편인 고 정몽헌 씨를 대신해 경영일선에 나서며 많은 속을 끓인 바 있다.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등 고 정주영 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 씨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에도 매진하겠다는 그녀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는 좌우명으로 안성 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여성시대’를 맞아 일선에서 숨 가쁘게 뛰고 있는 젊은 여성 CEO들의 좌우 명 중에는 공통적으로 ‘성실’이 들어가 있다. JC엔터테인먼트 김양신 CEO, 이코퍼레이션 김이숙 CEO, 페이게이트 박소영 CEO, 컴투스 박지영 CEO, 디자인스톰 손정숙 CEO, 인터넷메트릭스 이상경 CEO, 이지디지탈 이영남 CEO, 컨텐츠코리아 이영아 CEO, 드림커뮤니케이션 이지선 전 CEO, 현민 시스템 이화순 CEO, 아데코코리아 최정아 CEO 등의 좌우명에 공통으로 포함돼 있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성실’과 ‘최선’이다.
그밖에 벽산그룹 김인득 창업주는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는 좌우명으로 창의 성과 독자성의 중요성을 스스로 일깨우며, 교보생명 신용호 창업주는 ‘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다 ’는 좌우명에 따라 강한 도전정신과 추진력을 중시한다.
‘영원히 살얼음을 밟듯 영원히 전전긍긍한다’는 다소 독특한 좌우명의 주인공은 중국 민영기업 중 매출액 1위를 차지하며 중국경제의 자랑거리로 떠오른 가전업체 하이얼의 장루이민 총재. 하이얼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컴퓨터를 포함한 전체 가전분야에서 세계 5위에 올라 있는 굴지의 기업이다.
장 총재가 취임할 당시 하이얼은 147만 위앤의 적자를 보고 있는 별 볼일 없는 기업에 지나지 않았 다. 게다가 직원들은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보고 공장 비품이나 자재를 마음대로 가져가는 등 규 율도 엉망이었다.
장 총재는 취임 즉시 엄한 규율과 효율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했으며, 그 결과 오늘날의 하이얼을 탄생시켰다. 지금은 탁월한 경영자로서 ‘중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의 큰 스승’으로 꼽히는 그이 지만 이면에는 ‘살얼음을 밟듯’ 조심스럽고 신중한 자세가 오늘의 그를 있게 했음이 분명하다.
세상에 좋은 말, 훌륭한 말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자신의 심금을 울리는 말을 찾 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좌우명은 필요하다.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모습이 그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좌우명을 찾아보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을 때는 더욱 더. 단,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그 좌우명을 현실로 이뤄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강윤경 기자 | bookworm@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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